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장현의 과거>
입만 살아있는 놈인 줄 알았던 이장현이 어찌 그리 칼을 잘 쓰는지, 그리고 판세를 어찌 그리 잘 읽는지 등 이장현의 출신과 과거 인생에 대해 추측해 볼까 합니다. 우선 이장현은 현재 임금에 대한 충성심이 없습니다. 또한 과거에 아픈 기억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죠. 학당에서 코흘리개 아이들과 함께 시험을 볼 때 시제 '절'을 보고는 생각에 빠져 먹물을 떨어뜨리고, 오늘은 오랑캐가 쳐들어오자 할아버지가 여자들은 낯을 감추라고 외치는 모습에 비 오는 날 아버지를 애타게 외치며 괴로워하는 기억을 떠올렸죠.
그리고 문 안에는 무언가를 때리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이 아픈 기억에 대한 단서는 '절'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 드라마에는 힘없는 여성이 '절'을 지켜야 함을 강조하고 있죠. 마을의 어른들은 젊은 여인들에게 오랑캐와는 얼굴도 마주쳐서는 안 된다고 가르치고 있습니다. 오늘 은애 역시 자신이 오랑캐와 아무 일도 없었으나 마을 사람들은 믿어주지 않을 거라고 말하며 두려워했죠. 이장현이 '절'이라는 시제에 슬픈 생각에 잠긴 것도 이 시대 사람에 맞지 않게 이장현이 비혼을 추구하는 것도 여성은 낯을 가리라는 말에 과거 기억에 빠진 것도 모두 이 여성이 지켜야 하는 '절'로 인해 시작된 것 같습니다.
뇌피셜로 과거 이장현의 어머니는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누군가의 강압적인 힘으로 인해 '절'을 지키지 못했고, 이를 알게 된 이장현의 아버지는 이장현의 어머니를 두들겨 팼던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문 밖에 어린 이장현이 아버지를 애타게 부르는 것도, 문 안에서 무언가를 두들겨 패는 소리가 들리는 것도, 이러한 일로 인해 벌어진 사건이 아닐까 싶네요. 그렇게 어린 이장현은 쓸데없는 명분 위주의 '절'이라는 걸 혐오하게 된 것 같습니다.
여인의 정절, 신하의 충절, 아들과 백성이 지켜야 할 '절' 등 겉으로만 도덕적이고 정의로워 보이는 '절'이 혐오스러운 거죠. 그로 인해 이장현은 오랑캐가 쳐들어온다는 말에 임금을 지켜야 하는 신화의 충절이 아닌 늙고 병든 노인들과 여인을 지키기 위해 칼을 든 것이고, 과거 아버지의 선택에 대한 트라우마로 인해 여인을 깊게 사랑하지 못하고 자신 때문에 여인의 삶이 망가질까 봐 겁이 나서 비혼을 선언하며 여인들과 깊은 사랑은 피하게 된 거죠.
이장현이 의병 출정 전에 혼인을 미루라고 말한 것도 길채의 마음을 얻기 위해서도 있겠지만 정말로 마을의 여인들을 걱정해서 한 얘기인 것 같습니다. "아내를 잃은 남편의 삶은 계속되나 남편을 잃은 아내의 삶은 멈추게 되는 겁니다." 어린 시절 이장현이 자신이 직접 보고 느꼈던 경험에서 우러나온 말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어찌 보면 이장현이 유길채에게 눈길이 닿는 것도 능군리 마을 여인들 중 유일하게 '절'에 얽매어 살지 않고 자신의 사랑을 능동적으로 쟁취하려는 모습에 오히려 더 끌렸던 게 아닌가 싶습니다.
<이장현의 무예 실력>
그리고 이장현의 칼솜씨가 어마어마하다는 것을 보여줬는데요. 혼자서 몇 명을 쓸어버리는데 이 정도면 무신에 가까울 정도입니다. 사실 이장현 무예의 깊이가 깊다는 것은 량음과의 대화에서 미리 알 수 있었는데요. 오랑캐가 쳐들어왔다는 소리에 량음은 이장현에게 "기어코 전쟁이 났군. 어쩔 거야."라고 물었었고 이장현은 "어쩌긴 뭘 어째 도망쳐야지."라고 답했습니다. 이에 량음은 "이장현이 도망을 쳐?"라고 의외라는 듯 반문합니다.
즉 량음과 이장현은 이미 전쟁을 겪었던 사람이고 량음은 이장현의 무예실력을 이미 알고 있었다는 뜻이죠. 아마 이전에 전쟁에서는 이장현이 도망치지 않고 오랑캐들을 썰었던 것 같습니다. 이장현이 이미 전쟁을 겪었던 사람이라는 것에 대한 복선은 송추 할배를 대하는 태도에도 이미 알 수 있습니다. 송추 할배는 자신의 회혼례를 챙겨주는 이장현에게 "도련님 왜 나한테 이리 잘해주시오?"라고 물었습니다.
이에 이장현은 "어르신은 누릴 자격이 있으니까요."라고 답했죠. 여기서 말하는 누릴 수 있는 자격은 무엇일까요? 이장현이송추 할배를 존경하고 있는 이유는 바로 이 송추 할배가 능군리에서 유일하게 전쟁을 겪었던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등장인물 소개해도 송추할배는 전쟁을 겪어본 사람이라고 나와 있으며 오늘 4화에서 왕년에 오랑캐 놈들을 많이 죽여 봤으니까 얼른 해치우고 우리도 가자라고 부인에게 말했었죠.
송추할배가 겪었던 전쟁은 아마 병자호란이 벌어지기 10년 전쟁인 인조반정으로 인해 후금과 중립을 유지하던 광해군이 폐위되고 배금정책이 본격적으로 펼쳐지며 벌어진 정묘호란 때로 예상됩니다. 실제로 송추 할배는 전쟁을 겪어본 사람답게 나무에 까마귀가 내려앉는 것을 보고 오랑캐들이 지척에 왔음을 깨닫고 애기씨와 어르신들 걸음으로는 오랑캐에게 잡힐 것임을 미리 알고 혼자 남아 시간을 벌려고 했었죠.
물론 부인까지 남는 것은 자신의 계획이 아니었지만 말이죠. 늙어버린 몸이지만 경험을 살려 기름을 묻힌 비단을 미끼로 불화살을 이용해 많은 오랑캐를 죽인 송추 할배, 실제로 젊은 눈물이 도련님들보다 많은 오랑캐를 죽인 것 같은데요. 이러한 송추 할배의 모습을 보니 왜 이장현이 그를 존경했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송추 할배가 10년 전 정묘호란 때 오랑캐를 상대하며 그들과 싸우는 방법을 배웠듯이 이장현도 10년 전 정묘호란 때 오랑캐를 상대하는 법을 배운 것 같은데요.
<량음과의 만남>
그리고 이 정묘호란 때 친구 량음을 처음 만난 게 아닐까 싶네요. 오늘 오랑캐 밧줄에 끌려가는 량음을 이장현이 구해냈죠. 이에 량음은 이장현에게 "또 나를 구해줬네."라고 얘기했습니다. 이장현이 오랑캐로부터 자신을 구해준 게 처음이 아니라는 소리죠. 10년 전 전쟁의 경험을 가지고 있는 이장현과 량음이 앞으로도 임금을 위해서가 아닌 백성들을 살리기 위해 오랑캐들을 처리할 것으로 보이네요.
그리고 그 과정 중에 이장현이 모시는 패거리 두목 '양천'의 역할도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의주의 건달이자 일본인도 오랑캐도 양천 밑에서는 꼼짝도 못 하는 것을 보여줬었죠. 이 양천이란 인물은 임진 때는 외구에게 침략당하고 병자 때는 오랑캐에게 침략 당해 힘을 못쓰던 아쉬웠던 조선의 힘을 대변해 주는 존재가 아닐까 싶습니다. 2화에 나왔던 오랑캐가 양천에게 머리를 숙이는 장면이 그냥 나온 장면이 아닌 상징적인 장면일 수 있다는 것이죠.
<유길채의 속마음>
의주 건달 양천이 이장현을 도와 의병대를 이끌어 오랑캐를 막는데 일조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끝으로 오늘 유길채가 이장현을 보고 자신도 모르게 서방님이라고 불러버렸죠. 이장현 역시 은애에게 전쟁이 났다는 소리에 길채가 가장 먼저 자신을 봤다는 소리를 들어서 길채의 마음을 본격적으로 알게 되는 것 같은데요. 길채와 은애, 종종이, 방두네를 안전한 곳으로 피신시키면서 길채와 장현의 짧지만 강렬한 연애소사가 흘러갈 것으로 보입니다.
1화에 나왔듯 드라마 <연인>에서 이장현이라는 인물은 세자와 관련 있는 인물이기에 계속해서 길채 곁에 머무를 수는 없는 인물입니다. 다시 헤어지기 전 어떤 가슴 아린 서사를 쌓아갈지, 또 두 사람은 언제 다시 만날 수 있을지에 대한 스토리는 남은 회차에서 확인할 수 있겠습니다. 새드엔딩이 아니길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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