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나의 피투성이 연인> 정보
개봉일 : 2023년 11월 15일
국가 : 한국
장르 : 드라마
등급 : 12세 관람가
러닝타임 : 155분
감독 : 유지영
출연진 : 한해인, 이한주, 오만석, 최희진, 박미현 外
영화 <나의 피투성이 연인> 줄거리
주목받는 신인 작가 ‘재이’와 성실한 영어 강사 ‘건우’는 비혼, 비출산 커플이다. 그들에게 찾아온 뜻밖의 임신, 자신의 삶을 원하는 ‘재이’와 우리의 삶을 원하는 ‘건우’, 함께라는 미명 아래 다른 꿈을 꾸는 두 사람은 조금씩 무너져간다. 우리 안에서 나를 지킬 수 있을까?
영화 <나의 피투성이 연인> 예고편
영화 <나의 피투성이 연인> 리뷰, 후기, 감상평
제목이 강렬합니다. '나의 피투성이 연인'이라니요. 얼마나 상처를 받은 인물이 등장하길래 이런 제목을 지었을지, 그 '연인'이란 게 누구를 가리키는지 궁금했습니다. 영화 <나의 피투성이 연인>은 비혼, 비출산 커플의 이야기입니다.
서로 다른 가치관을 가진 두 사람이 만나 함께 살면서 부딪히는 문제들이 많지만 꿈을 위해 누군가의 희생이 필요한 상황이 되면 그때는 어떤 결정을 내려야 할까요? 한바탕 폭풍이 지나간 후 비로소 차분하게 마주하는 현실, 지극히 현실적이어서 아프고 공감이 실렸던 영화 <나의 피투성이 연인>이었습니다.
영화 <나의 피투성이 연인>은 신인 작가 '재이'와 영어 강사 '건우'의 이야기입니다. 두 사람은 비혼, 비출산 커플이죠. 뛰어난 실력으로 출간 제의를 받은 재이와 성실한 강사로 인정받는 건우는 특별한 불만 없이 살아갑니다. 그러나 뜻밖의 임신 소식이 전해지면서 두 사람 사이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합니다.
이제 시작 단계라 생각해 앞날에 대한 꿈으로 가득한 재이와 차근차근 걷다 보면 결국 행복에 이르게 된다고 생각하는 건우, 얼핏 잘 어울리는 커플 같지만 구체적인 목표와 속도에 있어서는 큰 차이를 보입니다. 자신의 삶이냐 우리의 삶이냐를 놓고 팽팽한 신경전이 오갑니다.
결혼과 출산으로 커리어를 잃은 선배들을 많이 봐왔던 까닭에 기회를 놓치기 싫은 재이는 병원행까지 생각합니다. 그러나 불편이 없도록 돕겠다는 건우의 회유에 아이를 낳기로 결정하죠. 임신으로 몸과 마음에 변화가 찾아오자 예전처럼 글이 써지지 않고 이런 상황이 글에 고스란히 드러나면서 박한 평가를 받게 되는 재이, 자신의 선택에 대한 후회와 앞날에 대한 불안으로 임산부가 하지 말아야 할 술과 담배까지 찾으며 이기적인 행동을 합니다. 심지어 아이를 원치 않는 여자에 대한 작품을 집필하며 현실을 부정하고 자신을 질타하기에 이르게 되죠.
한편 건우는 아이와 함께 하는 삶을 준비합니다. 그동안 평탄하게 욕심 없이 사는 것이 최선이라 생각했다면 이제는 큰돈을 벌어야겠다는 생각으로 프랜차이즈 학원 원장을 꿈꿉니다. 직접 학원을 꾸미고 노력 봉사하는 사이, 재이의 불안은 커지고 둘 사이의 대립 역시 커져가죠.
임신과 출산은 여성의 몸과 마음은 물론 삶 자체를 흔듭니다. 같은 길을 걸었던 인생 선배들의 경험은 이를 증명하죠. 내 인생을 선택하겠다고 하면 앞다투어 만류합니다. 조금만 뒤로 미루라고, 실력은 시간이 지나도 녹슬지 않는다고 회유하고 큰일을 대신해 줄 수 있을 것처럼 말합니다.
그러나 근원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없죠. 여기서 문제가 발생합니다. 건우도 나름 노력하고 있지만 일이 뜻대로 풀리지 않고 오히려 심각한 상황으로 치닫게 됩니다. 내가 내 인생을 선택하는 게 이기적인 거야? 너는 항상 내가 부족하지? 재이와 건우의 모습을 보면서 쳇바퀴, 평행선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내가 나를 아껴주지 않으면 누가 아껴주겠는가 하는 생각에 잠시 여유라도 가질라치면 어떻게 알았는지 방해 요소가 치고 들어옵니다. 정말 어쩌다 여유 시간이 허락된다 해도 그럴 때는 내가 온전히 누려도 되나, 내가 너무 이기적인 거 아닌가 싶어 포기하고 다시 지옥으로 뛰어듭니다. 몸이 고달파도 차라리 마음 편한 것이 낫다는 생각 때문이었겠죠. 재이의 심정도, 건우의 심정도 이해가 되니 한숨이 나옵니다. 결국 피투성이가 된 채 서로의 바닥을 봐야만 하는 건가요...
영화 <나의 피투성이 연인>은 잔잔하게 흐르지만 긴장이 가득합니다. 제법 긴 러닝타임에 OST가 없어서 독특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후반부로 갈수록 건우의 서사가 강해지면서 마음처럼 되지 않는 세상에 시달려 '피투성이'가 되어가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극단적이긴 하지만 충분히 공감이 실리고 생각할 만한 가치가 있었습니다.
만일 이런 경우라면 당신은 어떤 선택을 하겠는가... 영화 <나의 피투성이 연인>은 끊임없이 질문하고 있었습니다. 엔딩 크레디트가 오르도록 끊이지 않는 타자 소리가 마치 감독의 질문처럼 들리기도 했죠. 귀에 소리를 구겨넣는 것처럼 집요하게 들리는 타자 소리. 그렇게 반복해서 질문할만큼 중요한 문제가 아닌가 싶습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