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에서 방영하는 금토 드라마 <연인>이 입소문을 타며 시청자들의 인기를 얻고 있는데요. 이 드라마는 조선 후기 일어난 병자호란을 시대적 배경으로 하고 있는데 마침 어제 방영한 <연인>의 5회는 오랑캐가 쳐들어오자 주인공인 이정현이 마음에 품고 있는 여인 유길채에게 가장 안전한 곳으로 여기는 강화도로 피난 갈 것을 당부합니다.
그리고 예고편을 보면 그의 말을 믿은 길채가 강화도로 떠났지만 그곳에서 오랑캐들의 위협을 받게 되는 모습이 나오는데요. 이때 이장현의 말과 달리 강화도는 오랑캐에게 함락당하며 안전한 곳이 아니라 그야말로 참상을 당하는 곳이 됩니다. 결국 이정현이 길채를 강화도로 보낸 것은 사랑하는 여인을 사지로 내몬 것이나 마찬가지인 결과가 되어버리는데요.
드라마 속에서 상술도 밝고 문무에도 두루 능통한 절대 범접 불가의 능력치를 가진 캐릭터로 그려지는 이정현이 왜 이런 선택을 했을까요? 거기에는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습니다. 강화도는 고구려부터 삼국시대를 거쳐 고려와 조선에 이르기까지 아주 중요한 군사적 요지였죠.
1232년에는 몽골군의 침입에 맞서 수도를 강화도로 옮기고 30년 동안 항쟁하기도 했던 쇠로 된 성곽과 끓는 연못 같은 해자에 둘러싸인 성이란 뜻의 '금성탕지'로 불린 곳입니다. 때문에 조선의 조종은 전란 시 수도인 한성의 방어가 어려우면 왕을 강화도로 파천한다는 방비를 세우고 있었으니 이 굳건한 요새에 대한 믿음은 주인공 이정현도 마찬가지였겠죠.
게다가 드라마 속에서 이정현이 직접 길채에게 말한 것처럼 당시 조선의 군신들은 청군은 변변한 수군도 없고 바다에도 익숙지 못하다고 여기고 있었으니까 그들의 전력으로는 철옹성 같은 강화도를 절대 뚫을 수 없다고 생각했던 거죠. 그러나 역사를 아시는 분들은 모두 아시겠지만 이 강화도는 청에 의해 단 하루 만에 함락되고 맙니다.
청의 침략 소식에 세자빈, 원손, 봉림대군 등은 강화도로 들어갔으나 인조는 청의 기습으로 피난 길이 끊기자 남한산성으로 파천했고, 이에 청은 인조가 남한산성에서 버티면서 장기전이 될 것을 알고 전쟁을 속전속결로 끝내기 위해 인조를 압박할 생각으로 조선은 꿈에도 생각지 못한 강화도를 공략합니다.
20일 동안 배를 만들고 버려진 배를 수리했다는 기록이 있는데요. 선박과 뗏목 100여 척을 만들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청군이 배를 만들겠다고 작정하고 조선으로 온 것도 아닌데 만들어봤자 얼마나 허술했겠어요. 실제로 거의 거룻배 수준의 작은 배였다고 합니다.
그런데 여기서 가장 흥미로운 점은 강화도와 김포 사이를 가로질러 흐르는 염하는 폭이 좁고 조류가 빠른 곳으로 염화수로의 조석과 조류를 잘 타면 오히려 큰 배보다 작은 배가 더 유리했다는 겁니다. 당시 기록을 보면 조선은 이미 판옥선을 가지고 있었지만 조선의 큰 판옥선들은 이 좁은 염화에서 움직이기가 어려웠다고 해요.
이순신 장군의 유명한 전투인 명량대첩에서 13척의 배로 왜군을 물리칠 수 있었던 것도 이렇게 조류를 이용한 것이었는데 병자호란에선 조선이 역으로 당해버린 것이죠. 이순신이라는 전대미문의 바다의 장군을 가진 이 조선에서 수군으로는 약하다고 손꼽히는 청에게 조악한 수준의 작은 배로 '금성탕진' 강화도를 함락당하다니 이것이야말로 삼존도의 굴욕 못지않은 굴욕 아닐까요.
어쨌든 이렇게 오랑캐가 강화도에 도하했다는 소식을 들은 이장현이 강화도로 와 길채를 지키기 위해 절대 지지 않을, 그리고 절대 칠 수 없는 싸움을 시작하는 것 같죠. 사실 이 전투의 결과는 모두들 알고 있지만 주인공 이장현에게는 나라를 위해서 임금을 위해서라는 대의가 아니라 사랑하는 여인을 지키고 싶다는 결심으로 비롯된 것입니다.
길채를 구할 수만 있다면 절대 질 수 없는 싸움을 할 이유는 충분한 것이겠죠. 방영할 6회에서 그런 이장현의 활약을 기대하며 월화 밤 9시 50분, <연인> 본방 사수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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