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인> 12화는 청으로 끌려가는 길채 모습으로 시작했는데요. 파트 2 티저 영상에 나왔던 길채의 수난이 12화의 내용이었더라고요. 길채는 왕야의 첩이 될 뻔했지만 스스로 얼굴에 상처를 내 다행히 그곳을 빠져나올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녀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더 참혹한 광경이었죠.
포로에 대한 속환금을 내지 못하면 노예로 팔려가게 되고 그런 노예들을 거래하는 노예 시장에 잡혀온 것이었죠. 구원무를 믿고 있는 길채는 자신의 남편이 속환금을 가져올 것이라고 말하지만 이곳의 주인 부후치는 자식이 부모를, 부모가 자식을, 그리고 아내가 서방을 구하러 오는 건 있어도 서방이 아내를 구하러 속환금을 들고 오는 일은 없다고 말하죠. 이 대사 하나가 드라마를 관통하는 대사가 아니었나 싶은데요.
길채의 남편이 된 구원무, 그런데 구원무를 길채의 남편이라고 부르는 게 아직도 어색하고 불편하네요. 어쨌든 구원무는 처음에 길채가 장현과 도망갔다고 생각해서 은혜를 추궁하는 모습을 보였어요. 그런데 이게 구원무의 의처증이라고 몰고 가기엔 길채도 혼례 전날 다른 남자랑 야반도주를 했으니 저 정도 의심은 병적인 게 아니라 합리적인 게 아닌가 싶던데요.
결국 연준과 량음이 찾아온 증거를 보고서 길채가 정말 청에 끌려간 것임을 알게 되자 "부인!" 이러면서 막 눈물을 흘리며 가슴을 쥐어뜯는데 계약 결혼, 위장 결혼이라기엔 너무 절절했습니다. 게다가 은혜가 말했죠. 길채가 한번 마음을 정하면 끝까지 마음을 지켜 낸다고요.
가장 가까이서 오래 알고 지낸 벗인 은혜가 누구보다 길채 마음을 잘 알고 있을 것이며, 또 청에 끌려가면서 종종이가 장현 도령을 언급하자 절대 그분을 만나서도, 도움을 받아서도 안 된다며 그분의 도움을 받을 바엔 차라리 죽는 게 낫다고 말하는 길채를 보여주는 등 길채가 장현에 대한 마음을 접고 구원무에게 신의를 다 하겠다고 결심한 것이 진심임을 나타내는 여러 대사들이 있었던 만큼 이 결혼은 진짜라는 것을 인정해야 할 것 같아요.
그리고 13화 예고편 마지막에 량음이 장현을 만나서 길채가 이곳에 포로로 끌려왔다는 이야기를 해주죠. 그리고는 길채가 붙잡혀 있는 곳으로 장현이 찾아오는데 속환금을 내기 위해서 길채의 남편 행세를 하는 것 같죠. '부인!'이라는 장현의 부름에 길채가 '나으리!'라고 대답했지만 사실 이건 서방이 왔다는 말에 구원무가 온 줄 알고 얼굴도 보지 않고 하는 말이었을 겁니다.
보통 길채는 구원무를 '종사관 나으리'라고 불렀으니까요. 그러나 어둠 속에서 얼굴을 확인하자 장현 도령이 서 있었을 것이고 길채는 놀라면서 이분은 내 서방이 아니라며 그런 장연을 밀어내겠죠. 앞전 대사에서도 장현의 도움을 받느니 죽겠다고 말한 길채인 데다가 다른 남자와 혼인한 몸으로 장현의 도움을 덥석 받아 버리면 시청자들이 그토록 분노하는 정신적 불륜에 불을 지히는 것과 마찬가지가 될 테니까요.
장현의 도움을 거절하는 길채가 마침내 노예 시장에 나오게 되고 장현이 다른 사람의 이름으로 대신 값을 치르거나 아니면 각화가 길채를 돈을 주고 데려가게 될 수도 있고요. 그렇게 세 사람의 삼각관계가 시작될 수 있을 것 같은데 문제는 구원무입니다. 그는 길채를 구하기 위해 청으로 오는 중이잖아요?
구원무는 어떤 식으로든 죽음을 맞지 않을까 싶은데 파병이나 전쟁 통해서가 아니라면 왠지 청으로 오는 이 길에서 죽음을 맞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13화 마지막이나 14화부터 장현과 길채가 마주치고 함께하는 장면과 이야기가 많아질 것 같은데 그때까지도 구원무 살아 있으면 유부녀 길채와 장현의 투샷이 얼마나 보기 불편하겠어요.
설마 작가가 이걸 더 애절한 장치로 생각하시는 건 아니겠죠? 아니었으면 좋겠습니다. 여하튼 그래서 청으로 온 구원무가 어떤 일에 휘말려 죽음을 당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이러나저러나 구원무는 너무 불쌍합니다. 아무튼 길채가 심양에 왔으니 이곳에서부터 강빈과 깊은 연을 맺을 것 같더라고요.
청에 볼모로 잡혀가 온갖 고생을 하면서도 조선 포로들과 함께 직접 농사를 짓고 장사를 해서 마련한 돈으로 포로가 된 자신의 백성을 보살폈던 조선 역사상 이래 없는 세자빈인 강빈과 함께 하며 앞으로 길채 또한 보다 주체적이고 강한 여성으로서의 멋진 면모를 보여주길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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