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크리에이터> 정보
영어제목: The Creator, 2023
개봉: 2023.10.03
장르: SF/액션
국가: 미국
등급: 12세 이상관람가
러닝타임: 133분
평점: 7.0
영화 <크리에이터> 줄거리
“이것은 인류의 존망이 걸린 싸움입니다.” 인류를 지키기 위해 만들어진 AI가 LA에 핵폭탄을 터뜨린 후, 인류와 AI 간의 피할 수 없는 전쟁이 시작됩니다. 전직 특수부대 요원 ‘조슈아’는 실종된 아내의 단서를 얻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전쟁을 끝내기 위한 인류의 작전에 합류합니다. 인류를 위협할 강력한 무기와 이를 창조한 ‘창조자’를 찾아 나서고, 그 무기가 아이 모습의 AI 로봇 '알피'란 사실을 알게 되는데… 인간적인가, 인간의 적인가, AI 블록버스터의 신세계가 펼쳐집니다.
영화 <크리에이터> 출연진
가렛 에드워즈 Gareth Edwards(감독), 존 데이비드 워싱턴 John David Washington(조슈아 역), 젬마 찬 Gemma Chan(마야 역), 와타나베 켄 Watanabe Ken(하룬 역), 매들린 유나 보일스 Madeleine Yuna Voyles
영화 <크리에이터> 예고편
영화 <크리에이터> 리뷰, 후기, 감상평
인간처럼 사고하고 감정을 느낄 수 있게 된 AI, 그들을 저지하려는 인간들의 처절한 전투를 그린 영화이며 정말 오랜만에 SF 갈증을 시원하게 해소시켜 줄 것으로 굉장히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영화 <크리에이터> 리뷰입니다.
올해 들어서 이렇다 할 SF 영화가 가오갤, 플래시, 미션 임파서블 정도밖에 없는 시기였고 마침 또 미국 배우 파업으로 인해 '듄 파트 2'까지 내년으로 미뤄진 상황이 되자 올해는 말 그대로 SF 암흑기라고 불릴 만한 시기였습니다. 때문에 블록버스터급 SF 장르의 갈증이 심해진 상황에서 영화 <크리에이터> 개봉 소식은 가뭄 속 단비 같은 소식이었습니다.
2070년, 서구권은 이미 과거 인공지능에 의한 핵폭발 사건으로 인해 위험 요소로 자리 잡은 반면 '뉴 아시아'라는 명칭을 달고 AI와 인간이 완벽한 동화를 이뤄낸 배경이라는 점에서 광활한 자연 풍경은 기본적으로 깔고 들어가는 것도 모자라 여기에 인공지능을 곁들인 근미래의 모습을 조화롭게 연출하는 데 성공했다는 것이 이 영화의 큰 강점일 것입니다.
더군다나 모든 것이 기계화되어 특수하고 물질적인 그 특유의 암울한 분위기가 돋보이는 사이버펑크 장르를 아시아의 자연풍경 속에 녹여낸 것은 물론 한스 짐머 작곡가의 웅장한 ost가 섞여 들어가니 정말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스타일의 신선한 영상미와 사이버 펑크라는 장르를 낙천적인 느낌으로 재해석할 수 있도록 발판을 마련한 듯 보였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낙천적인 성향을 띠는 아름다운 풍경은 곧장 타인에 대한 이해와 공감 등등 영화의 핵심 메시지 중 하나를 전달하는 데 있어서 유사한 점을 보이기도 하였죠.
다만 영상미 부분에서 한 가지 아쉬웠던 점은 뉴 아시아라 불리는 배경 자체가 일부 오리엔탈리즘이 느껴질 정도로 사양식 동양의 이미지가 상당히 두드러진 편이었는데 이미 백색 건물로 가득 채워진 서양과 달리 동양은 자연을 배경으로 한 공간에서만 움직이고 있기에 상대적으로 시스템에 저항하는 형식, 즉 선과 악을 명확하게 구분 짓는 듯한 묘사가 보여서 중반이 되었을 때쯤에는 캐릭터들의 신념이 좀 극단적으로 묘사된 것이 아닌가 싶기도 했습니다.
물론 영화가 미국을 악으로 묘사하는 것이 그동안 저질러왔던 일종의 만행을 고발함으로써 인류에 대한 혐오감을 보여주는 장치로 응용되어 새로운 시각으로 접근한 것은 좋았으나 인간에 대한 연민, 희망, 혹은 혐오와 분노에 대한 묘사들을 2070년이라는 근미래를 두고 월남전 같은 역사적 사건들을 가져와 답습하는 느낌으로 묘사하는 것이 영화의 메시지를 강조하기 위한 최고의 수였던 것인지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그럴듯한 이유가 명확히 드러나 있었으면 좋았겠지만 그 일말의 희망마저 싹을 잘라내고 악으로 구분 지어 놓으니 수많은 레퍼런스를 배치해 두고 단순한 권선징악으로 마무리 지은 것은 다름을 수용하고 공존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메시지와 동떨어진 느낌이 들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이 부분은 영상미가 하도 좋다 보니 그만큼 아쉬워지는 부분이 되었던 거 같아요. 개봉 전부터 이 영화는 <블레이드 러너>에 비유하는 입장들이 꽤나 많이 보였었습니다.
실제로 많은 영감을 받은 것이 확 느껴졌고 시대를 앞서간 비운의 명작이 건네는 질문을 빌려 또 하나의 연장선을 만들어 갈 것인가를 두고 상당히 많은 기대감을 가지고 있었거든요. 우선적으로 무엇이 인간다움을 정의하는가에 대한 메타포가 곳곳에 드러나 있는 것은 물론 AI는 생명체가 아니라는 주장을 하던 주인공이 결국엔 그들을 받아들여 옳다고 생각하는 일을 행하게 된다는 점에서 유사성이 있었지만 빈약한 스토리로 인해 <블레이드 러너>에 미치지 못하는 풀이 방식으로 마무리가 되었습니다.
일단 영화의 템포는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상당히 빨랐는데 잡다한 감정선이 파고들 시간이 아예 없어서 오히려 세계관에 금방 몰입할 수 있었습니다. 다만 주인공 조슈아가 겪는 주변 상황들을 살펴보면 거의 십중팔구로 상대가 먼저 기선을 제압하고 얼마 안 가서 쉽게 방심해 버립니다. 그 틈을 타서 조슈아는 기습에 성공해서 위기를 모면하는데 이 갈등 고조, 문제 해결, 새로운 위협이 나타나는 모든 순간들의 패턴이 처음부터 끝까지 거의 동일한 형태이기 때문에 후반으로 갈수록 방심했다가 죽는 여러 인물들의 모습을 보면 아쉽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습니다.
또한 이러한 패턴이 반복되는 덕분에 이번에도 이렇게 처리할 것이라고 예상이 되니 빠른 템포임에도 불구하고 자연스레 긴장감이 저하되는 요소로 이어져서 너무 쉽게 쉽게 진행되는 감이 상당히 컸습니다. 그 외에도 서양, 동양 불문하고 최첨단 시설의 보안이 상당히 허술한 것과 대놓고 흔적을 남기고 떠나서 쉽게 꼬리가 밟히는 등등 몰입에 방해가 되는 순간들이 종종 보였습니다.
이것들이 낙천주의 성향이 느껴지는 배경을 비롯해 메시지 또한 이해와 공감만을 바라다보니 극적인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 있어서 어려움이 있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최대한 현실적으로 풀이하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하는 영화였고, 특히나 근미래를 배경으로 한 SF 장르인 만큼 극적인 메시지보다는 스토리 자체의 디테일에 더욱 신경 쓰는 것이 우선이지 않았나 싶은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결론적으로 이러한 양날의 검들이 어우러져 후반부에서 갑작스레 조슈아와 알피가 무엇을 다짐하고 결판을 지으려고 하는 부분에서는 납득이 제대로 가진 않았습니다. 어쩌면 이미 앞에서 보여준 부분들에서 흥미를 잃은 것이 원인일 수도 있겠지요.
<마무리, 결론>
그럼에도 이 영화에 호의적인 입장을 갖고 있는 이유는 확실하게 킬링 타임용으로 즐길 가치가 충분했다는 것이고, 그들의 계기가 어찌 되었든 이 영화가 전달하고자 않는 인류애와 생명체로써의 존엄성에 대한 가치를 아름답게 풀이하고 마무리 지었기에 그 부분에서 느껴지는 감동 또한 상당히 울림이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게다가 역사적 의미가 상당히 많이 반영되었다고 느꼈기에 탐구해 볼 필요성이 있다고는 느꼈지만 철학적인 이야기를 깊게 들여다보고자 하는 의지가 강하게 생길 정도로 스토리가 탄탄하지 않았다는 것이 너무 아쉬울 뿐이었습니다. 영화 자체가 어려운 작품이 아니었기도 하고, 이미 AI라는 소재로 인류를 자극하는 명작들이 다양한 형태로 존재하는 만큼 깔끔함만으로 감동 이상의 무언가를 자극하기에는 조금 무리가 있어 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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