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연인> 17화 재밌게 시청하셨나요? 어제 결방한 데다가 선공개 장면에서 박력 있는 장현의 모습이 나오면서 기대가 한껏 높아졌던 17화였는데, 역시 마지막 5분을 위해 달린 회차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길채가 "오랑캐에 욕보인 길채는?" 하니까 장현이 "안아줘야지." 하는데 와... 장현 도령 눈빛이며 말투며 연기 정말 미쳤구나 생각밖에 안 들더라고요.
생각해 보면 정말 억울하게 청으로 끌려가서 온갖 고초를 다 겪고 돌아온 길채가 들었어야 할 당연한 위로의 말을 가족을 비롯한 그 누구도 해 주지 않았는데 장현이 딱 그 말을 해 준 겁니다. 그러니까 이제 어떻게 길채가 그런 장현을 더 밀어낼 수 있겠어요. 그런데 이 마지막 5분 전까진 사실 이게 뭐지 싶은 스토리가 이어져서 좀 당혹스러웠습니다.
먼저 "너무 화가 나서 너무 많이 생각하게 된 건가?"라며 각화에게 흔들리는 것 같은 장현의 모습을 보여주고는 뒤이어 강제로 기습키스를 하는 각화가 장현에게 넌 오늘 망설였다고 말하면서 장현이 흔들렸다는 쐐기를 박아버립니다. 이때 당시 장현은 유부녀인 길채가 남편에게 돌아가 이제 영영 남의 여인이 되었다고 알고 있으니까 길채에 대한 마음을 접을 수는 있지만 그렇다고 그렇게 만든 원흉인 각화 옆에 있다가 그녀에게 마음이 흔들린다? 이 감정을 누가 납득할 수 있나요?
게다가 조선으로 돌아온 장현의 마음을 단념시키려고 구원무의 아이를 가진 척 연기하는 길채를 보여주고 예고편에서 보여줬던 길채와 장현의 2세를 상상하게 만든 콩시루떡 장면이 실상은 남의 아이를 임신한 길채가 먹고 싶다던 콩시루떡을 찾아서 저잣거리를 헤매고 다니는 거였다니 이런 농락이 어디 있나요?
그런데 뭐 이런 요상한 전개야 17화 마지막 부분의 클라이맥스에서 포텐이 터진 장현 덕분에 어느 정도 상쇄는 됐다지만 문제는 또 18화 예고 장면에서 보여준 다음 스토리가 포로들을 구하러 청으로 돌아간 장현이 또다시 죽을 고비를 맞는 데다가 그런 장현을 아무것도 모르고 기다리는 길채라서 이 장채 커플의 행복한 순간은 너무나 짧고 위기를 맞은 그들이 또 서로 엇갈리며 오해하는 게 아닐까 하는 걱정을 하게 만든다는 것이죠.
장현에 대한 각화의 집착은 섭정왕 때문에 자신의 입지가 불리해지자 그 불안만큼 더욱 커져가는 터라 포로들이 안전하게 조선으로 돌아가게 해 준다는 대가로 각화 옆에 있겠다 약속한 장현을 쉽사리 놓아주지 않을 걸로 보이고요.
귀국한 소현세자가 왕위를 노리고 있다는 모함으로 인조의 마음에 의심을 부추기는 소용조씨가 특히나 강빈과의 불화가 컸다는데, 이렇듯 소현세자와 강빈을 모함하기 위한 모사에 길채가 이용당하면서 위험에 처한 길채를 구하려다가 장현이 바닷가의 전투를 치르게 되는 우여곡절을 겪는 게 아닐까 하는 염려가 되는 상황이죠.
유난히 행복한 모습이 적었던 주인공 장현과 길채 커플이 결말에서 만큼은 좀 행복하길 바라지만 이렇듯 너무나 새드엔딩에 대한 분위기를 드라마 전반에 깔고 있어서 그 불안감을 감출 수가 없는데요. 그중에서도 특히 생각해 볼 부분이 있는 것 같습니다. 이 드라마는 이미 결말이 지어졌고 지난 시간을 회상하는 이야기잖아요. 첫 화에 등장한 감옥에 있는 광인이 량음이라는 건 함께 연재하는 웹툰 '연인'을 토대로 어느 정도 기정사실화가 되었는데요.
만약 장현이 살아 있다면 량음이 저런 곳에 갇혀 있도록 그냥 내버려 뒀을까요? 1화의 시기적인 배경이 1659년 효종 10년이라고 나오는데 그렇다면 벌써 15년이나 흐른 거잖아요. 장현은 양천과 구잠뿐만 아니라 길채에게 자신이 죽었다는 거짓말을 해서 이 모든 사달을 만든 량음을 미워했으면서도 청에 온 량음에게 잘 왔다며 품을만큼 자신의 사람을 아끼고 챙기는 인물이죠.
게다가 장현은 각화의 협박 때문에 조선의 포로를 구하기 위해 그렇게나 사랑한다던 길채를 포기하고 조선에 돌려보낸 전적이 있습니다. 그런 그가 멀쩡히 살아서 길채와 행복하게 살고 있으면서 자신의 사람인 량음이 갇혀 있는데 더군다나 자신이 오기를 기다리고 있는데 구하지 않는다는 게 말이 되질 않죠.
량음과의 사이가 막판에 더 틀어졌을 수도 있지만 사초에는 분명 군관 무리 중에 하나가 광증에 걸렸다고 기록돼 있어서 이장현과 광증에 걸린 량음이 한 무리였음을 나타내고 있거든요. 한 회를 연장해서 21화로 종영을 한다는 소식이 있던데 만약 급하게 결말을 바꾸는 거라면 원래는 죽었어야 할 장현이 마지막 화에선 짠하고 나타나서 "너무 오래 걸렸지?" 하며 량음을 구해내는 이야기로 갈 수도 있겠지만요.
어떤 식으로든 작가가 엔딩에서 시청자들의 정서를 잘 녹여내서 좋은 드라마로 끝을 맺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그럼 다음 주도 드라마 <연인> 18화 본망 사수 하시길 바라고요, 해피엔딩을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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