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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그녀의 취미생활> 정보

영어제목: Her Hobby, 2023
개봉: 2023.08.30
장르: 미스터리/범죄
국가: 한국
등급: 15세 이상관람가
러닝타임: 118분
평점: 7.8
수상내역: 27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2023

줄거리: 폐쇄적인 시골 마을에 살고 있는 연약해 보이지만 강인한 여성 ‘정인’, 도시에서 이사 온 뭐든지 다 알고 있는 것 같은 여성 ‘혜정’, 이들이 만나 펼쳐지는 가장 아름답고 강렬한 킬링 워맨스릴러입니다. 

 

 

영화 <그녀의 취미생활> 출연진

하명미(감독), 정이서(정인 역), 김혜나(혜정 역), 우지현(광재 역, 황정남(재순 역)

영화 <그녀의 취미생활> 예고편

영화 <그녀의 취미생활> 리뷰, 후기, 감상평

한국 독립영화 <그녀의 취미생활>입니다. 여름이 다 지나고 나니 미스터리 스릴러를 개봉하네요. 무더위에 개봉했으면 오싹하다고 소문나서 흥행했을 것 같기도 한데요. 여름 텐트폴 영화 빅 4가 기대에 한참 못 미쳐 실망했던 까닭에 그런 생각이 강하게 듭니다. 지금이라도 많은 이들이 봤으면 하는 영화 <그녀의 취미생활> 후기를 남겨봅니다.

 

영화 <그녀의 취미생활>은 한적한 시골 마을에서 우연히 이웃으로 만난 '정인'과 '혜정'의 이야기입니다. 정인은 어린 시절 할머니와 함께 이곳에 살았습니다. 결혼 후 도시로 나갔지만 남편의 폭력에 시달리다 시달리다 다시 돌아왔습니다. 반면 혜정은 병원장이 살았던 집에 새로 이사 온 외지인으로 마을 주민들과 전혀 다른 삶을 살고 있는 인물입니다. 

 

정인은 과수원 일과 밭일로 아르바이트를 하며 살아갑니다. 일꾼이 필요하다고 하면 거의 반강제로 동원되는 분위기죠. 혜정은 오픈카를 타고 골프를 즐기는가 하면 반말을 내뱉는 주민을 거침없이 반격하는 등 당당한 모습을 보이는 한편 배척의 대상으로 자리합니다. 

 

정인과 혜정, 두 사람이 안면을 튼 것은 은밀한 밤의 일입니다. 오래전부터 정인의 집과  원장댁 사이에 지름길을 만들었고 마을 사람들 모르게 이용해 왔었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병원장이 살던 집과 혜정을 통틀어 원장댁이라고 부릅니다. 잡초를 뽑고 꽃을 심으며 관리했었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잡초만 무성한 상황이었죠. 정인은 그날 이후 다시 꽃길을 가꾸기 시작합니다.       

 

영화 <그녀의 취미생활> 초·중반은 정인과 혜정이 가까워지는 과정을 담고 있습니다. 혜정은 그동안 제대로 누리고 즐기지 못했을 것이 분명한 정인을 위해 다양한 취미생활을 준비합니다. 시골의 삶과 거리가 먼 듯 보이는 은밀하고 풍성한 취미생활이 이어지면서 정인의 얼굴에 미소가 비칩니다. 

 

그러나 얼마 후 행복한 취미생활에도 미묘한 긴장이 감돌기 시작합니다. <그녀의 취미생활> 영화의 감상 포인트가 바로 이 부분인데요. 숨통을 트는 것인지 아니면 숨통이 막히고 있는 것인지 혼란스러운 나날, 관객은 안도와 불안 사이를 오가게 됩니다. 영화는 이를 짐작한 듯 정인과 혜정의 과거사를 야금야금 내려놓으며 따라가 집지 않고는 궁금해서 못 견디게 만들고 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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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과 혜정이 심리적 유대를 공고히 하는 과정이야말로 영화의 백미인 것 같습니다. 관객이 선과 악을 나누고 고민하는 사이 고요했던 마을에 범죄의 기운이 스며듭니다. 남의 불행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는 사람들이 생각 없는 말과 행동으로 죄를 저지르는 가운데 돈 냄새를 맡은 정인의 전 남편이 찾아온 것입니다. 조금씩 안정을 찾아가던 정인은 불안에 떨고 혜정은 의미심장한 표정을 짓습니다. 

 

정인은 다시 구렁텅이에 처박힐 것인가. 정인은 "정 못 참겠으면 아무도 안 볼 때 확 꼬집어버리라."라는 할머니의 말과 "평생 도망치며 살 수 없다."라는 혜정의 말을 떠올립니다. 그리고 일생일대의 결심을 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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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그녀의 취미생활>에는 불행이 거듭될수록 가해자를 탓하는 대신 혹시 자신에게 무슨 문제가 있는 것 아닌지 자책하는 인물, 죄를 저지르고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인물, 악을 눈앞에서 지켜봤음에도 가벼이 여기고 윤리 기준을 파괴하다 못해 같은 생각으로 뭉치는 사람들이 등장합니다. 정인은 전자에 속한 인물입니다. 

 

힘들고 지쳤지만 의지할 곳이 없어 불행이 시작된 곳으로 돌아온 정인이 안타까웠습니다. 마냥 순진하고 약하게만 보이는 정인이 암암리에 범죄를 묵인하는 동네에서 살아남기란 얼마나 힘이 들까요? 그래서 혜정이 나타났을 때 정인을 예전과 다른 모습으로 이끌어줬으면 하는 바람이 생겼던 것 같습니다. 

 

혜정 역시 내가 원하고 바라는 유형의 인물이 아닐 수 있겠다는 생각 때문에 불안과 긴장이 밀려왔고 끝까지 긴장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나 의외의 반전과 시너지가 있어서 다행이었죠. 그런데 이걸 다행이라 해야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선과 악의 영역으로는 판단할 수 없는 지대를 담아 생각할 거리를 주는 영화 <그녀의 취미생활>,  '킬링 워맨스릴러'라고 해서 핏빛 작렬하는 야한 이야기를 상상했었는데 예상외의 반전도 있고 서스펜스도 있고 현실적인 부분도 반영돼 있어서 재미있게 느껴졌습니다.

 

 

정이서·김혜나 배우의 연기도, 마침 적절한 캐스팅도 한몫을 한 듯합니다. 볼만한 한국 독립영화, 재밌는 미스터리 스릴러 영화를 찾는다면 추천하고 싶습니다. 강렬하고, 은밀하고, 씁쓸하고, 복합적인 감정이 가득했던 한국 독립영화 추천 <그녀의 취미생활>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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