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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월담> 9회 리뷰, 후기
<청춘월담> 9회는 성수청 국무의 추국 현장에서 저주를 듣고 모멸감에 휩싸인 왕이 신하들에게 대노를 하는 모습으로 시작되었습니다. 성수청 국무를 왕이 직접 심문하는 친국을 하게 만들어 이런 수모를 겪게 한 것이 누구였냐며 다그치다가 상소문을 확인하고 우의정 조원보에게 그 화살이 돌아갔는데요. 알고 보니 벽천의 송가를 제압하고 그 보상으로 많은 재물을 얻어간 성주조문 일가였더라고요.
왕은 왕실보다 더 많은 부를 축적하고 영화를 누리며 외척 세력으로 왕권을 쥐락펴락하게 만드는 그에게 이번 기회에 아주 호되게 꾸짖는데 너희들 가문의 세를 불리는 것 말고 이 나라 왕실과 세자를 위해 한 게 뭐가 있는지 말해보라고 호통쳐놓고 조원보가 무언가 말하려고 하자 한마디도 하지 말라며 아무 말도 듣고 싶지 않다고 으름장을 놓는데 생각보다 왕이 카리스마가 있더라고요.
이토록 카리스마 있는 왕 때문에 왕권이 강했다면 세자가 귀신의 서를 받고 고생을 하거나 국문장에서 대놓고 저주를 받는 등의 위협이 존재할 수 없었겠죠. 왕의 질책에 난감해하며 한마디도 못하던 조원보였으나 곧 반격이 시작되었습니다. 바로 궁 안의 오얏나무가 벼락을 맞아 불탄 일을 가지고 유림들을 앞세워 상소문을 올리게 만든 건데요. 예로부터 천둥과 벼락은 나라의 불길한 일이 일어날 나쁜 징조이며 이는 왕이 하늘의 뜻을 잘 따르지 않아 생기는 일이라며 유림들이 궁궐 앞에 모여 집단상소를 올리며 왕에게 압박을 가했습니다.
결국 왕은 내가 어찌하면 좋겠느냐고 물었고 조원보는 때를 놓치지 않고 감선을 행하여 하늘 앞에 근신해야 한다고 말했는데요. 감선이란 가뭄이나 홍수 등의 천재지변이나 외적의 침입 등 나라에 변고가 생기면 왕이 자신의 부덕한 소치라고 여겨 근신하는 뜻에서 수라상의 음식 가짓수를 줄여 백성들에게 모범을 보이는 일이라고 하는데, 지금 생각하면 반찬 가짓수를 줄이는 게 무슨 대단한 거냐 싶은데 조선시대 왕에게는 왕의 잘못을 인정하고 임금이 누리는 권한과 혜택을 제한하는 일로 아주 큰일이었다고 합니다.
더군다나 원래 감선은 왕이 어려운 나라에 대한 걱정과 염려로 스스로 하겠다고 명하는 것이고 보통 신하들은 이를 말리다가 마지못해 받아들이는 거라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신하인 조원보가 먼저 왕에게 감선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기에 왕이 느꼈을 수치심과 모욕감이 컸을 테고, 뿐만 아니라 왕이 이 감선을 받아들임으로 왕권보다 신권, 아니 성주조문의 힘이 더욱 강하다는 것을 왕실과 백성들에게 보여주는 계기가 되는 것이죠.
결국 가짓수가 줄어든 수라상을 받은 왕이 상을 엎어버리는데요. 여기서 또 이 왕의 캐릭터에 대하여 생각을 해보게 되더라고요. 인물 소개에 다혈질이고 성격이 불 같고 예민하다고 나와 있는데 이런 성격에 이 정도 카리스마인데 왜 신하들을 휘어잡지 못할까 했더니 천한 무수리에게서 난 출신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있어 늘 위태로운 왕좌에 올라 성격이 변한 것이라고 하더라고요.
게다가 원래 세자였던 아들이 죽어버리고 뒤늦게 이환이 세자가 되자 아비로서 할 수 있는 일은 세자가 강하게 살아남을 수 있도록 매섭게 다그치는 것뿐이라고 생각한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문득 드는 생각은 세자가 스승 민호승에게 쓴 밀서를 몰래 보낸 자가 임금이지 않을까였는데요. 계속해서 고순돌 내관의 보고를 받고 있던 왕이 이 사실을 알고 뒤에서 세자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민호승에게 그 밀서를 보낸 거죠. 아직은 뇌피셜에 불과하지만 오늘 그려진 왕의 모습을 볼 때 충분히 가능성은 있을 것 같습니다.
한편 세자와 고순돌 내관은 궁궐의 오얏나무에만 불이 붙은 일을 조사하며 이것은 벼락으로 일하는 화재가 아니라 누군가 오얏나무에 유황, 화약의 핵심 원료인 염초 밀랍을 발라 폭발하듯 불을 붙였고, 그 때문에 나무에 물을 부어도 불이 쉽게 꺼지지 않았던 것임을 밝혀내는데요. 이런 속임수를 벌인 자를 찾기 위해 고순돌 내관이 유황과 염초 밀랍을 판매한 장부를 찾아 최근에 세 가지를 모두 구매한 사람을 가려내는데, 그중에 뜻밖의 인물이 떠오릅니다.
바로 좌의정 한중언과 한성온 부자였죠. 결국 왕에게 이 같은 사실이 전해져 이들에게 추포령이 떨어졌는데요. 그때 세자와 고순돌 내관이 찾아와 이들의 결백을 증명해 줍니다. 아들인 한성온의 혼례를 앞두고 밀랍은 화촉을 만들기 위해, 유황은 쥐불놀이를 하기 위해, 염초는 민재희의 아버지 민호승이 지붕을 수리하는데 필요하니 구해달라는 부탁을 받아 아들 편에 보내려고 했던 것이었습니다.
안 그래도 흉측한 일에 휘말려 혼례가 엎어져 마음고생을 하던 한성온이 그 혼례 준비를 위해 구매한 것들을 하나하나 되짚는 이 상황에 놓인 게 너무 안 돼 보이더라고요. 특히나 말을 못 하지만 정혼자인 민재이도 바로 자신의 곁에 있는데 말이죠. 이후 이렇게 이들 부자의 결백을 밝히고 나서 세자와 한성온은 다시금 우정과 신의를 되찾았는데요.
<청춘월담> 9회 리뷰, 마무리
그동안 귀신의 서 때문에 주변 사람들을 믿지 못하고 오랜 벗인 한성온마저 밀어낸 것에 대하여 뉘우친 세자, 아직 이들 사이에는 연정을 다투게 될 민재이라는 변수가 존재하긴 하지만 이렇게 되면 한성온의 배신에 관한 의심은 계속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세자가 부디 고순돌 내관과 한성온이라는 든든한 자신의 편을 옆에 두고 위협을 가하는 무리들을 시원하게 한방 날리는 모습이 보고 싶네요. 참신한 소재와 짜임새 있는 스토리로 날로 재밌어지는 <청춘월담>, 다음 회에는 또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지 기대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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