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현과 길채의 이별>
오늘은 조금 평범하게 가나 싶었는데 막판에 사람 울컥하게 만들어버리네요. 이 드라마가 다른 드라마와 차이점이 있다는 것을 확실히 느낀 건 이 드라마를 이끌어가는 주인공 중 한 명인 길채가 위급 상황 때 아이만은 살려달라는 여인을 밀치고 자신이 아끼는 종종 이를 끝까지 지키는 선택을 하는 장면에서 너무 아름답게만 꾸며진 게 아닌 굉장히 현실성 있는 연출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기적으로 보일 수 있지만 대부분 사람은 길채와 같은 선택을 할 수밖에 없겠죠. 오늘 청나라는 군량이 없는 남한산성을 천천히 굶겨주기는 작전을 쓰다가 갑자기 급하게 조선의 왕에게 출궁 하라 협박하고 강화도를 습격하는 등 적극적인 행동에 나섰죠. 이 행동의 이유는 바로 청나라 군에서 마마라고 불리는 천연두가 발병했기 때문입니다.
청나라 황제와 간부들은 천연두가 퍼지고 있다는 사실을 감추려 했지만 눈치가 빠른이 이장현은 이 사실을 누구보다 줄 알았죠. 남한산성을 안에서 굶겨 죽이는 기다리는 작전을 쓰다가 급하게 화해를 독촉하며 홍이포를 쏘아대는 상황, 폐하를 위험에 빠뜨렸다는 붉은색 옷을 입은 병사를 죽이는 용골대, 그리고 마지막 확신이 죽은 까마귀였습니다. 이장현은 죽어버린
까마귀를 한참 보면서 생각에 잠기죠.
까마귀는 사람의 시체를 파먹는 새입니다. 특히 전쟁지역은 까마귀에게 있어 뷔페와도 다름없죠. 굶어 죽을 걱정이 없는 전쟁지역에서 까마귀가 죽은 것을 보고는 이장현은 역병이 돌고 있다고 유추한 것 같습니다. 역병에 걸린 시체를 새가 파먹은 것으로 본 것이죠. 허나 조선에 있어서 청나라 진영에서 역병이 도는 것은 마냥 좋은 일은 아닙니다. 어서 빨리 조선에서의 일을 마무리하고 돌아가야 한다는 신호탄과 같죠.
그 때문에 청나라는 강화도를 습격하는 명령을 내렸고 이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이장현은 자신이 했던 말을 지키기 위해 강화도로 떠났습니다. 허나 역병에 걸린 병사의 피가 얼굴에 튀었던 장현은 강화도에 도착 후 상태가 좋아 보이진 않았죠. 그래도 끝끝내 길채를 찾고 또 한 번 길채의 목숨을 구해줍니다. 달빛에 약속했던 대로 둘은 강화도에서 다시 만났네요.
이제 조선은, 그리고 길채와 장현은 어떻게 될까요? 강화도까지 함락당은 조선은 더 이상의 전쟁은 무의미하다고 판단, 이제 청에게 무릎을 꿇을 것으로 보입니다. 조선의 임금이 출궁 하여 청의 황제에게 무릎을 꿇는 일, 다들 아시다시피 삼존도의 치욕이죠. 인조는 청의 황제 앞에 세 번 무릎 꿇고 9번 머리를 조아리게 될 것입니다. 이것으로 청과의 전쟁은 끝을 맺으나 조선은 청의 아우가 되어 인조의 아들 소현세자와 세자빈을 청에 볼모로 보내게 됩니다.
그리고 그런 소현세자를 곁에서 지키는 사람이 바로 이 장현이 될 것으로 보이는데요. 우선 예고편을 보면 전쟁이 끝나고 길채는 고향으로 돌아오는 곳으로 보이죠. 이장현 역시 능금리 마을로 돌아온 것으로 보입니다. 이미 폐허가 되어버린 마을이지만 이 마을은 곧 다시 생기를 찾겠죠. 현재 갑작스럽게 피를 토하는 이장현 역시 몸을 회복한 후 아주 잠깐의 행복한 시간을 보낼 듯합니다.
포스터에 나왔던 이 장면을 드디어 볼 수 있는 것 같죠. 둘이 처음 만났던 계절이 꽃이 핀 계절이었는데 다시 돌아와 꽃이 피는 계절을 함께 하네요. 항상 그랬듯 티격태격하겠지만 더 깊은 서사가 쌓일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이 행복이 길지는 않을 것 같죠. 예고편에서 장현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낭자, 우리 청나라에 갈까?" 아무래도 장현은 청나라에 가야 하는 어쩔 수 없는 상황이 생긴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 상황은 너무나 특출 났기에 전시 상황에 눈에 띌 수밖에 없던 장현을 가장 빨리 알아차린 사람, 세자를 모시는 내시 '표언겸'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위험을 무릅쓰고 세자를 모시기 위해 죽음을 각오하고 다시 남한산성으로 돌아가는 것만 봐도 표언겸은 충직한 신하입니다.
충직한 신하 표언겸은 청나라에 볼모로 끌려가는 세자와 세자빈을 지키기 위해서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인재, 누구보다 청나라에 대해 아는 것이 많고 능력도 특출 난 이장현이라는 인재를 함께 보내는 방법을 생각했을 겁니다. 그리고 실제 역사적으로도 청나라에 볼모로 끌려가는 소현세자를 곁에서 모시던 사람 중 장현이라는 인물이 있습니다.
이름도 똑같은 걸로 보아 이 장현이라는 가상의 인물의 모티브가 된 것을 알 수 있죠. 1화에서 역시 1659년 효종 10년 봄, 지평 신이립이 쫓는 소현세자와 관련된 사초에 빈번하게 등장하는 사내의 이름은 이장현이었죠. 즉 장현이 조선을 떠나 소현세자와 함께 청나라에 가는 것은 기정사실인 것으로 보입니다. 소현세자가 청에 볼모로 잡혀있는 시간은 총 6년, 길채가 장현을 따라 청나라에 가지 않게 된다면 이 둘은 6년이라는 시간을 떨어져 지내야 합니다.
<장현과 소현세자>
이른 나이에 혼인했던 조선시대를 생각하면 다 큰 성인에서 6년이라는 시간은 매우 큰 의미를 가지는데 이 둘의 인연이 어떻게 이어질지는 앞으로 남은 회차에서 확인할 수 있겠습니. 길채와 장현의 러브스토리 이외에도 중요한 것이 남아 있죠. 바로 장현과 소현세자의 관계입니다.
1화에 나왔던 사초의 기록, "그때의 군관 무리 중 군관답지 못한 이 가 있어 보도하는 도리를 잃어 세자를 미혹하여 그릇된 일에 담기게 하니 무리 중 하나가 하늘의 벌을 받아 점차 광증이 생겨 상께서 이르길 다시는 해를 볼 수 없게 하라." 여기서 세자를 미혹하는 사람으로 표현되는 사람이 이장현으로 보이죠. 아마 청에 볼모로 잡혀있는 6년이란 시간 동안 장현은 소현세자에게 많은 것을 가르치는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조선의 '절' 명분을 답답하게 생각하며 실리를 추구하는 장현은 자신의 합리적인 생각을 소현세자에게 많이 가르칠 것으로 보입니다. 실제로 소현세자는 청에서 서양 과학기술을 배웠으며 1645년 귀국 당시 천문·과학·종교에 관한 많은 서적을 가지고 왔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런 깨어있는 생각이 6년 후 조선 돌아왔을 때 소현 세자를 위협하는 상황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역사학자 중에는 청에서 돌아온 소현세자가 성리학을 중요시하는 조선에서 개혁 정치를 꿈꿨으나 일찍이 죽음으로써 조선이 성장할 수 있었던 기회가 막혔다고 얘기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조선에 돌아와 얼마 지나지 않아 죽어버린 소현세자를 두고 '독살되었다.', '풍토병이다.' 등 다양한 추측들이 많아 드라마나 영화에서도 흥미로운 소재로 많이 사용되는 부분이죠.
아마 드라마 <연인>에서도 이와 관련한 스토리가 펼쳐질 것으로 보이는데요. 사초에 '세자를 미혹하여 그릇된 일을 담기게 하니'라는 부분을 보며 깨어있는 사람이 된 세자를 미혹되었다고 표현하는 걸로 보아 계몽의 씨앗을 가져온 소현세자에게 꼬투리를 잡는 곳으로 보입니다. 소현세자가 임금의 자리에 앉는 걸 반대하는 세력이 있는 것으로도 보이죠.
1화에 나왔던 청나라 군인이 아닌 조선인들을 상대로 칼을 드는 이장현의 상황 역시 소현세자가 왕의 자리 있는 것을 반대하는 세력에 의해 소현세자를 곁에서 모셨던 이장현이 조선에 돌아와 억울한 누명을 쓰게 된 상황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렇게 생각해 보면 소현세자는 청에서 6년간 볼모로 잡혀있다 조선에 돌아온 지 3개월 만인 향년 33세에 눈을 감았으니 만약 길채가 청에 따라가지 않아 6년 동안 장현과 보지 못한 상황이라면 당연히 조선으로 돌아온 지 3개월이 채 되지 않은 상황에서 또 이렇게 가슴 아픈 상황이 벌어지는 것은 아닐까 걱정이 되네요.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