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의 끝>
드디어 전쟁이 끝나고 평화로운 일상으로 돌아왔습니다. 인조는 청나라의 왕을 만나러 가는 길에 신하들과 같은 옷을 입고 출궁 하였죠. 이는 인조 역시 이제부터 청나라의 신화와도 같기에 의복 또한 신하의 의복으로 맞춘 것으로 보입니다.
전쟁이 끝나 평화가 찾아와 폐허가 된 능군리로 돌아온 사람들, 그리고 다행히도 길채 아버지, 여동생, 남동생을 살아서 만나게 됩니다. 다만 은애의 경우 아버지를 잃어버렸죠. 사실 어떻게 보면 길채 역시 아버지를 잃은 것과 다름없습니다. 전쟁통에 은애 아버지의 희생으로 살아남은 길채 아버지는 그 충격으로 인해 정신을 놔버린 것 같죠.
길채 아버지가 멍하게 하늘을 보며 행복했던 회혼식을 기억하는 장면이 나왔는데 여기서 길채 아버지는 은애 아버지의 등을 보다가 이내 무언가를 손짓하는 손을 응시하는 시점으로 바뀝니다. 이는 전쟁통에 자신을 대신해 희생한 은애 아버지의 뒷모습을 지켜만 봐야 했던, 자신이 유인할 테니 숨어 있으라는 손짓을 보냈던 전쟁통의 은애 아버지의 뒷모습이 가장 행복했던 회혼식 때 모습과 겹쳐 보이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가장 행복했던 기억과 가장 아팠던 장면이 겹친 것이죠. 은애 아버지와 길채 아버지는 서로 자식을 낳으면 사돈을 맺기로 약속했으나 둘 다 딸을 낳아 어쩔 수 없이 벗으로 남은 사이일 정도로 깊은 사이였으니 은애 아버지의 죽음이 크게 다가온 것 같네요.
어찌 됐든 전쟁이 끝나면서 드라마 전반에 깔려있던 긴장감 역시 조금 느슨해졌는데요. 오늘 회차부터 길채와 장현의 알콩달콩한 장면이 나오지 않을까 싶었는데, 웬걸 답답한 고구마가 많았죠. 강화도에서 길채를 구했으나 엇갈린 두 사람, 장현의 공을 가로챈 무관 구원무, 은애와의 혼인을 앞둔 시점에서 길채를 향한 뜬금없는 연준의 고백, 이 모든 상황을 뒤에서 지켜본 장현, 매 회차마다 사이다가 있었던 <연인>이었는데 오늘은 사이다가 없어 아쉬웠습니다.
<연준을 향하는 길채>
도대체 연준과 길채는 어린 시절 무슨 일을 겪었길래 길채가 연준을 이렇게 잊지 못하는 걸까요? 길채의 절친 은애는 연준을 향한 길채의 마음이 사랑이 아님을 확신하고 단순히 학창 시절 선생님을 향한 동경과도 같다고 말하고 있으며 연준 본인 역시 길채의 마음은 그저 어린아이들이 갖고 싶은 장난감을 얻지 못해 애태우는 마음이라고 단정 짓죠.
아니 마음이란 건 본디 본인이 가장 잘 아는 것일 텐데 저 둘이 저렇게 단정 지을 정도인데 길채 본인이 계속해서 연준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 모습이 살짝 답답하더라고요.
<길채의 마음>
드라마 <연인> 소제목에 '몹시 그리워하고 사랑한 연인'이라고 적혀 있는데 지금까지 쌓인 서사만 보면 이게 길채와 장현을 얘기하는지 길채와 연준을 얘기하는 건지 헷갈릴 정도입니다. 그래도 오늘 비혼을 추구하는 장현이 어떤 여인을 내 것으로 만들 수 있는 방법이 그뿐이라면 혼인이란 것을 하겠다고 마음을 내비쳤던 장면, 솔직한 마음을 고백하고 꽃밭에서 입맞춤하며 연모하지는 않아도 날 잊지는 말아 달라는 말 등 장현은 길채에게 거짓 없이 자신의 마음을 고백했죠.
전쟁 소식에 가장 먼저 장현을 봤던 길채, 장현이 처음으로 떠난다는 소식에 면경을 봐도 기분이 좋아지지 않는 길채가 이제는 더 이상 헷갈리지 말고 연준을 동경하는 마음을 버리고 장현에게 마음을 열었으면 합니다.
개인적으로 장현이 어린 시절에 아버지를 부르며 울부짖는 트라우마가 있었듯이 길채에게도 어린 시절 트라우마가 있었으며 이를 연준이 도와줌으로써 이 사건을 계기로 길채가 연준을 동경하게 된 것이 아닐까 추측해 봅니다.
그 특정 사건을 알기에 연준도 은애도 길채의 마음은 사랑이 아닌 동경이라고 치부하는 것이고요. 이와 관련된 에피소드는 남은 회차에서 알 수 있겠습니다. 이장현이 청으로 떠나면 오랜 기간 만나지 못할 두 사람인데, 부디 청으로 떠나기 전 길채는 연준에 대한 동경을 접고 자신이 진정으로 사랑하는 장현에게 마음을 열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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