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을 향한 터널, 이별의 출구>
영어제목: The Tunnel to Summer, the Exit of Goodbyes, 夏へのトンネル、さよならの出口, 2022
개봉: 2023.09.14
장르: 애니메이션/SF
국가: 일본
등급: 12세 이상관람가
러닝타임: 83분
평점: 9.0
수상내역: 47회 안시국제애니메이션영화제, 2023
<여름을 향한 터널, 이별의 출구> 줄거리
터널 안 10초, 바깥세상에선 6시간... 소원을 이루어 주지만 안팎의 시간이 다르게 흐르는 '우라시마 터널'을 발견한 고등학생 '카오루'와 전학생 '안즈', 터널의 비밀을 알아내기 위해 뜨거웠던 여름을 함께 보낸 두 사람은 어느새 서로에게 가장 소중한 존재가 되는데...
<여름을 향한 터널, 이별의 출구> 예고편
<여름을 향한 터널, 이별의 출구> 리뷰, 후기, 감상평
근래 몇 년 간 보아 온 10대의 이야기를 다룬 일본 애니들을 보면 대게 로맨스 그 자체보다는 그 시기에 겪는 고민들이 많이 녹아 있습니다. 로맨스는 곁가지이거나 로맨스에서 그들의 고민과 고통이 포함된 이야기가 많은 편인데, <여름을 향한 터널, 이별의 출구> 역시 비슷한 소재의 분위기의 작품이더라고요.
거의 2인극에 가까운 드라마인데 두 주인공 모두에겐 어두운 과거의 기억으로 인해 다른 사람들과 쉽게 섞이지 못하는 인물들이고 우연한 기회에 서로 친해지는 과정에서 예기치 않은 공간과 마주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입니다. 일종의 판타지 구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우라시마 터널'이라는 공간은 소원을 들어준다는 설정에 더해 현실과 시간 차가 생기는 설정을 가지고 있습니다. 터널이 마치 우주처럼 몇 초만 머물러도 현실은 몇 시간이 흐른다는 개념인데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선 상당히 중요한 걸 포기해야 한다는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다만 로맨스물이긴 해도 이런 설정을 로맨스 그 자체에 사용하지 않고 그들의 아픔을 치유하는 방식으로 사용합니다. 그를 통해 상대방의 소중함을 깨닫게 되는 과정을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작화는 좀 아쉬운 부분이 있긴 하지만 크게 무리 없이 즐길 수 있고 여름의 시골 모습을 배경으로 해서 청량감도 더했습니다.
아주 진한 사랑이라기보단 풋풋함을 무기로 해서 짧은 러닝타임 안에 두 사람의 관계를 지켜보는 설렘은 있더라고요. 다소 진부한 장면이 있고 여주인공을 더 씩씩하게 그리는 전형성을 탈피하진 못했는데요. 개인적으로 일본이 영화 속 여자 주인공의 캐릭터를 남자 주인공보다 더 강한 스타일로 그리는 것은 현실에선 강한 여성을 만나기 힘들기 때문에 선호하는 게 아닌가 생각이 듭니다. 그 나름대로 매력이 있었습니다.
대신 후반부의 전개 양상은 다소 급작스럽고 축소되거나 줄였다는 인상을 주기도 합니다. 두 사람의 소소한 감정선은 잘 유지하며 쌓아 올렸다고 생각되는데, 비교적 과거와의 갈등 해소는 일사천리처럼 지나간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그럼에도 이런 마무리와 설정들은 <너의 이름은.>이나 <시간을 달리는 소녀>와도 통하는 부분이라 여운을 느끼는 관객도 많을 듯싶습니다. 너무 짧았던 러닝타임 때문에 온전히 관객을 설득하는 데는 어느 정도 실패했다는 인상을 주지만 조금 더 다듬었다면 훨씬 근사한 작품이 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현학적인 제목이 이해가 되기도 하고 이해가 되지 않기도 하는 이상한 감정입니다. 원래 이런 소재와 스타일의 애니메이션을 좋아하기에 거부할 이유가 없기도 한데 문제는 일본 애니라고 해도 많은 블록버스터 작품이 휩쓸고 간 자리에 어지간한 영화들의 퀄리티가 눈에 잘 들어오지 않는다는 나쁜 의미의 반대급부도 존재하는 것 같네요. 여름의 끝물에 보기 좋은 애니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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