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소용없어 거짓말> 11화는 학천해수욕장 뒤편 야산에서 발견된 엄지의 백골 시신에 관한 이야기로 시작했죠. 그리고 이 사실을 알게 된 엄지 오빠 최엄호가 엄지의 죽음을 확인하자마자 그 모든 분노를 도하에게 쏟아붓는데요.
기자를 꼬드겨서 도하가 살고 있는 집에 주소를 알아냈고 빈집인 걸 확인하고는 도하가 돌아올 때까지 복도에서 기다리고 있었죠. 이후 참고인 조사를 마치고 돌아오는 도하의 모습과 집 앞에 온 도하를 칼로 찌르는 최엄호의 모습을 보여주며 드라마가 끝이 났는데요. 정확히 도하의 얼굴이 나오지 않아서 칼에 찔린 사람이 도하가 맞냐 아니냐에 대한 시청자들의 궁금증이 커진 가운데 도하가 아니라 다른 인물이 칼에 찔렸을 것 같습니다.
우선 두 사람 모두 검은 옷을 위아래로 입었지만 집 앞에 도착한 도하의 모습을 보면 도하는 소매를 걷어 올려서 팔목이 다 드러나는데 칼에 찔린 남자는 손목 아래까지 길게 소매가 내려와 있는 걸 볼 수 있고요. 이때 손가락의 방향도 도어록에 비밀번호를 누르는 게 아니라 도어록을 지나서 그 위에 초인종을 누르려고 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게다가 결정적으로 도하가 칼에 찔리는 거였다면 도하의 얼굴이 나오지 않게 연출을 할 필요가 없었겠죠. 지난 10화의 예고편을 보면 도하가 기자들에게 둘러싸인 장면이 나오는데 이것이 아마 공식 홈페이지에 12화 미리 보기에 나온 '도하를 취재하기 위해 병원에까지 몰려든 기자들'이라는 문구의 한 장면인 것 같거든요. 칼을 맞은 도하가 저렇게 멀쩡하게 병원복도에서 기자들에게 둘러싸일 수는 없겠죠.
아마 최엄호가 다른 인물을 칼로 찌른 뒤 도하가 뒤이어 집 앞으로 왔고 피를 흘리고 있는 피해자를 발견하고는 병원으로 옮겼고 그 과정에서 그의 손에 피가 묻은 장면이 10화의 예고편에서 나온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칼에 찔린 사람은 누구일까요? 아마 도하가 피아노 반주를 해줬던 편의점 아르바이트생 영재이거나 그의 형인 아틀란티스의 메인보컬이 아닐까 싶은데요.
그는 동생과의 통화에서 김도하의 곡을 받을 수 없냐며 눈물을 흘리면서 자리를 좀 마련해 달라는 부탁을 했고 이에 동생 영재는 조금 더 친해지면 부탁을 해보겠다고 했죠. 더 이상 기다리고만 있을 수 없었던 그가 도하에게 직접 부탁을 해보려고 동생을 데리러 지난밤에 방문한 적이 있던 도하의 집에 찾아갔다가 엄지 오빠에게 칼을 맞았을 수도 있을 것 같고요. 아니라면 형의 말이 신경 쓰였던 동생이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마치고 밤늦게 도하를 만나러 그의 집으로 갔다가 이런 봉변을 당한 것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 늦은 밤에 찾아갈만큼 둘 중에 더 조급하고 간절한 건 형 쪽이라서 아마 형이지 않을까 싶은데요. 어쨌든 이 일로 엄지의 오빠는 살인 미수죄로 감옥에 가게 되겠죠. 이게 아무리 범죄 피해자의 남은 가족인 유가족의 참담한 심정을 그렸다지만 최엄호는 너무나 그 방식이 비정상적이고 폭력적이라서 시청자로 하여금 공감이나 동정심을 불러일으키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아무리 동생의 살해범이라고 오해를 하고 있긴 해도 확실한 증거 없이 자신의 추적만으로 과거에도 도하를 칼로 찌른 적이 있고 얼마 전엔 샤온을 납치했고 이번에 또다시 칼로 사람을 찌르는 등 너무 심각한 범죄를 계속해서 저지르는 모습이 나와서 이건 좀 지나치다 싶더라고요. 이 사건으로 그가 감옥에 들어가며 더 이상 그 어떤 범죄도 저지르지 못하게 되길, 그리고 웬만하면 드라마에도 더 안 나오길 진심으로 바라고 있습니다.
그리고 예고편에서 도하가 누군가를 주먹으로 때리며 "당신이 엄지를 죽였어." 하는 장면이 나오는데요. 이 인물이 누구일지, 우리가 알고 있는 등장인물 중에 한 명일지 아니면 완전히 새롭게 등장하는 인물일지는 아직 미스터리인데요. 현재까지는 조득찬이 가장 의심스럽긴 한데 사건에 대한 단서가 그렇게 많이 나오진 않아서 당시 사건의 목격자였다는 학천 슈퍼마켓 사장님의 증언을 들어볼 필요가 있을 것 같아요.
그런데 한 가지 아쉬운 것은 엄지의 살인 사건은 사실 잠깐잠깐, 짧은 등장에도 긴장감을 확 높이는 텐션으로 짧고 굵게 나와야 하는데 너무 엄지의 살인사건에 관한 이야기가 늘어지고 있다 보니 시청자들이 흥미를 잃고 있다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시청자들은 스릴러물을 기대하고 <소용없어 거짓말>를 보는 게 아니니까요.
로맨스 코미디 장르물로써 두 주인공의 알콩달콩한 모습을 기대하는 건데 그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고 스토리가 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는 것 같아서 조금 아쉬웠습니다. 어쨌거나 이 사건은 빠르게 마무리되고 도하·솔희 커플의 달달한 모습을 다시 볼 수 있게 기대하며 11화도 <소용없어 거짓말> 본방사수 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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