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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너를 줍다>

영어제목: Flowers of mold, 2022
개봉일: 2023.11.08
장르: 드라마
국가: 한국
등급: 12세 이상관람가
러닝타임: 103분
평점: 9.4
수상내역: 24회 전주국제영화제, 2023

 

 

영화 <너를 줍다> 출연진

심혜정 Shim Hye-jung, 김재경, 현우

영화 <너를 줍다> 줄거리

사랑에 치이고 상처가 깊은 지수, 쓰레기를 보면 그 사람의 진짜 모습을 볼 수 있다고 믿는다. 그날도 새로운 쓰레기를 찾던 지수는 최선을 다해 깔끔히 버려진 쓰레기를 발견한다. 바로 옆집 남자 우재의 쓰레기, 지수는 그가 궁금해졌고, 쓰레기 안의 정보를 토대로  그에게 접근하는 데 성공한다. 

 

우재와의 만남이 거듭되면서 그의 자상함 안에 깃든 상처를 본 지수, 그녀는 점차 그에게 마음이 열린다. 어느 날  느닷없이 들이닥친 우재의 옛 연인 세라, 지수에게 큰 상처를 주고 사라지고 지수는 다시금 마음을 닫아버린다. 우재는 그런 그녀 때문에 고민이 깊어진다.

 

영화 <너를 줍다> 예고편

영화 <너를 줍다> 리뷰, 후기, 감상평

제목이 '너를 줍다'라니. 제목부터 독특하다. 쓰레기를 통해 그 사람을 알게 된다는 신박한(?) 이야기가 담겨있다고 해서 궁금했던 작품이다. 호기심 솟는 만큼 생각도 많아지는 작품이었다. 상처받을까 두려워 멀리서 바라보는 사랑, 남에게만 거침없어야 한다고 충고하는 사랑, 정작 자신에겐 어떠한가? 사랑꾼이지만 겁쟁이인 당신에게 꼭 필요한 영화, 가을과 잘 어울리는 영화 <너를 줍다>이다.

 

 

영화 <너를 줍다>는 사랑에 상처받은 여자 '지수'와 그의 이웃에 살고 있는 '우재'의 이야기다. 지수는 쓰레기를 보면 그 사람을 알 수 있다고 믿는다. 새로운 쓰레기를 찾던 지수는 말끔하게 버려진 쓰레기를 발견하고 호기심이 발동한다. 이웃에 사는 남자 우재의 쓰레기에는 품격이 있었다.

 

 

죽은 물고기도 예를 갖추어 버렸고 티백은 바싹 말려 여러 개를 한 데 모아서 버린다. 이 정도면 솔직히 주인이 궁금하긴 하다. 어떻게 하면 조금이라도 많이 눌러 담을 수 있는지만 궁리하는 게 대부분인데 말이다. 버리면 속 시원해지는 게 쓰레기 아닌가.

 

그녀는 왜 쓰레기를 주웠나? 러닝타임이 흐를수록 지수가 왜 쓰레기에 집착하는지 궁금해졌다. '쓰레기를 보면 그 사람을 알 수 있다'라는 지수의 말이 일견 일리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쓰레기엔 평소 좋아하는 물건이나 식성, 가족 구성 등을 알 수 있는 것들이 담겨있을 테니까 말이다. 

 

 

그러나 지수가 지나가는 사람들을 향해 쓰레기를 뒤져 알아낸 정보를 읊조릴 때는 신기함은 잠시, 무섭게 느껴졌다. 이건 빅데이터를 수집해 고객의 니즈와 만족도를 높이는 데 활용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일이다. 그들은 지수에게 관심을 원하지 않았으므로 이 일은 지수의 일방적인 정보 수집이며 집착에 불과하다.  

 

 

​지수는 사랑하는 사람으로부터 큰 상처를 받았다. 믿었던 상대로부터 배신을 당한 후 사랑은 자신과 먼 일이라고 생각했고 관계 자체에 대한 자신감이 사라졌다. 누구도 믿을 수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영화 <너를 줍다>에는 상처받은 지수의 일상과 더불어 우재의 애정사가 등장한다. 우재는 일방적인 사랑에 지친 상태로 여자친구에게 이별을 고한다. 그러나 상대는 좀처럼 멀어질 기미 없이 무작정 쳐들어오기 일쑤다.   

 

 

​그 사이 지수와 우재는 공통 관심사를 통해 조금씩 가까워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수의 쓰레기 수집은 막을 내리지 않는다. 이것은 우재와 여자친구 사이가 완전히 끝난 후에도 마찬가지다. 그녀는 도대체 무엇을 두려워하고 있는 것일까? 버려진 쓰레기에도 주인이 있나요? 난감해진 지수는 "버려진 쓰레기에도 주인이 있느냐?"라고 물었다.

 

 

그렇다면 버려진 감정의 쓰레기에는 주인이 있을까? 영화 <너를 줍다>는 쓰레기라는 소재를 통해 인간의 믿음과 사랑에 대해 풀어놓았다. 믿음이란, 사랑이란 두 사람이 함께 쌓아가는 과정과 시간 속에서 만들어지는 것이다. 버려질까 두려워, 배신당할까 두려워 상대의 취향을 미리 파악해 맞추는 것이 아니다.

 

 

정보나 통계로는 알 수 없는 믿음과 사랑, 직접 겪고 아파하고 버리고 버려지고, 그 과정에서 깨닫는 것이 당연한데  상처받는 것이 두려워 먼저 물러서고, 인간에 대한 관심 자체를 떨칠 수 없으니 어긋난 형태로 이를 해소하는 지수의 모습은 많은 생각을 불러온다.

 

 

온라인이든 오프라인이든 접할 수 있는 정보가 차고 넘친다.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훈수를 두는 이도 많고 말이다. 하지만 남의 쓰레기까지 헤집어 깔끔하게 정리, 분석하는 지수 자신의 쓰레기는 정작 어떻게 처리했는가. 우재에게 있어 지수는 가까이할 수 없는 외딴섬처럼 느껴진다. 사실은 상처받기 두려워 직접 부딪지 못하고 스스로 거리를 두고 벽을 세우는 것인데 말이다.

 

 

만약 인간관계를 두려워하고 사랑을 믿지 못한다면 이 작품을 추천한다. 또다시 기회를 잃을 것인지 잘 생각해 보시기 바라며. 지수 역을 맡은 김재경 배우와 우재 역을 맡은 현우 배우의 열연과 잔잔하면서도 심도 있는 연출이 많은 생각을 불러오는 영화 <너를 줍다>, 사랑을 두려워하는 세상의 많은 겁쟁이들을 위한 영화로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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