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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의 소녀>... 제목이 노골적으로 향수를 불러일으킵니다. 그때는 모든 사람들이 말끝마다 밀레니엄이니 종말이니 하면서 천년왕국을 말하고 웃긴 일들을 연출하며 세상의 종말을 걱정했던 시절입니다. 뭔가 큰일이 벌어질 것 같은 두려움과 호기심이 가득했던 시절이었는데 지금은 사람들이 웃으면서 그때가 좋았다고 하는 걸 보면 100년을 지난다는 게 그리 쉬운 일이 아닌 것 같아요. 그런 의미에서 20세기와 21세기를 살아온 사람들에게는 특별한 경험을 지녔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넷플릭스 영화 <20세기 소녀>는 위태롭지만 아름다운 그 시대의 이야기를 그린 청춘 드라마입니다.
영화 <20세기 소녀> 정보
공개 : 2022년 10월 21일
장르 : 드라마, 멜로/ 로맨스
채널 : 넷플릭스
국가 : 대한민국
출연진 : 김유정, 변우석, 박정우, 노윤서, 한효주
감독 : 방우리
러닝타임 : 119분
[1] 영화 <20세기 소녀> 줄거리
1999년, 17세 소녀 '보라(김유정)'와 친구들의 이야기입니다. 보라의 가장 친한 친구 '연두(노윤서)'는 심장 수술을 받기 위해 미국으로 떠나면서 한 가지 부탁을 합니다. 그녀는 자신이 마음속에 품고 있는 짝사랑을 관찰해 달라고 부탁합니다. 연두가 좋아하는 소년의 이름은 '백현진'이고 보라는 친구 연두를 위해 계획을 세웁니다. 계획이라는 것은 '백현진(박정우)'에 대한 정보를 알아내기 위해 그의 절친 '풍운호(변우석)'에게 접근하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쉽게 전개되지 않습니다.
[2] 엇갈린 첫사랑
청춘드라마 그리고 로맨스, 첫사랑은 멜로 영화의 단골 소재입니다. 넷플릭스의 < 20세기 소녀>는 '친구의 첫사랑'으로 시작하여 '나의 첫사랑'으로 이어지는 스토리 라인입니다. 연약한 친구가 한 명쯤 등장하고, 약간의 오해가 우정을 위협하고, 첫사랑의 상대가 바뀌면서 소동이 벌어집니다. 결국 모든 게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는 스토리, 어디선가 많이 보셨을 것 같은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보라 비디오 대여점'의 딸 보라와 약한 심장을 가진 연두는 절친입니다. 연두는 미국을 가서 심장 수술을 받을 것을 결심하지만 좋아하는 학생 때문에 망설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보라는 건강이 더 중요하다며 연두를 설득해 미국으로 보냅니다. 대신 보라는 연두의 짝사랑 '백현진'의 일상을 관찰하고 연두에게 메일을 보내며 비밀을 공유합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순조롭게 진행되었던 관찰일기를 유지하기가 점점 더 어려워집니다. 백현진에 대한 정보를 얻기 위해 우회해서 접근했던 '풍운호'가 보라의 마음을 흔들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한편 자신감 넘치는 백현진은 보라의 마음을 오해하고 시건방을 떨기 시작하고, 상황이 묘하게 흘러갑니다. 엇갈린 사랑, 속 타는 상황을 어찌해야 할까요...
<20세기 소녀>의 절정은 우정과 사랑의 갈등입니다. 약간의 오해로 우정이 찢어지고, 소녀의 마음이 갈등과 슬픔으로 가득 찬 지경에 이르게 됩니다. 결국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고 일이 잘 풀릴 줄은 알지만 설렘 반, 걱정 반이 됩니다. 잘못하면 두 소녀 모두에게 커다란 상처를 줄 수 있기 때문에 영화를 보는 내내 속으로는 "어서 말을 해!"라고 수없이 외치게 됩니다.
[3] 연기력이 살린 진부함
시간이 지날수록 보라와 연두는 서로의 감정을 이해하고 배려합니다. 예상대로 되어 갑니다. 친구들에게 응원까지 받은 보라는 재빨리 마음을 가다듬고 첫사랑 앞에서 당당해집니다. 이런 전개에 기분이 좋아지는가 싶었는데, 하지만 너무 평탄하게 가는 게 아닐까 불안함이 엄습한 순간, 터질 것이 터지고야 말았습니다. 첫사랑은 평탄할 수가 없죠. 그게 첫사랑의 묘미 아닐까요.
"첫사랑은 이루어지지 않기에 아름다운 것!"이라는 말이 있는데, 영화 <20세기 소녀>가 다시 한번 상기시켜 주네요. 넷플릭스 영화 <20세기 소녀>의 스토리는 새로운 것을 기대하면서도 예상한 대로 전개되는 것을 보면 너무나 스테레오 타입의 뻔한 내용이라 무슨 재미로 영화를 볼까 싶지만, 이 작품을 추천하고 싶은 이유는 김유정 배우를 비롯한 배우들의 열연이 볼만한 가치가 있기 때문입니다.
가끔은 유치해서 손발이 오글거리는 것 같고, 김유정이 연기하는 '보라'를 보면 다시 감정이 북받쳐 과거로 돌아가는 느낌이 듭니다. 화장을 하지 않아도 예뻤던 그 시절, 우정과 첫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가슴 두근거렸던 시절의 속마음까지 이해할 수 있기에 배우들의 연기에 눈을 뗄 수가 없었던 것 같네요.
[4] 추억의 시간여행
영화를 보는 동안 내가 주인공이 된 것 같은 기분이고, 과거의 매우 흡사한 추억의 조각을 가져와 멋지게 장식해 봅니다. 추억을 장식하고 아름답게 만드는 일, 아주 가끔 이런 작업을 해보면 한동안 행복합니다. 넷플릭스 영화 <20세기 소녀>는 기억을 회상하는 효율적인 트릭으로 감정을 자극합니다. 뻔하지만 보는 재미가 있는 작품입니다.
이 아름다운 시절을 친구들과 함께 보면서 21세기를 넘어오기 전의 추억이 담겨있는 비디오 가게, 데미소다 오렌지 맛, 방송반 친구들, 수학여행, 선생님 몰래 마시던 술 등 귀여웠던 추억을 이야기해도 좋을 것 같네요. 그 시절을 모르는 현대인들에게는 배우 김유정을 통해 시간여행을 해보는 재미있는 시간이 될 수도 있겠습니다. 볼 가치가 있는 로맨스 영화이고, 멜로 영화, 청춘 드라마를 좋아하시는 분들께 추천하고 싶습니다. 추억을 소환하고 아름답게 장식할 수 있는 영화, 무뎌진 감성에 울림 주는 것도 좋을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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