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충격과 혼란의 도가니탕이었던 <7인의 탈출> 5화였습니다. 19금 딱지가 붙는다고 해서 너무 잔인하고 끔찍한 장면이 나오면 어쩌지 하고 걱정했었는데 드라마가 진행될수록 지금 내가 뭘 보고 있는 건가 생각밖에 안 들더라고요. 섬에 도착한 33인이 악에 취해 환각 상태에서 유니콘을 보고 환상의 과일을 따먹고 절벽이 무너지고 멧돼지의 습격을 받고....
정말 개연성이 하나도 없는 전개에 그 조악한 CG를 보면서 "SNL 보고 있는 건가 코미디 프로그램인가?" 하는 물음표를 갖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제작비가 470억이라는데 어디다 쓴 걸까 의문도 들었고요. 하지만 드라마는 악인들을 섬안에 가둬 놓고 서서히 조여 오는 미스터리 앞에 하나둘씩 죽고 죽이는 서스펜스가 아니라 이 섬에서 탈출한 이후 그들을 압박하는 경찰 수사와 메튜의 보이지 않는 협박으로 분열되고 파괴되는 악인들을 보여 주는 것이 주된 목적인 것 같더라고요.
로스트 기타 영화들과는 많이 다르게 흘러가는 것 같아서 약간 실망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 안에서 나름의 재미를 찾아보기로 했습니다. 우선 마지막에 등장한 이 남자가 누구인가에 대한 궁금증이 가장 클 것 같은데요. 복면을 쓰고 등장한 그의 옷에 보면 '보름들 선착장'이라는 마크가 붙어 있습니다. 앞서 섬에 도착한 그들이 선착장으로 구조 전화를 걸었었고, 이후 그곳에서 일하는 직원이 구조 명목으로 온 것 같지만 이건 뭐 누가 봐도 메튜의 설계 중에 하나죠.
딱 일곱 명밖에 보트에 탈 수 없다는 그의 말을 시작으로 이곳에서 더 잔인한 생존 게임이 펼쳐지고 결국 악인 일곱 명만이 섬을 나가게 될 테니까요. 이 사람의 눈매가 엄기준과 너무 닮아서 처음엔 메튜리라는 정체를 숨기기 위해 화상 흉터가 있는 척 분장한 채 그가 직접 악인들 앞에 등장했다고 생각했는데요.
화상이라고 하면 떠오르는 사람이 한 명 더 있잖아요. 방다미의 양 어머니 집에 불이 나서 죽었다는 민도혁의 동생 민재혁이요. 김순옥 작가 드라마의 특성상 죽었다는 사람이 살아 돌아오는 경우가 많은데 오늘도 그 시작이 방칠성 회장이었고 이렇게 또 줄줄이 살아날 것 같잖아요?
게다가 생각해 보면 민도혁은 처음부터 이 7인의 악역에 들어가기엔 다미에게 지은 죄가 다른 악인들에 비하여 크지 않죠. 예고편에는 방울이의 작명가라는 협박 메시지가 있는데 이건 호텔에서 만난 한모네를 방다미 오해해서 학교로 찾아가 난동을 부린 것을 뜻하는 것 같은데 그건 말 그대로 오해였을 뿐인 데다가 이후엔 방다미에게 직접 사과하며 그녀를 청소년 심리 센터에 데려다 주기까지 했었잖아요.
물론 그곳에 K가 있었기에 다미에게 진짜 도움이 된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여하튼 도와주려고 한 행동은 맞으니까요. 이후 양진모의해 가족까지 잃어서 오히려 민도혁은 이들에게 원한을 가지면 가졌지 이들과 한 패거리로 다미를 괴롭힌 단죄를 받을 인물로 보기엔 무리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 결국 그는 메튜의 조력자가 아닐까 싶은데요. 양진모와 금라희에게 매튜리의 사진을 떡하니 구해 준 것이 민도혁이였습니다. 그가 대단한 정보력을 가졌다고는 하지만 5년간 비밀에 싸여 그 누구도 메튜리의 정체에 대하여 모른다는 설정인데 유일하게 얼굴이 버젓이 찍힌 사진을 찍었다는 것은 메튜의 협조 없이는 불가능했을 것 같거든요.
아마 양진모와 금라희에게 신뢰를 얻고 그들을 섬으로 유인하여 메튜리의 계획을 완벽하게 실행시키기 위한 히든카드로써의 역할을 하는 것 같습니다. 또 그들이 무자비한 악인인 만큼 언제 어떻게 예상을 빗나가는 돌발 행동을 할지 모르니까 옆에서 컨트롤할 수 있는 항시 대기 팀의 역할도 하는 것 같고요.
거기다가 예고편에 보면 그는 어딘가에 전화를 걸어 이건 정말 엄청난 특종이라며 섬에서의 일을 외부로 발설해 악인들을 곤경에 빠뜨리는 것 같은데 이 역시 그들에게 해를 가하는 것으로 매튜리가 하려는 행동과 그 방향성이 같다고도 볼 수 있죠.
지난 5년간 자신의 가족을 해친 것이 양진모였음을 알게 되었고 매튜리와 함께 이 복수극에 뛰어들어 설계자가 아니라 플레이어로서 악인들 옆에서 직접 그들과 상황을 통제하고 관리하고 매튜리에게 정보를 전달해 주는 조력자가 된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어머니와 동생이 불길 속에서 극적으로 살아났다고 해도 저런 치명적인 화상을 입었고 뱀 같은 양진모게 휘말린 것이니 그 복수를 하려고 들었을 것 같고 매트리의 도움으로 가족들이 치료를 통해 생명을 구했다면 더더욱 은혜를 갚기 위해서라도 이런 역할을 자처하지 않았을까 싶네요.
김순옥 작가의 특성상 앞으로 드라마의 전개가 어디로 튈지 몰라서 이렇게 추측하는 게 의미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긴 하지만 그래도 이왕 시청하기 시작한 거 작가보다 더한 상상의 세계를 펼치며 드라마의 재미를 찾아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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