영화 <뮤직 샤펠> 정보
영어제목: The Chapel, 2023
개봉: 2023.09.13
장르: 드라마/스릴러
국가: 벨기에
등급: 12세이상관람가
러닝타임: 101분
평점: 9.3
영화 <뮤직 샤펠> 출연진
도미니크 데루데레 Dominique Deruddere(감독), 타커 니콜라이 Taeke Nicolai(제니퍼 로지어스 역), 루스 베쿠아르트 Ruth Becquart(사라 로지어스 역), 케빈 얀센스 Kevin Janssens(토니 로지어스 역), 재커리 샤드린 Zachary Shadrin(페디르 역)
영화 <뮤직 샤펠> 줄거리
TV, 컴퓨터, 스마트폰, 외부와의 소통 금지, 오직 음악만이 존재하는 외딴 성 ‘뮤직 샤펠’. 어릴 적부터 피아노 영재로 불려온 ‘제니퍼’는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우승으로 재능을 증명해야만 합니다. 그는 결선에 오른 11명의 경쟁자와 함께 ‘뮤직 샤펠’이라 불리는 성에 갇혀 1주일의 연습 기간을 갖습니다. 하지만, 폐쇄적인 공간과 경쟁 상황 속에 끔찍한 트라우마까지 되살아나며 극심한 불안에 시달립니다.
완벽함을 향한 광기에 가까운 집착이 시작되고, 그 누구도 믿을 수 없는 가운데 결선 날이 다가옵니다. “이기고 싶지 않아? 최고가 아니면 연주할 필요도 없어." `뮤직 샤펠`은 스물 세 살의 피아노 대가, 제니퍼 로지어스의 이야기입니다. 제니퍼는 끔찍한 비밀과 함께 삶을 살아왔습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퀸 엘리자베스 대회의 결승에 참가할 기회를 얻게 되면서 제니퍼의 고통스러운 어린 시절 경험이 기억 속에 떠오릅니다.
영화 <뮤직 샤펠> 예고편
영화 <뮤직 샤펠> 리뷰, 후기, 감상평
올해 제천국제음악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되었으며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리는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를 다루고 있습니다. 결선에 오른 12명을 '뮤직 샤펠'이라는 곳에 가둬둔다는 거에 착안한 심리스릴러였습니다.
영화는 어머니 사라 밑에서 피아노 연주에만 몰두하는 제니퍼를 비추며 시작합니다.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에서 준결승을 통과해 12명의 본선진출자들과 대회 합숙을 위해 뮤직 샤펠에 들어서는데요. 마지막으로 도착해 마지막 날 나가 연주를 하는 상황이죠.
겉도는 모습을 보이며 같이 마지막에 온 자아가 강한 나자렌코와 트러블, 어렸을 적 피아노에 집착하는 사라와 그런 그녀를 몰아붙이던 아버지 토니 기억이 합쳐지며 최후의 연주같은 콩쿠르를 준비합니다. 포스터나 시놉시스를 보면 데이미언 셔젤 감독 <위플래쉬>가 떠오르는데요.
이 영화 생각도 나지만 다양한 작품이 오버랩됩니다. 외부와의 완벽한 단절은 <9명의 번역가>가, 피아노를 향해 폭주하는 주인공은 조정(운동)을 다룬 영화 <더 노비스>나 <TAR 타르>를 떠올리게 합니다. 제니퍼는 소위 피아노 하나에만 몰두하는 사람인데요. 여러분 모두가 승자라 말하는 주최 측과 사뭇 다르죠.
이 냉랭함에만 집중한다면 앞서 언급한 작품들과 차이가 없을 텐데요. 그녀가 연주한 곡과 알맞는 트라우마를 꺼내며 내면을 탐구합니다. 그 과정에서 피아노 연주자 얼굴을 점점 클로즈업하다 풀샷하는 지점은 픽사 애니메이션 <소울>이 생각나는 무아지경이 떠오릅니다. 그 순간이 역설적으로 내면에 가지고 있는 불안감과 과거 지우고 싶었던 기억을 고취시킨다는 점에선 영리하게 음악가를 사용했다는 생각이 드네요.
마지막에 가서야 자신을 괴롭혔던 진실에 누가 더 잘못했는가를 뒤로 한 채 털어내면서 음악에 대한 태도를 제외하면 아빠와 판박이인 나자렌코의 권모술수를 뒤늦게 이해하고 피아노를 떠나 삶을 이해하려는 엔딩은 인상적입니다. 캐릭터 자체가 어디로 튈지 모르는데다 본인도 본인을 모르는 사람이라 탐구가 어려웠을 텐데도 이입시켜준 제니퍼 역에 타커 니콜라이 연기가 좋고요.
피아노를 이 작품으로 처음 배웠다고 하는데 대단하네요. 무아지경에 빠지는 장면은 압권이었습니다. 속을 알 수 없는 경쟁자 나자렌코 역에 재커리 샤드린도 몽환적인 얼굴 속 숨기고 있던 비겁한 모습이나 마지막 제니퍼가 가는 모습을 보며 처음 긴장한 자신을 카메라에 비추는 표정이 기억에 남습니다.
콩쿠르를 다루는 만큼 웅장한 앙상블 연주에 피아노 소리를 메인으로 내세우는 게 아닌 실제 오케스트라에 피아노가 묻히며 주인공이 무사히 마치기를 기도하게 하는 긴장감이 좋았습니다.
<아쉬운 점>
아쉬운 지점도 있었습니다. 아웃사이더에 자신의 세계에 갇혀 사는 천재 구도를 정직하게 사용하고 있고요. 경쟁자이나 친구 혹은 그 이상의 감정을 주는 알렉산드라나 조연들을 평면적으로 사용합니다. 이 영화의 핵심인 과거 아빠와 관련된 사건도 극적인데 그걸 더 가파르게 후반부 쓰면서 관객들의 상상을 뭉그러뜨리는 느낌이 있습니다.
언급한 <9명의 번역가>만 봐도 조연들을 모두 살리면서 누가 실질적 주인공이고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예상을 못하게 하거든요. 주인공이 연주를 망친다거나 하는 클리셰는 밟지 않으면서 차별화된 엔딩을 선보인단 점에선 호평이 필요하고요.
<마무리>
중요한 대회의 결선을 앞두고 극도로 신경이 예민해진 상태에서 비로소 과거를 마주하게 되는 연주자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 <뮤직 샤펠>이었습니다. 스토리만 보고는 스릴러 느낌이 몹시 강할 거라 예상했는데, 그만큼은 아니었습니다. 주인공이 험한 일을 겪은 건 인정하지만 렇다고 해서 그녀의 불안과 신경증이 깊게 와닿지는 않았습니다.
게다가 클래식과 친하질 않으신 분이라면 연주 장면에도 아마 흥미를 못 느끼실 수도 있습니다. 클래식에 익숙한 분들은 조금 더 재밌있게 감상하실 수도 있겠지만요. 클래식 음악을 잘 모르기에 그리 인상 깊게 느껴지진 않았지만 연주가 끝나고 난 뒤 다음 장을 묵묵히 펼치며 삶을 연주하고 지휘하는 건 나만의 몫임을 깨닫게 된, 무대가 막을 내린 뒤 고요한 정적을 담은 엔딩이 와닿은 작품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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