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헝거게임: 노래하는 새와 뱀의 발라드> 예고편
영화 <헝거게임: 노래하는 새와 뱀의 발라드> 줄거리, 결말
<헝거게임> 시리즈의 번외 편, 프리퀄이 2023년 11월에 개봉했습니다. 사실 <헝거게임>은 8년 전에 끝이 났었죠. 이제 와서 이미 끝난 시리즈의 번외 편을 왜 제작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관객들의 이해를 돕기 위한 제스처로, 또는 쇼비즈니스와 엔터테인먼트 업계가 하는 일이 다 그렇고 그렇다는 추측만 한번 해봅니다.
영화 <헝거게임>의 세계관은 망해버린 미래의 북미 대륙에 판엠(Panem)이라는 독재국가가 건설돼 수도 '캐피톨'과 주변을 13개 구역으로 둘러싸고 있는 형태의 국가에서 반란의 싹을 없애기 위한 방편으로 멸망한 13 구역을 제외한 나머지 구역에서 남녀 1명씩 2 명의 조공인들을 구성해 24 명이 참가하는 생존 서바이벌 게임을 벌이도록 하고 이를 생방송으로 송출하는 것이 큰 테두리입니다.
오프닝에서 전쟁의 뒷면과 전쟁이 불러오는 인간의 본능과 광기에 대한 이야기가 잠깐 나오며 사람 목숨이 오가는 전쟁에서 진정한 인간의 본성이 나오는 법이라고 보여주죠. 그리고 기울어가는 스노우 가문의 아들 '코리오 스노우'가 사촌누나 '티그리스'와 함께 끝까지 버티고 살아남는 장면이 스윽 지나갑니다.
<헝거게임: 노래하는 새와 뱀의 발라드>는 세 개의 챕터로 진행됩니다. [챕터 1. 멘토] 몇 년 후 코리오 스노우는 캐피톨 아카데미를 매우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하는 최고의 학생에게 주어지는 '플린스상'을 당연히 받을 거라 예상하며 대학진학과 가문을 되살릴 기회의 꿈에 부풀어 있는데요, 친구인 '세자누스 플린스'가 상을 받지 못할 것이라고 귀띔해 주자 의아하게 생각하던 중 '하이바텀' 총장으로부터 올해는 플린스 상의 수상방식이 변경됐다며 헝거게임에 참가하는 각 구역별 조공인들의 멘토가 되어 그들과 함께 결과를 나누게 됐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망연자실합니다.
그래도 코리오 스노우가 누굽니까? 이에 굴하지 않고 자신의 조공인이 누군지 파악한 다음, 조공인과 협력해서 어쨌든 헝거게임에서 우승하려고 합니다. 코리오 스노우는 자신에게 배정된 12 구역의 조공인 노래하는 가수 '루시 그레이'와 손잡고 게임에서 우승하기 위해 다른 멘토들은 생각하지도 않는 일들을 실천에 옮기는데요.
동물 우리에서 구경거리가 되고 있는 조공인 루시를 방문해서 꽃을 건네며 환심을 사려하고, 루시가 노래하는 모습을 생방송으로 본 캐피톨 시민들은 그 전과 달리 '헝거게임'에 관심을 갖습니다. 루시는 코비라고 알려진 일종의 아나키스트, 집시 마인드, 저항의식을 가진 그룹의 사람으로 생존을 위해 자신의 멘토인 스노우를 믿어보기로 하고, 게임이 시작되기 전 방송에 노출되는 기회가 생기자마자 노래를 불러 사람들의 마음을 훔쳐오면서 지지를 받는 데 성공하죠.
그 무렵, 게임메이커인 '골' 박사는 헝거게임을 향한 사람들의 관심이 사라지자 무슨 수를 쓰든지 관심을 붙들어두려고 하는데, 때마침 야망이 있는 스노우라는 녀석이 헝거게임의 흥행유발요소를 지적한 보고서를 써서 올리는 바람에 잘됐다 싶어서 그의 아이디어를 채택합니다. 그것은 조공인들에게 지지와 응원세력인 '팬덤'을 모으고 붙여주라는 것이었죠.
스노우는 자신의 조공인 루시와 함께 게임장 체험에 나섰다가 반란군의 습격과 폭파로 인해 큰 부상을 입은 상황에서 루시가 구해주자 거의 팀의 동료처럼 생각하게 되고 단순하게 우승하라는 격려만 하는 것이 아니라 주변환경을 이용해 생존할 수 있는 요령을 알려주면서, 혹시나 어떤 위급한 상황에서 쓸 수 있는 마지막 카드인 독극물도 건네줍니다.
[챕터 2. 상 Prize] 폭탄테러로 인해 망가진 게임장에서 드디어 제10회 헝거게임을 시작하는데요, 게임시작 알람이 울리면 중앙에 있는 무기 아이템을 갖고 생존 서바이벌 게임을 실행하는 룰은 똑같습니다. 루시는 스노우가 알려준 대로 일단 몸을 숨기는 것부터 하려는데, 동료 제섭과 함께하려 한다는 점이 조금 난관으로 작용합니다. 아무튼 게임이 시작되고 잔혹하기 이를 데 없는 동맹 배신 죽음이 이어집니다.
이와 함께 "독재가 없는 혁명과 악(惡)이 없는 선(善)을 추구하지만 다소 현실감이 없는 정의로운 친구" 세자누스가 게임이 진행 중인 헝거게임장에 들어가 같은 2 구역 출신의 친구이자 조공인 마커스의 죽음을 추모하는 통에 잠시 생방송을 멈추고 스노우가 들어가 구해오는 과정에서 조공인을 죽이면서 자신의 내면에서 잠자고 있던 악의 기운이 깨어남을 느낍니다.
그리고 게임의 마지막에 골 박사가 맹독을 지닌 뱀들을 푼다는 사실을 알아내고 루시의 땀을 닦아주던 손수건을 뱀들이 우글거리는 수조에 풀어서 루시의 냄새에 익숙하게끔 반칙을 행한 결과, 루시를 제외한 모든 조공인들이 뱀에 물려 죽고 루시를 향해 올라가던 뱀들이 마치 루시의 노래를 듣고 홀린 것처럼 죽이지 않는다는 기적을 연출하는 데 성공하고 여론을 자신과 루시의 편으로 가져오는 데 성공하며 끝내 살아납니다.
그러나 코리오 스노우가 쓴 반칙은 하이바텀 총장에 의해 들통나서 대학진학의 꿈은 개뿔, 반칙을 세상에 알리지 않는 조건을 걸어 평화유지군으로서 8 구역으로 향하게 되지만, 코리오 스노우는 마지막으로 갖고 있던 돈을 써서 12 구역으로 옮겨 가고 자신을 따라 평화유지군을 자원한 친구 세자누스와 재회합니다. 세자누스의 목적은 친구 코리오 스노우와 함께한다는 것도 있겠으나 다른 목적도 있는 것 같습니다.
[챕터 3. 평화유지군] 코리오 스노우는 단체휴가가 주어진 날, 탄광도시 12 구역 지하클럽에서 노래하고 있는 자신의 조공인 루시를 다시 만났습니다. '더 행잉 트리 The Hanging Tree'를 부르는 루시는 그때보다 훨씬 더 강인해진 모습이네요. 그리고 두 사람은 서로에게 끌리게 되죠. 두 사람은 잠시 행복을 느끼며 사랑에 빠지지만 세상이 달콤하지만은 않다는 사실을 잊고 있었네요.
한 남자가 반역행위로 인해 행잉트리에서 처형당하고 그의 연인도 감옥으로 가게 되며 12 구역에 다시 위기가 감도는데요, 이런 상황 속에서 세자누스가 반란군들을 돕는다는 사실을 알게 되며 스노우는 고민에 빠집니다. 그러나 곧 스노우는 현실적인 태도로 사람 말을 녹음해서 따라 하는 새 '모킹제이'를 이용해 세자누스의 계획을 녹음해 캐피톨의 골 박사에게 보냅니다.
결국 세자누스와 릴이 행잉트리에서 처형당하고 코리오 스노우는 자신이 장교로 2 구역으로 전출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루시와 함께 북쪽으로 도망치는 계획을 실행에 옮깁니다. 그러나 숲 속에 있는 오두막에서 코리오 스노우가 사람을 죽일 때 쓴 총이 발견됨으로써 루시를 의심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직면하고, 루시 역시 코리오가 사람 셋을 죽였다는 말실수를 통해 그가 세자누스를 배신했고 캐피톨에게 충성을 하는 위험한 인물임을 감지하며 그가 선물해 준 엄마의 유품을 숲 속에 버린 채 도주하며 덫을 놓는데요.
코리오 스노우는 루시가 놓은 덫에 걸려 뱀에게 물려가며 루시의 이름을 부르지만 사람 말을 따라 하는 새들만이 하늘을 빙빙 돌다가 총성에 놀라 날아갈 뿐 그가 쏜 총이 루시를 맞췄는지조차 알 길이 없게 됩니다. 코리오 스노우는 2 구역의 장교 기간을 생략한 채 골 박사의 부름을 받고 캐피톨에 들어오게 됩니다.
골 박사는 코리오 스노우의 흑화 가능성의 기질과 자질을 일찌감치 알아차린 후 그에게 살인과 중상모략, 평화유지군의 경험 등을 바탕으로 자신이 원하는 인재상으로 만들었으며 스노우는 그 언젠가 게임메이커 골 박사의 후계자가 될 거라는 결말을 안고, 영화 <헝거게임: 노래하는 새와 뱀의 발라드>는 끝이 납니다.
영화 <헝거게임: 노래하는 새와 뱀의 발라드> 리뷰, 후기, 해석, 감상평
<헝거게임: 노래하는 새와 뱀의 발라드>에서는 독재정치라는 틀 안에서 핍박받는 구역 사람들 중 추첨으로 정해지는 조공인들의 생존 서바이벌을 그린 영화 <헝거게임> 시리즈의 번외 편에 딱 맞는 스토리, 독재국가 판엠의 지배자 코리올라누스 스노우의 성장과 흑화 서사의 시작점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자신의 이름을 인용해 '가장 높은 곳에 눈이 쌓인다'는 말을 되풀이하고 있는 코리오 스노우의 성장과 흑화 서사에 정치, 쇼 엔터, 사랑, 저항, 세상의 이치들이 다 녹아들어 가 있습니다.
설명을 첨가하지 않아도 권모술수가 난무하는 정치판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음을 알 수 있어요. 코리오 스노우의 아버지와 하이바텀 총장의 인연을 통해서 헝거게임을 창시한 뒷얘기가 나오는데요, 하이바텀 총장이 그냥 심심풀이로 생각한 헝거게임을 스노우의 아버지가 현실에 실현시켰다는 충격적인 고백은 사실상 굉장히 정치적인 발언이자 무시무시한 생각입니다.
어차피 정해진 결과대로 게임판이 굴러가는 모습을 보여주며 사람 하나 죽이는 것쯤 엄지를 추켜올렸다 내렸다 하는 게임으로 생각하는 정치판 하고 다를 게 뭐가 있을까요? 참고로 캐릭터별 성향에 대해 알아보면 개인적으로 이 분, 하이바텀 총장이 참 좋은데요. 시니컬하고 비현실적이며 현실외면형 인간으로 높은 지위를 갖고 태어나더라도 그냥 자연인으로 돌아가실 것만 같은 성향이라 정치적으로 성공하고 싶으신 분들은 절대 이런 분들의 라인을 타면 안 됩니다
골 박사는 말이 필요 없는 절대악이죠. 코리오 스노우는 약간 경계선 상에 있는 인물이었으나 조공인의 멘토로 게임에 참가해 살인을 시작함으로써 서서히 흑화 되어 권력지향주의로 커가는 사람으로 결국 펜엠의 절대적 위치 대통령으로 자리합니다. 스노우의 친구 세자누스는 조금 답답한 선한 인간, 얼핏 성숙한 듯 보이나 부모의 그늘에서 못 벗어난 이런 친구들이 결정적일 때 멘털이 바스러져서 의외로 민폐를 끼치기도 합니다.
루시는 아직까지 행동하는 저항정신은 아니지만 반란을 유도할 수도 있는 여론몰이 전문 포텐을 갖고 있는 인간형이죠. 누나 티그리스는 진중한 조력자라로 보입니다.
목숨이 왔다 갔다 하는 게임을 미디어를 이용해 생방송으로 송출한다는 것은 권력의 시녀를 자처하는 것과 돈 되는 것이라면 뭐든 한다는 쇼 비즈니스와 엔터 업계의 속성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습니다. 그리고 스타를 탄생시키고, 스타를 지지하고 응원하는 세력(팬덤)을 만드는 이벤트와 그 팬덤의 에너지를 돈과 관심으로 연결하는 것까지도 무척 흡사합니다. 게임, 스포츠, 방송을 포함한 쇼와 엔터는 국민들을 현혹시키며 무장해제를 부르고 우민화 결과를 가져옵니다. 그래서 독재정치가들이 매우 좋아하죠.
그 와중에 코리오 스노우와 루시가 꽃피우는 사랑이라는 감정을 표현하고 있네요. 아주 치명적으로 달달하거나 매혹적인 장면을 연출한 것은 없지만, 이런 디스토피아 시절에 사랑이라니 참으로 아이러니하지 않나요? 그 사랑을 노래로 승화시킨 점은 매우 높이 삽니다. 루시 그레이의 음악성이 컨트리와 포크뮤직을 오가는 점이 인상적이었어요.
왜냐면 포크뮤직은 저항정신의 상징처럼 들려지기도 하거든요. 애초에 존 바에즈와 밥 딜런 같은 포크뮤직 싱어 송 라이터들은 구전민요에 가사를 덧입힘으로써 60년대와 70년대에 반전과 저항을 상징적으로 나타냈습니다. 기타를 둘러메고 '더 행잉트리'를 부르는 루시 그레이의 모델은 거의 반전 포크송 싱어들을 모델로 한 캐릭터라고 봅니다. 스노우가 루시를 향해 총을 쐈으나 그 결과를 말하지 않았는데요, 100% 루시 그레이는 살아 있습니다. 왜냐하면 시대불문 저항정신은 절대 죽지 않기 때문입니다.
영화 <헝거게임: 노래하는 새와 뱀의 발라드>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의상과 헤어를 바탕으로 어떤 시대를 참고했는지 유추해 보건대, 1920년대 인 듯한데요, 그 시대의 특징은 검은 황금 석유 시추로 인해 초기 자본주의가 시작한 즈음이었으며 대공황이 오기 전의 황금기로써 적힌 악보대로 연주하는 구간과 자유로운 선율이 연주되는 구간이 함께 공존하는 재즈의 시대였습니다. 즉, 돈과 실력이 있으면 다 되는 '황금만능주의'와 '기회주의' 그 문이 열리기 시작한 시대였죠.
그래서 <헝거게임:노래하는 새와 뱀의 발라드>는 세상과 인간 본성을 집중적으로 다룬 번외 편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헝거게임으로 대변되는 삶, 우리네 인생을 그린 영화라고 할 수 있으며 영화 안에 모든 요소들을 다 때려 박아서 매우 영리하게 만든 영화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백설공주 디즈니 실사판의 주인공 '레이첼 지글러'가 노래하는 코비 '루시 그레이'로 연기하고 있네요. 노래는 곧잘 합니다만, 백설공주는 아닌 것 같네요. 코리오 스노우를 연기한 '톰 블라이스'는 이 영화가 데뷔작이자 첫 주연작인 듯합니다. 대단한 행운아시네요. 그리고 골 박사 역의 비올라 데이비스의 엄청난 연기도 좋았습니다.
또 한 분 더, 하이바텀 총장 역의 피터 딘클리지도 좋았습니다. 스노우와 루시의 대화 중에 잠시 헝거게임 시리즈의 여주인공 이름 '캣니스'가 나와서 반가웠고, 그 캣니스가 뿌리감자의 종류라는 사실도 의미 깊었습니다. 식물의 자양분이 되는 햇살과 물이 흘러들어 가 땅 속에서 구황작물 감자가 열리게 돼있으니 이 또한 널리 퍼져가는 저항정신을 상징하는 것이 아닐까요.
노래하는 새로 대변되는 저항정신과 뱀으로 대변되는 정치판은 서로 대적하면서도 필요한 경우 손도 잡겠지요? 믿을 놈 하나도 없는 것이죠. 영화 <헝거게임: 노래하는 새와 뱀의 발라드> 재밌게 잘 봤습니다. <헝거게임> 시리즈의 모든 테두리와 본질을 이해할 수 있도록 잘 그려내고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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