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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라인> 정보

라인

제목 The Line, La ligne, 2022
개봉 2023.01.25
장르 드라마
국가 프랑스, 벨기에, 스위스

러닝타임 103분
평점 8.7
등급 15세이상관람가

 

 

영화 <라인> 줄거리

다혈질의 마르가레트는 철없는 엄마를 때려 100m 접근 금지 명령을 받게 됩니다. 막내 동생 마리옹은 두 사람의 화해, 나아가 가족의 화합을 위해 기도하며 매일 접근 금지선까지 언니를 만나러 나갑니다. 

 

영화 <라인> 출연진, 등장인물

위르실라 메이에 Ursula Meier/ 감독
스테파니 블랑쇼 Stephanie Blanchoud

발레리아 브루니 떼데시 Valeria Bruni Tedeschi
엘리 스파뇰로 Elli Spagnolo
달리 벤살라 Dali Benssalah
인디아 에르 India Hair
벤자민 비올레이 Benjamin Biolay
에릭 루프 Eric Ruf

 

 

영화 <라인> 예고편

 

영화 <라인> 리뷰, 후기

벽에 날아가 깨지는 화분, 악보들과 LP판, 밝고 경쾌한 찬송가를 배경으로 분노에 가득 찬 딸이 잔뜩 겁에 질린 엄마를 쫓습니다. 이윽고 잠시 휴전하자는 제스처를 취하며 방심한 엄마를 상대로 강하게 뺨을 때리는 딸과 쓰러지는 과정에서 피아노에 얼굴을 부딪히는 엄마, 가족들은 마르가레트의 행동에 분노해 똑같이 폭력으로 응수합니다. 그녀의 얼굴엔 커다랗게 찢어진 상처가 흉하게 남게 됩니다.

 

오프닝 시퀀스부터 정말 징글징글하게 맞지 않는 모녀의 사이를 보여주며 작품은 본격적으로 다소 호전적인 첫째 딸 마르가레트와 철없는 엄마 크리스티나를 명확하게 나눈 뒤 각자의 이야기를 전개시켜 나아갑니다. 가장 가까운 가족이라는 관계에 감정적으로도 물리적으로도 선이 그어지고 어떻게 보면 멀고도 가까운 100미터라는 선이 그어지면서 누군가는 그 선을 넘으려 하고 누군가는 그 선 안에 들어오지 못하게 하려고 합니다. 

 

 

다만 이 작품에서 '라인'의 뜻은 단지 감정적·물리적인 거리 혹은 구분을 짓는 행위만을 뜻하고 있지는 않았습니다. 피아니스트인 크리스티나는 작품 내내 첫째 딸은 음악적 재능을 가졌는데 어떻고, 둘째 딸은 하나도 물려받지 못했고 셋째는 아직 가능성이 있다는 식의 말을 하기도 하며 둘째 딸의 쌍둥이 아이들을 보며 쌍둥이 음악가가 될 수도 있다고 말하는 등 혈육 간의 재능의 인계 혹은 전승의 의미도 가지고 있죠. 또한 외적으로 봤을 때는 장르의 경계를 자유롭게 오가는 성격을 표현했다고도 해석해 볼 수 있겠는데요.

 

작품의 크고 작은 사건들은 모녀의 갈등과 이해, 용서라는 면에서는 가족 영화의 성격을 띠고 있지만 다툼 속에서 한쪽 귀에 이상이 생긴 피아니스트 엄마와 싱어송라이터인 마르가르타, 그리고 들판에서 노래를 연습하는 막내딸 마리옹까지 음악을 매개로 관계를 이어나가고 또 초겨울부터 시작해 크리스마스 그리고 추운 겨울을 지나 봄의 초입까지 넘어가는 계절을 표현하는 배경 음악까지 음악 영화로써의 성격을 띠고 있기도 합니다. 

 

또한 작품의 많은 장면이나 캐릭터들이 종교 영화로써도 부족하지 않다는 느낌이 들었는데요. 막내딸 마리옹이 부르는 노래가 성가라는 점부터 시작해 엄마와 언니가 갈등이 있을 때마다 기도를 올리고 그들의 관계에 어떤 상황에 직면할 때마다 성경의 한 구절을 읽는 부분, 가족들 모두를 사랑하기에 묵묵히 자신의 믿음을 거두지 않고 행동하는 모습은 한편으론 거룩해 보이기까지 합니다. 

 

이렇듯 작품은 가족 영화, 음악 영화, 종교 영화라는 장르의 경계를 허물었다는 점에서 라인이라는 제목이 해석될 여지도 있다고 보입니다. 떨어져 있어도 결국엔 연결된 관계로 살아가야 하는 우리들의 모습을 뜻하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100미터 이내 접근 금지를 당하게 되었지만 스피커의 선을 길게 늘어뜨려 들판의 가져가는 모습이나 마트에 취직해 cctv로 가족들의 모습을 보는 마르가레타, 크리스마스 때 몸은 떨어져 있어도 전화나 레이저를 쏘면서 서로를 알아보고 이야기하는 모습 등 결국 서로의 모습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며 살아가야 하는 가족이라는 끈으로 묶인 하나로 연결된 관계라는 점을 보여주는 점 또한 잘 표현했다고 생각했습니다.

 

한편으론 아쉬움이 남는 작품이기도 했습니다. 강렬한 오프닝 시퀀스에 비해 막상 공개된 그 사건의 이유가 시시했던 부분이나 너무 뜬금없는 부분에 공개가 되었다는 부분은 여전히 아쉬웠습니다. 작품의 마지막까지 끌고 가서 오프닝 때의 일이 일어난 이유를 설명해 주거나 혹은 차라리 미션임파서블의 토끼발처럼 상상만으로 정체를 유추하게 만들도록 차라리 이유를 드러내지 않는 편이 더 나았을 거라 생각합니다. 

 

 

또한 캐릭터들의 행위에 일반적인 사람들이 납득이 갈 만한 정당성을 부여하지 못한 부분도 아쉬웠는데요. 철 없이 가장 아이처럼 행동하는 크리스티나, 무작정 불같이 화를 내고 손이 먼저 올라가는 다혈질인 첫째 마르가레타까지 캐릭터를 드러내기 위해 극적인 행동의 반복은 됐지만 이를 관객들에게 납득시키기 위한 설명이 너무나도 부족하다 보니 주요 갈등을 일으키는 두 인물에 대한 이해나 공감이 쉽게 되지 못하는 것이죠.

 

그럼에도 눈여겨볼 만한 작품으로 평가받기엔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한 번쯤은 무난히 '다양성 영화'를 보고 싶을 때 선택해 볼 만한 작품은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유럽 영화만의 모호한 감정선과 연출, 배경만으로도 충분히 눈과 귀가 즐겁기는 했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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