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인> 15화는 정말 실로 오랜만에 장현과 길채가 함께 있으면서 다투거나 오해하지 않고 오롯이 서로를 바라보는, 그래서 그동안 자꾸만 엇갈리는 두 사람을 보며 스트레스가 쌓여 있던 시청자들을 달래주는 그런 회차였다 것 같습니다. 장현의 꾀병과 그걸 눈감아 주는 구잠이와 양천 덕분에 깨알 같은 웃음 포인트도 있었고 또 왜 그날 나오지 않았냐며 훅 치고 들어오는 장현의 물음에 심쿵하는 포인트도 있었고요.
특히 자신을 구하려다 여러 번 목숨을 잃을 뻔한 이야기를 량음에게서 들은 길채가 능군리부터의 장현의 모습을 차근차근 떠올리며 서럽게 우는데 전쟁이 일어나기 전 그 어떤 고초도 겪지 않은 티 없이 맑은 두 사람의 과거와 지금 서로 상처를 입은 채 이렇게나 멀리 돌고 돌아서 함께 있는 두 사람의 모습이 대비되니까 더 감정이입이 되면서 너무 슬프더라고요. 우리도 살면서 많은 후회를 하잖아요. 그때 이렇게 하지 말걸, 그때 미리 알았더라면 하면서요.
또 행복했던 과거를 떠올리면 돌아갈 수 없는 그 순간에 대한 그리움과 슬픔의 감정이 물밀듯이 밀려오잖아요. 그런 걸 길채가 너무 잘 표현해 줘서 장현이고 길채고 정말 연기를 너무 잘합니다. 그나저나 15화 예고글에 "두 사람의 짧은 순간을 질투하기도 하듯 청나라 심양엔 대격변이 찾아오는데..."라는 내용이 있어서 홍타이지가 죽고 도르곤의 황이 쟁탈전이 이어지며 한 번 더 혼란 속에 빠지는 심양의 모습이 그려질 것 같고 16회 차에 등장하는 것 같습니다.
15화가 끝나고 공식 홈페이지에 16화 예고글이 올라왔는데 "칸이 죽었다. 조선에 갈 기회를 얻었음에도 함께 있고 싶은 장현과 길채, 하지만 각화의 압박은 점점 거세지는데.."라고 되어 있거든요. 그런데 아마 순서가 바뀔 것 같습니다. 칸이 죽고 각화의 압박이 커지는 것이 아니라 길채를 죽이겠다고 협박하며 장현을 곁에 두려는 각화의 압박이 커져가며 장현의 고뇌가 깊어가던 가운데 칸이 죽는 것 같아요.
왜냐하면 현재 각화는 홍타이지가 가장 사랑하고 아끼는 황녀로 나오잖아요. 각화의 원래 타고난 성정도 그렇겠지만 자신을 아끼는 홍타이지의 든든한 뒷배 덕분에 더 저렇게 갖고 싶은 것은 다 가져야 한다는 식의 막무가내 행동을 하는 것 같거든요. 그러나 그런 홍타이지가 죽게 되면 제아무리 황녀라도 계속 이렇게 마음대로 행동할 수는 없겠죠.
1643년 홍타이지가 후계를 정하지 않고 갑자기 죽어 버리자 비어 있는 후계자 자리 때문에 청나라의 홍타이지의 이복동생인 도르곤 홍타이지의 장남인 호오거 사이에 황위 쟁탈전이 벌어졌다고 하거든요. 그렇게 되면 각화의 입장에선 자신을 아껴주던 아버지가 급작스럽게 죽고 삼촌과 자신의 형제 사이에 권력 다툼이 시작되는데 남자 하나 가지겠다고 조선인 포로를 모두 죽이겠다고 협박하고 그 일에 머리를 짜낼 겨를이 있을까 싶거든요.
게다가 그녀는 이미 길채를 구하려다 화살을 맞은 장현을 보고 여자 하나 때문에 목숨을 걸다니 이해할 수 없다는 식에 말했었잖아요. 사랑보단 자신의 안위를 더 걱정하고 우선시 여길 각화의 캐릭터를 대변해 주는 대사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결국 계속해서 장현을 겁박하다 각화가 홍타이지의 죽음으로 몸을 사려야 하는 처지가 되면서 더 이상 이 두 사람을 방해하지 못할 것 같은데 여기서 살짝 걱정되는 건 각화의 캐릭터상 이대로 장현을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가지지 못한다면 아무도 가질 수 없게 죽여버리겠다는 식으로 나올 것 같다는 거죠.
주인공인 장현이 각화 손에 죽지는 않겠지만 마지막까지 쉽게 벗어나지는 못할 듯해서 좀 걱정스럽긴 합니다. 그리고 오늘 장현과 길채만큼이나 큰 비중으로 분량을 차지한 량음의 서사! 간혹 이 모든 게 량음의 거짓말 때문에 벌어진 일이라서 두 주인공을 방해하는 량음이라며 량음을 엄청 싫어하는 분들도 많더라고요.
게다가 량음은 길채에게 "장현에게 넌 저주야.."라며 선 넘는 말까지 내뱉어서 더 미움을 사는 것 같던데 단순히 연적이 아니라 장현을 미치도록 흠모하고 있는 량음 입장에서는 장현이 길채 때문에 몸도 다치고 다른 남자랑 혼인하며 마음도 다치는 걸 계속 보게 되니까 길채를 마냥 곱게 볼 수는 없을 것 같긴 하더라고요.
그러나 장현의 저주가 자신이라면 그 저주를 풀 사람도 나밖에 없다면서 장현의 곁을 떠나지 않겠다고 말하는 길채를 보니까 량음의 말에 수긍하고 또다시 장현을 떠난다거나 또는 그 말에 상처받아 위축되는 것 같진 않아서 한결 마음이 놓입니다. 그런데 언제나 이 상황에서 문제는 구원무죠.
길채가 장현의 곁을 떠나지 않겠다고 했고 장현도 "우리 같이 있으면 안 될까? 여기가 싫다면 당신이 원하는 곳으로."라는 애절한 대사를 하는데 길채가 구원무와 정식 이혼을 하지 않는 이상 떳떳한 관계가 될 수 없고 도망쳐서 숨어 살아야 하잖아요. 도망쳐서 도착한 곳에 낙원이 있을 리 없으니 하루빨리 구원무와 정리가 되어야 할 텐데 구원무가 멋있게 퇴장을 해 줄지, 아니면 끝까지 못난 캐릭터로 남을지, 구원무와의 인연이 어떻게 정리될지 몹이 궁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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