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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잠> 정보

영어 제목: Sleep, 2022
개봉: 2023.09.06
장르: 미스터리
국가: 한국
등급: 15세 이상관람가
러닝타임: 94분
평점: 9.5
출연진: 유재선(감독), 정유미(수진 역), 이선균 Seon-gyun Lee(현수 역)

  
영화 <잠> 줄거리

행복한 신혼부부 ‘현수’(이선균)와 ‘수진’(정유미), 어느 날, 옆에 잠든 남편 ‘현수’가 이상한 말을 중얼거립니다. "누가 들어왔어.” 그날 이후, 잠들면 마치 다른 사람처럼 변하는 ‘현수’, 깨어나면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하는 ‘현수’는 잠들면 가족들을 해칠까 두려움을 느끼고 ‘수진’은 매일 잠드는 순간 시작되는 끔찍한 공포 때문에 잠들지 못합니다. 치료도 받아보지만 ‘현수’의 수면 중 이상 행동은 점점 더 위험해져 가고 ‘수진’은 곧 태어날 아이까지 위험에 빠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갖은 노력을 다해보는데…

 

영화 <잠> 예고편

영화 <잠> 리뷰, 후기, 감상평

유재선 감독의 스릴러 영화 <잠>입니다. 칸 국제영화제의 비평가주간 부분에 진출했다고 해서 개봉 전부터 관심이 갔는데 감독의 첫 장편 연출작이더라고요. 얼마나 괜찮길래 초청이 된 거야 기대를 좀 하긴 했었는데, 영화 신선했습니다. 이게 사람에 따라 호불호가 있을 것 같긴 한데 근래에 본 영화들 중 가장 재미있었다는 표현보다 가장 신선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일상적인 공간에서 가까운 사람에 의해 일어나는 공포, 영화의 전반적인 스포일러를 포함해서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주인공 한 명 한 명의 입장이 되어 생각을 해보는 캐릭터 감정의 리뷰가 되길 바랍니다. 그런데 이 영화는 스포를 당하고 봐도  재밌을 것 같긴 합니다.

 

 

영화는 평범한 신혼부부의 일상에서 시작합니다. 출산을 앞두고 있지만 본인의 커리어에도 충실한 여자 '수진'과 배우의 꿈을 향해 달려가는 만년 조연 '현수', 둘은 서로를 응원하며 가족이라는 그 무엇보다 중요한 의미를 잃지 않기 위해 하루하루 되새기는데요. 사건은 갑작스럽게 시작합니다. 두 사람이 자고 있던 어느 날 밤, 수진은 남편의 중얼거리는 이상 행동을 목격하게 되고 그날 이후 남편 현수의 기이한 몽유병 증상은 나날이 심각해져 갑니다.

 

 

깨어나면 아무것도 기억을 못 하는 데다가 곧 있으면 아이까지 태어나는데 두 사람이 공포는 그렇게 서로를 조여옵니다. 스토리만 보면 딱 느낌이 오시죠. 한정된 공간에서 펼쳐지는 심리 공포물이겠구나 생각했어요. 남편은 기억을 못 하는데 날고기를 우걱우걱 먹는다든지 갑자기 의식 없이 투신을 하려고 한다든지, 기어코 중반부쯤에 두 사람이 키우던 강아지까지 죽이게 되죠. 솔직히 이 초반부가 너무 무서웠습니다. 

 

 

개인적으로 공포 영화를 못 보기도 하고 제법 깜짝깜짝 놀래키더라고요. 이번 작품 공포 수위에 대해서 궁금해하실 분들 계실 것 같은데 이미 보고 오신 분들은 필요 없는 질문이긴 하지만 영화가 많이 무서운가? 상대적이긴 하지만 부분적으로 꽤 무서운 구간이 있다는 게 의견입니다. 앞서 말한 초반부에 대부분이 몰려 있는데 확실히 영화가 관객을 긴장으로 꽉 묶어놓기 위해 의도적으로 장치를 많이 심어놨더라고요.

 

 

중반부부터는 크게 공포스러운 장면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긴장감이 유지됐습니다. 그런 거 생각하면 초반에 깜짝깜짝 놀라게 하는 장치가 참 영리하지 않았나 생각되네요. 물론 정통 공포영화 수준에는 턱없이 모자라긴 하는데 쫄보인 사람이 보기엔 이 정도도 충분히 무서웠다는 느낌입니다. 이런 충격적인 고난에도 불구하고 두 사람은 노력을 합니다.

 

 

아니 강아지를 죽일 정도면 당분간 태어날 아기를 위해 별거를 하거나 할 텐데 이 두 사람은 가족이라는 믿음의 의미 앞에서 계속 노력이라는 걸 합니다. 이런 거 보면 사랑이라는 게 참 놀랍지 않습니까? 병원도 다니고 약물도 복용하고 방문에 자물쇠도 만들고, 여러 노력에도 불구하고 현수의 수면 중 이상 행동은 나날이 위험해져 갑니다. 그리고 영화가 절반쯤 온 시점, 수지는 출산을 하게 돼요.

 

 

여기까진 예상했던 내용의 예상했던 장르였습니다. 그런데 이후부터 이야기가 변조되기 시작해요. 영화를 좋게 보셨던 분들이 아마 이 구간에서 변화하는 예상치 못한 주제에 매력을 느끼셨을 겁니다. 중반 이전까지는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려는 영화 같거든요. 현수의 몽유병의 이유는 뭘까? 그는 진짜 몽유병에 걸려 있는 것일까? 물론 중·후반부, 그에 대해 파헤치고 이유도 드러나긴 합니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 더 중요한 건 한 사건에 대한 진실이 아니라 그 사건을 바라보는 다양한 시선과 믿음에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중·후반의 내용을 말하기 전에 개인적인 의견을 말해본다면, 영화 <잠>은 언뜻 한정된 공간에서 벌어지는 밀실 공포처럼 보이기도 하고 보이지 않는 무언가와 대치하는 오컬트 영화로 보일 수도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이번 작품을 다양한 믿음에서 다가오는 불가항력적인 공포에 대한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다양한 공포가 혼합돼 있다 보니 좀 더 입체적으로 보이기도 하고요. 사람에 따라 다른 의견을 말하는 재밌는 토론을 할 만한 영화로 보이기도 했습니다. 가족이라는 관계의 믿음 앞에서 두 사람은 휘청거립니다. 그 와중에 아랫집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소식과 무당의 이야기를 들은 수진에겐 새로운 믿음이 싹트기 시작해요. 아기를 지켜야 한다는 마음과 남편에 대한 공포 속에서 그녀는 아랫집 할아버지의 영혼이 남편의 몸에 들어갔다고 믿게 됩니다.

 

 

심지어 집에서 굿을 할 때 할아버지의 목소리가 "너와 함께 있고 싶다." 그런 이야기를 하기도 했고요. 남편의 입장 한번 볼까요? 본인이 상해를 입힌다는 죄책감과 언제든 아내와 아기를 해칠 수 있다는 불안감에 어떻게든 몽유병에서 탈출하려 합니다. 병원에선 더 센 약을 받으려 하기도 하고요. 점차 시간이 지날수록 실제로 좀 나아져 보이기도 합니다만 부인은 믿질 못하죠. 그가 아무것도 하지 않았음에도 그를 의심하고 주시하고 결국 부인 수지는 정신병원에 입원을 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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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법 시간이 흘러 병원에서 몽유병이 완치되었다는 소견을 받은 현수는 수진을 데리러 정신병원에 갑니다. 하지만 그녀는 이미 퇴원을 했고 먼저 집에 돌아가 부적이 한가득 붙여진 집에서 그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녀의 말대로라면 오늘 밤 자정까지 할아버지를 빼지 못하면 영영 빼지 못하기에 어떻게든 할아버지를 내쫓아야 합니다.

 

 

여기서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부분은, 두 사람은 각기 어떤 믿음을 가지고 있나요? 남편 현수는 약물에 의해 자신이 완치되었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고요, 부인 수지는 남편의 몸에 할아버지 영혼이 들어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지금이 두 사람은 서로를 이해할 수 없어요. "나는 지금 다 나았는데 왜 그러는 거지? 할아버지 영혼이 들어있는데 왜 그러는 거지? 두 사람에겐 부부로서, 가족으로서, 믿음은 이미 소멸되었습니다.

 

 

아니 너무 사랑하기에 소멸시킨 것이겠죠. 본인이 생각하는 믿음에 의해 서로를 부정하고 역설적으로 서로를 구원하려 합니다. 영화는 초반부터 깔아놓은 빈틈없는 밑밥으로 두 사람의 행동에 대한 구멍을 찾기 어렵게 만들어 놨어요. 캐릭터의 설정, 성격, 소품을 통해 두 사람의 믿음과 신념이 팽팽하게 대치됩니다.

 

 

이 사람의 입장에선 이게 맞는 이야기고 또 반대로 저 사람의 입장에선 그게 또 맞는 이야기, 결국 남편의 몸에서 할아버지 영혼을 불러오는 데 성공합니다. "내가 졌다. 떠나겠다." 그렇게 남편의 몸속에서 떠나는 할아버지. 하지만 남편의 직업은 배우죠. 마지막까지 실제로 할아버지 영혼이 나간 것인지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남편이 연기를 한 것인지 명확하게 알려주지 않은 채 비로소 평온하고 깊은 잠에 들게 되는 두 사람의 얼굴로 영화는 막이 내립니다.

 

 

<마무리>

결과적으로 이 모든 것이 다양한 믿음에 의해 파생된 이야기, 물론 당연히 답은 없겠습니다만 의외로 영화의 결말은 닫힌 결말입니다. 일단 부인 수지는 할아버지가 나갔다는 걸 믿게 되면서 평원을 찾았고요, 남편 현수는 부인이 다시 돌아왔다는 것에 대해 평온을 찾았으니까요. 참 신기한 영화입니다. 중반부부터는 "이렇게 흘러간다고?" 하면서 의외로 되게 신나게 봤습니다.

 

 

조만간 영화를 또 볼 생각인데, 그땐 또 의견이 달라질 수도 있지 않을까 예상해 봅니다. 어떤 면에선 '곡성'이 생각나기도 하고 또 어떤 면에선 '유전'이 생각나기도 하고, 앞으로가 너무너무 기대되는 감독입니다. 과연 다음 영화로는 어떤 소재를 가지고 오실지 궁금해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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