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어트의 압박감에 의사들을 만나면 "선생님 저 짜장면은 딱 두 젓가락, 탕수육은 정말 세 개밖에 안 먹었어요."라고 말합니다. 얼마나 힘드셨을까요? 그 맛있는 음식들을 앞에 놓고 참은 것이 고통이었을 겁니다. 그런데 의사 선생님들은 칭찬할 마음이 별로 없겠죠.
이렇게 다이어트에 별 도움이 되지 않는 소위 나쁜 음식을 양만 줄였을 때 나타나는 문제는 두 가지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음식의 종류와는 상관없이 음식의 양만 줄임으로써 나타나는 문제점 두 가지, 첫 번째는요, 다이어트에 나쁜 음식을. 아주 조금만 먹음으로써 지속적인 식욕과의 싸움에 돌입하게 된다는 점입니다. 항상 배고프고 포만감을 느끼지 못하는 상태가 계속 반복되다 보니 결국은 폭식식으로 이루어지게 되겠죠. 두 번째 단점은요, 나쁜 음식을 조금만 먹음으로써 다이어트에 정말 필요한 꼭 필요한 좋은 음식을 먹을 기회를 차단당하게 된다는 점인데요, 몸속 지방은 굶겨 죽이는 것이 아니라 태워 없애야 하는 거라는 거 꼭 기억해 주시기 바랍니다. 근데 지방을 태우기 위해서는 불쏘시개도 필요하고 성냥도 필요하죠. 땔감이 지방이 충분하다고 하더라도 이런 도구들이 없으면 지방을 태워 없애기가 힘듭니다.
그럼 지방을 태우기 위해서 꼭 필요한 불쏘시개가 어떤 음식에 해당될까요? 바로 단백질과 식이섬유, 그리고 비타민과 미네랄입니다. 그런데 이런 영양소와는 상관없는 즉 내가 좋아하는 살찌는 나쁜 음식을 조금만 먹겠다는 식사 패턴은 땔감의 부족 사태를 일으키게 되고 결국은 지방 대사를 억제시키게 됩니다. 이것이 바로 여러분이 그렇게 적게 먹고 있는데도 '나는 살이 왜 안 빠져?' 하는 이 딜레마에 답이 되는 것입니다. 그럼 어떤 것이 좋은 음식이고 어떤 것이 나쁜 음식일까요? 바로 밀가루 음식입니다. 의사들이 "면이나 빵 대신에 한식 한상으로 식사를 하세요."라고 말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같은 탄수화물인데 왜 밥을 꼭 먹어야 하죠?"라고 반문합니다. 그렇네요, 같은 탄수화물인데 왜 밥은 되고 밀가루는 안 될까요? 여기 재미있는 실험이 있어서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똑같은 칼로리의 흰쌀밥, 쌀과 보리밥의 혼합식, 그다음에 짜장면, 그리고 햄버거를 먹게 한 뒤에 식후 혈당과 체중을 체크하는 실험인데요, 대학생 8명에게 처음에는 흰쌀밥 600kcal를 먹이고 30분 이후부터 30분 간격으로 혈액을 채취해서 혈당을 체크해 봤어요.
그다음 날은 쌀과 보리쌀이 절반씩 섞인 밥을 먹인 뒤에 똑같이 채혈을 했고요, 그리고 그다음 날은 짜장면, 그리고 마지막 날은 햄버거, 이런 식으로 혈당을 체크해 봤어요. 이때 쌀밥, 보리밥, 짜장면, 햄버거의 열량은 당연히 모두 같았습니다. 결과는요, 네 예상하신 대로입니다. 식후 혈당 변화는 짜장면이 가장 높게 나타났고 햄버거, 쌀밥, 그다음 쌀보리 혼합식 순이었습니다. 특히 쌀보리의 혼합식은 혈당 변화도 크지 않았고요, 장시간 일정하게 혈당이 유지되는 가장 바람직한 상태를 나타냈습니다. 반대로 자장면과 햄버거 같은 밀가루 음식의 경우 식후 혈당이 급상승했을 뿐만 아니라 식후 4시간이 지나자 혈당이 급격하게 뚝 떨어지는 패턴을 보였습니다. 당연히 4시간마다 강렬한 식욕을 느끼게 되고, 이것이 지속되면 인슐린이 과도하게 분비돼서 인슐린 저항성이 생기게 되겠죠. 이 과정에서 남은 당분은 지방으로 차곡차곡 저장되는 것이고요. 밀가루 음식을 먹었는데 왜 지방이 있느냐고요? 실제로 햄버거를 먹은 뒤 중성 지방이 두 배 수준으로 높아졌을 뿐만 아니라 이 수치가 3시간 이상 지속되었다고 합니다.
햄버거야 원래 지방이 많으니까 그렇다 치더라도, 그럼 자장면은 어떨까요? 자장면도 마찬가지로 중성지방의 수치를 높였습니다. 반면 쌀보리 혼합식은 중성지방이 오르지 않았으며 경우에 따라서는 도리어 중성지방 수치가 떨어지기도 했습니다. 그럼 한 끼가 아니라 지속적으로 밀가루 음식을 주식으로 하면 어떤 결과가 생겼을까요? 역시 관련 실험이 있습니다. 40명을 20명씩 두 그룹으로 나누어서 8주 동안 한 그룹에는 쌀보리 혼합식을 먹였고요, 다른 그룹에는 2일 동안의 여섯 끼 중에서 세끼는 흰쌀밥 나머지 새끼는 샌드위치, 짜장면 국수와 같은 면, 피자 등의 밀가루 음식을 골고루 섭취시켰습니다. 그랬더니 두 실험군에서 8주 사이에 1kg의 차이가 나타났다고 합니다. 2개월 동안 1kg이면 별 차이가 없겠구나 하시겠지만 정말 별 차이가 아닐까요? 2개월에 1kg이라면 1년이면 6kg이죠. 더구나 비만 환자분들의 경우 이런 식사 패턴이 계속 계속 이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수십 년을 이런 식단을 계속 먹고 있는 것이죠.
무엇보다 이 실험에서는 그래도 입식, 그러니까 쌀밥과 병행을 한 경우지만 비만 환자분들의 경우를 보면 거의 밥은 먹지 않는 분들이 의외로 꽤 많습니다. 밥 대신 무얼 드실까요? 대부분은 밀가루 음식입니다. 그럼 쌀가루 음식은 어떨까요? 쌀가루 음식 역시 그다지 사정이 다르지 않다는 것입니다. 실험과 같이 잡곡을 섞는 경우나 현미밥인 경우가 가장 아름다운 결과를 가져오겠지만 그냥 흰쌀이라고 하더라도 밥으로 드시는 경우는 혈당이나 중성지방의 형성이 그래도 낫다고 합니다. 쌀국수, 쌀가루로 만든 떡, 이런 음식에서는 훨씬 혈당 관리가 쉽지 않고 마찬가지로 중성지방 역시 더 많이 쌓이게 됩니다. 다이어트에 가장 좋은 식단은 잘 차려진 반공기 정도로 줄여놓은 밥과, 그리고 더불어서 염분과 당분을 대폭 줄여놓은 반찬들로 이루어진 한식의 한상이라고 합니다. '우리 것이 좋은 것이여!'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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