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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이 다가오면서 여름 못지않게 다채로운 신작 영화들이 속속 개봉하고 있습니다. 넘사벽 '아바타'의 기세에 눌려서 빛을 보지 못하는 영화들도 많아서 아쉬움이 많은데요, 영화 <더 메뉴>는 어떤 영화인지 간단하게 리뷰하겠습니다.
영화 <더 메뉴> 정보
개봉 2022.12.07
장르 스릴러
국가 미국
러닝타임 107분
등급 15세이상관람가
평점 8.0
영화 <더 메뉴> 줄거리
외딴섬에 위치한 고급 레스토랑, 디너 180만 원, 단 12명에만 주어지는 특별한 초대에 참석하게 된 커플, ‘타일러’와 ‘마고’.
셰프 ‘슬로윅’의 예술의 경지에 이른 요리에 '타일러'는 환호하지만 '마고'는 무언가 심상치 않음을 느낍니다. 코스 요리가 하나씩 나올 때마다 셰프가 설계한 완벽한 계획 아래 기이한 일들이 펼쳐지는데…그들이 이곳에 초대받은 이유는 무엇일까? 숨겨졌던 위험한 비밀이 밝혀집니다.
영화 <더 메뉴> 전개, 느낌
극강의 흡입력과 폭발력을 지니고 있는 이 영화는 스릴러와 블랙 코미디 장르를 파인 다이닝이라는 소재와 절 버무린 작품인데요. 작품이 좋았던 점을 말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영화가 시작되자마자 보게 된 영화는 한국 영화 '끝까지 간다' 이후 오랜만인 것 같습니다. '끝까지 간다'가 매캐하고 땀 냄새 가득한 범죄물이라면 '더 메뉴'는 시종일관 우아한 품격 속에서도 서슬 퍼런 날이 제대로 서 있는 우화처럼 보입니다.
이미 시놉시스나 예고편을 통해서 영화의 대략적인 줄거리를 파악하고 객석에 앉은 관람객들이 많았지만, 100여 분간의 러닝 타임 동안 한시도 눈을 뗄 수 없게 만드는 힘은 이 영화가 가진 어마어마한 동력을 새삼 체감하게 만듭니다. 아닌 게 아니라 관객들은 정확히 영화 속 12명의 등장인물로 구성된 '손님'이 앉은 위치에 앉게 됩니다.
이 부분에서는 영화 '미드소마'가 생각나기도 했는데요. 최고급 요리를 맛보러 왔다가 영화 초반 충격적이고 기이한 체험을 하게 되는 고객들은 이게 도대체 무슨 상황인지를 되물으면서 그 순간부터 꼼짝없이 식탁에 앉은 채 이 끔찍한 코스에 끝까지 동참하게 됩니다. 영화의 소재와 연출이 그 자체로 매우 감각적인 탓도 있겠지만 관객이 이 영화 속 현장으로 초대될 수 있는 원동력은 바로 배우들의 연기라고 보입니다.
'더 메뉴'는 연극적인 요소가 강한 작품처럼 보입니다. 제한된 공간을 무대 삼아 펼쳐진다는 것, 그리고 정교하게 짜인 동선 속에서 일종의 즉흥성을 허락한다는 점에서도 그렇습니다. 그 안에서는 영화 속 이상한 제의에 동참하겠다는 무언의 약속을 하고 있는 듯한 연기가 펼쳐집니다. 주인공 한 명을 제외하고는 딱히 열연이랄 게 없는 연기처럼 보이지만 가장 이 소재와 장르에 적합한 연기로 보이기도 합니다.
영화 속 상황은 뭔가 그럴 듯도 하지만 실제에서 일어나기 힘든 맥락처럼 느껴지고 "왜 저 인물은 저렇게 당하고만 있지?"라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하지만 대다수의 관객들은 이런 개연성이나 허구성에 의문을 갖지 않고 영화에 몰입하게 됩니다. 이렇게 실제와 허구 사이 그 어딘가 경계에 있는 이 장르를 겉돌지 않게 하는 것은 바로 배우들의 섬세한 표정과 동선이 아닐까 합니다.
특히 랄프 파인즈의 연기는 마치 물과 같다는 생각을 했는데 초반부터 조용한 카리스마로 관객을 사로잡다가 마침내 끓는점에 도달한 절정의 순간 만찬을 광기의 현장으로 바꿉니다. 영화 '더 메뉴'는 예술에 대한 단 하나의 잣대나 정답만을 고집하는 일부 예술 소비 행태를 꼬집는 것만 같습니다. 어떤 영화를 보고 나서 다양한 해석을 해보는 재미가 있을 겁니다. 하지만 영화를 해석만 하다 보면 영화 자체를 순수하게 즐길 기회를 놓치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어쩌면 영화가 주는 본연의 맛을 천천히 음미했을 때 영화의 메시지를 체험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가끔 영화를 보고 나서 그 감상을 음식에 자주 비유하기도 하는데요, 이 영화는 예술과 음식이 맞닿아 있는 묘한 지점을 건드리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영화에서 슬로윅은 모든 것을 계획합니다. 마치 영화를 찍는 연출가처럼 짜인 시나리오에 맞게 자신의 목표를 향해서 무시무시한 행보를 이끌어 나가죠.
하지만 영화에선 이런 계획에 찬물을 끼얹는 마고라는 우연히 등장합니다. 어쩌면 슬로윅은 마고의 등장과 함께 펼쳐지는 예상치 못한 우연과 즉흥성을 모두 안고 화룡점정을 찍게 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하는데요. 정해진 틀 안에서 계획대로 이행한 끝에 나오는 결과물만이 좋은 작품을 만드는 예술의 기준인지, 그것이 예술인들이 지향해야 할 점인지를 반문하는 영화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영화 <더 메뉴> 예고편
영화 <더 메뉴> 마무리
특히 영화 첫 장면은 암전 속에서 시작하는데 오케스트라의 조율하는 소리는 수석 바이올리니스트의 급작스러운 불협음으로 멈춰 섭니다. 마치 영화 속 셰프와 요리사들의 행위를 사전에 묘사하는 것만 같았습니다. 다만 블랙 코미디적 요소가 강조됐던 슬로윅의 개인적인 복수의 명분보다는 영화 초반 자연과 인간의 문명을 비교하며 설명하던 대사처럼 슬로윅의 뒤틀린 세계관이나 강박이 더 드러났다면 어땠을까 아쉬움이 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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