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펙트 데이즈> 정보
개봉 : 2024년 7월 3일
국가 : 일본
장르 : 드라마
등급 : 12세 이상 관람가
러닝타임 : 124분
감독 : 빔 벤더스
출연진 : 야쿠쇼 코지, 에모토 토키오, 나카노 아리사, 아오이 야마다 外
<퍼펙트 데이즈> 줄거리
도쿄 시부야의 공공시설 청소부 히라야마(야쿠쇼 코지)는 매일 반복되는 일상을 살아간다. 카세트테이프로 올드팝을 듣고, 필름 카메라로 나무 사이에 비치는 햇살을 찍고, 자전거를 타고 단골 식당에 가서 술 한 잔을 마시고, 헌책방에서 산 소설을 읽으며 하루를 마무리한다. 그러던 어느 날, 사이가 소원한 조카가 찾아오면서 그의 반복되는 일상에 작은 변화가 생긴다.
<퍼펙트 데이즈> 예고편
<퍼펙트 데이즈> 리뷰, 후기, 감상평
살아가는 게 힘들 때 이렇게 사는 게 맞는 건지 의문이 생기고 불안할 때... 감상하면 좋은 영화를 발견한 것 같습니다. 야쿠쇼 코지 배우가 주연한 <퍼펙트 데이즈>가 바로 그 영화입니다. 야쿠쇼 코지 배우에게 제76회 칸영화제 남우주연상을 안기고 음악 애호가 '빔 벤더스' 감독이 연출한 만큼 OST 듣는 재미도 쏠쏠했던 작품입니다. 밋밋한 제목과 '오늘이 가장 완벽한 날'이라는 한 줄 관람평으로는 표현 못 할 감성과 울림이 있는 영화, 변화 없는 일상 속에서 혼자 있는 것에 익숙한 분들에게 많은 생각을 안겨 줄 <퍼펙트 데이즈>, 리뷰를 남겨봅니다.
-반복적인 일상
히라야마의 일상은 규칙적이고 단순합니다. 아침이면 거리를 청소하는 빗자루 소리에 잠을 깨고 세수를 한 후 작은 나무에 물을 주고 작업복을 챙겨 밖으로 나갑니다. 그리고 마당 앞 자판기에서 음료를 빼들고 마시면서 출근하죠. 흘러간 팝송을 들으며 거리를 달려 공공 화장실을 돌며 청소를 하고 단골 음식점에 들러 저녁 식사를 한 후 자주 들르는 것으로 보이는 헌책방에서 소설책을 구입해 귀가합니다. 영화 <퍼펙트 데이즈>는 쳇바퀴 같은 일상을 반복하는 히라야마를 비춥니다.
-평범 속의 특별함
소시민의 반복되는 일상이 하루, 이틀, 사흘 흘러갑니다. 시간은 흐르지만 특별한 변화는 없죠. 하지만 조금만 기다리면 뭔가 특별한 혹은 의미 있는 일이 생길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히라야마의 일상이 평범한 듯 보이지만 분명 시선이 가는 부분은 정신없이 살아가는 현대인과 다른 충만함입니다. 대배우 야쿠쇼 코지가 주인공인데 설마 처음부터 끝까지 반복되는 일상만 보여줄까 하는 기대감도 있었고 말입니다.
누구보다 열심히 눈에 띄지 않는 부분까지 구석구석 세심하게 청소하고 그 과정에서 누군가의 편견을 만나도 아무렇지 않게 넘기는 사람, 고목 아래 뾰족 솟은 아기 나무를 소중하게 모셔와 집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있는 방에 두고 식물등까지 설치해 가며 정성껏 키우는 사람, 남들은 그다지 관심을 가지지 않을 듯한 책만 골라 읽는 사람, 최첨단 기기 대신 낡은 카세트테이프를 통해 올드팝을 들으며 감상에 빠지는 사람... 왠지 사연을 가진 인물인 듯 보이기도 하고요.
-이것은 나의 이야기
<퍼펙트 데이즈>는 단순함과 충만함 사이를 오가는 주인공의 일상을 통해 관객의 일상을 떠올리게 합니다. 영화는 매우 불친절해서 히라야마의 과거나 생각을 언급하지 않죠. 관객의 상상으로 여백을 메꾸는, 그야말로 관객과 함께 만들어가는 영화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 부분은 개인차가 있을 듯한데 히라야마와 비슷한 성격과 생활 패턴을 가진 분들에겐 그럴 것 같습니다.
-찾아온 변화
짐작하듯 히라야마의 일상에 변화가 찾아옵니다. 꼬마 아이와 교감하거나 소원했던 조카가 찾아온 것, 동료의 여자친구를 알게 된 것 등등의 변화였죠. 다른 사람 같으면 그냥 스쳐 지나갈 법하지만 무심하게 보여도 세심하고 민감한 그에겐 특별한 의미로 자리 잡습니다. 조금씩 쌓이는 변화는 히라야마에게 영향을 줍니다. 이를 알 수 있는 것이 꿈입니다.
히라야마의 꿈에는 그가 좋아하는, 그래서 늘 필름 카메라에 담는 햇살 속에 흔들리는 나뭇잎이 등장합니다. 몽환적인 아름다움... 어느 날부터 하루 중 인상적이었던 장면, 그에게 감흥을 주는 장면이 등장하며 다른 양상을 띠기 시작합니다. 춤추는 나뭇잎의 향연에 등장하는 장면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요?
-관계의 단절
히라야마는 과거에 갇혀있는 사람, 스스로 세상과 단절을 택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올드팝을 듣는 점이나 딸을 찾으러 온 동생과의 에피소드 등으로 미뤄볼 때 이 부분을 짐작할 수 있죠. 그래서 생계유지를 위한 공공 미화 업무를 제외하면 자신만의 루틴에 따라 살아가는 것이었을 겁니다. 오랜 시간 들렀던 헌책방 주인이 말을 건네도 이렇다 할 답을 하지 않는 것도 그렇고, 섞일 생각 없는 세상에서 누군가가 손을 내밀거나 자극해도 어느 선에서 끊어버리는 모습들은 처음엔 수줍거나 심성이 좋아서 넘겨버리는 것이라 생각했지만 실은 상처받기 싫은 까닭이 아니었을까 합니다.
-코모레비, 그림자밟기
히라야마는 단절된 삶을 살고 있지만 그의 무의식은 이런 생활을 벗어나고 싶었을 것입니다. 외부의 자극에 대한 반응이 꿈으로 나타나는 것이나 '그림자밟기' 장면은 이를 또렷이 드러내죠. 히라야마는 평소 햇살 속에 흔들리는 나뭇잎(일본에서는 이를 '코모레비'라고 한다네요.)을 카메라에 담아왔습니다. 코모레비는 순간에만 존재하는 아름다움이고 나뭇잎이 서로 겹치거나 홀로 있을 때 나름의 아름다움을 발산하며 어우러질 때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감흥을 줍니다.
나뭇잎이 두 장 겹치면 두 배의 어둠으로 그려지며 두 배의 아름다움으로 비칠까요? <퍼펙트 데이즈>의 최고 명장면으로 손꼽는 '그림자밟기' 장면 역시 마찬가지죠. 히라야마와 남자는 "그림자를 밟으면 두 배로 어두워질까?"라는 의문을 품습니다. 그러나 이 역시 설명할 수 없는 미지의 영역이죠. 많은 나뭇잎, 많은 사람이 홀로일 때도 함께 할 때도 각각의 아름다움이 있고 그것이 어우러지면 그야말로 장관을 이룬다는 것. 근시안적인 생각으로 나만의 세상에 사로잡혀 있는 히라야마에게 커다란 깨우침으로 자리하는 순간입니다.
코모레비와 그림자밟기를 통해 '퍼펙트 데이즈'라는 밋밋한 제목이 특별하게 다가왔습니다. 히라야마에겐 홀로 있는 것도,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도 아름다움으로 자리할 것입니다. 상처받는 것이 두려워 사각 창문으로 내다보는 세상으로 만족하지 않게 될 것입니다. 자신을 닮은 꼬마 나무도 더 이상 가져올 일이 없을 것이고 말이죠.
<마무리>
대배우 야쿠쇼 코지의 연기에 대해 언급하면 입만 아플 뿐이죠. 단순한 스토리 라인에 깊은 메시지를 담는 데 그보다 적합한 배우는 없었을 것 같네요. 특히 엔딩 장면은 예술이죠. 코모레비 사진을 찍고 모으면서도 순간의 아름다움과 그 아름다움이 모여 삶을 이룬다는 것을 깨닫지 못했던 자신에 대한 복잡한 생각을 표정으로 눈동자로 표현하는 모습은 관객의 넋을 잃게 만들기에 충분합니다. 무조건 봐야 한다는 말로 대신할 수밖에요.
상처받지 않기 위해 나를 틀에 가두고 살아가는 사람들, 좋았던 시절만을 감싸 안고 살면서 현재 역시 과거가 된다는 것을 잊은 이들에게 오늘이 가장 완벽한 날임을 일깨워 주는 수작 <퍼펙트 데이즈>였습니다. 지금 흔들리고 있다면, 삶이 무의미하게 느껴진다면 <퍼펙트 데이즈>을 봐야 할 타이밍이 아닐까 생각이 듭니다.
영화 <파일럿> 솔직 후기, 결말, 재미있나!(리뷰, 정보, 줄거리, 등장인물, 개봉일, 등급, 러닝타임, 쿠키, 스포, 평점, 장르, 코미디, 예고편, 출연진, 조정석, 한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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