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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새 시리즈 <더 글로리>가 지난 12월 29일 오후 5시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에 공개되었습니다. 우선 두 거장의 만남인데요, <더 글로리’>는 김은숙 작가의 신작이며, 장르물의 대가인 안길호 PD가 함께 했습니다. 김은숙 작가는 <더 글로리>로 첫 장르극에 도전했는데 촘촘한 전개와 다양한 상징, 시적인 대사로 필력의 정수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안길호 프로듀서는 “복수를 하는 과정과 심정은 어느 나라에 있는 사람이 봐도 강한 메시지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라며 자신감을 드러냈습니다. 드라마는 어땠을까요.
넷플릭스 <더 글로리> 정보
공개 2022.12.30.
채널 넷플릭스
시놉시스 유년 시절 폭력으로 영혼까지 부서진 한 여자가 온 생을 걸어 치밀하게 준비한 처절한 복수와 그 소용돌이에 빠져드는 이들의 이야기를 그린 넷플릭스 시리즈
제작사 화앤담픽쳐스
연출 안길호
극본 김은숙
넷플릭스 <더 글로리> 등장인물, 출연진
문동은 역/ 송혜교
주여정 역/ 이도현
박연진 역/ 임지연
강현남 역/ 염혜란
전재준 역/ 박성훈
하도영 역/ 정성일
이사라 역/ 김히어라
최혜정 역/ 차주영
손명오 역/ 김건우
문동은 어린 시절 역/ 정지소
박연진 어린 시절 역/ 신예은
넷플릭스 <더 글로리> 예고편
넷플릭스 <더 글로리> 줄거리, 감상포인트, 리뷰
문동은은 20년 전 끔찍한 학교 폭력에 시달렸습니다. 그녀는 고대기로 온몸을 지짐을 당하는 폭행은 물론 정신적으로, 성적으로도 고통받았습니다. 사실 그녀가 학폭의 희생자가 된 이유는 결국 없는 집 자식이라는 거예요. 문동은은 제대로 된 부모도 없고 제대로 된 스승도 없었으며 그녀를 도와줄 수 있는 신도 없었습니다.
그러니 문동원에게 보이는 것은 캄캄한 어둠뿐이었죠. 결국 그녀는 스스로 목숨을 끊어보려 했지만 아무래도 이렇게 죽기는 너무나 억울합니다. 그래서 그녀는 긴 시간이 필요한 복수를 꿈꾸게 되는데요. 그저 박연진을 납치해서 죽도록 고문하는 것은 너무나 짧은 고통입니다. 그래서 문동운이 선택한 방식은 바로 '세계의 파괴'였습니다. 말 그대로 박연진이 살고 있는 집을 파괴해버려 그녀 역시 아무도 없는 어둠 속으로 밀어 넣으려 합니다.
사실 박연진 패거리들에게 문동은은 그저 장난감에 불과했습니다. 문동은 이전에도 윤소희가 있었고, 문동은 이후에도 김경란이 있었으니까요. 그리고 김경란은 졸업한 지 20년이나 지났지만 여전히 놓아주지 않고 있습니다. 신이 있다면 박연진부터 지옥으로 끌고 가야겠죠. 이렇게 <더 글로리>에는 피해자와 가해자가 아주 분명합니다. 그리고 문동은과 박연진, 둘 사이의 공간도 흑백으로 갈라져 있는데요.
문동은의 세계는 컴컴한 어둠입니다. 그래서 자신의 상처를 흰 눈으로 비비며 치유되기를 희망했습니다. 하지만 몸과 마음은 여전히 상처 투성이. 그녀는 고대기로 입은 상처를 몸 안에 간직하고 있습니다. 여전히 트라우마에 빠져 있는 그녀는 빛과 열을 두려워합니다. 그래서 고기를 구워 먹지도 못하고 감정을 표현하는 것 같은 평범한 일상도 제대로 누릴 수 없는 상태입니다. 그녀가 먹는 김밥은 흰밥을 검은 김에 둘러싸 만들었다는 미학적 이유 외에도 먹을 수 있는 음식이 없기 때문입니다.
흑과 백은 바둑으로 다시 한번 시각화되어 보여집니다. 바둑의 세계에선 흑점을 잡는 것이 백점을 잡는 것보다 유리합니다. 그녀가 가진 어둠이 장점이 되는 게임인 것이죠. 처음에는 하도영에게 접근하려 시작한 바둑이 그녀가 쉴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이 되었습니다. 사실 문동은의 복수가 특별하게 느껴지는 것은 복수가 그녀와 동료들에게 일종의 구원처럼 느껴지는 부분이 있다는 점 때문입니다. 어둠 속에 홀로 살아가야만 했던 문동운이 복수를 결심하게 되자 마법처럼 동료들이 찾아옵니다.
가정폭력에 시달리지만 스파이의 재능이 있는 현남은 남편을 죽일 계획을 세우자마자 명랑했던 자신을 되찾습니다. 여기에 아버지가 끔찍한 죽임을 당했던 주여정까지 찾아옵니다. 문동은을 주축으로 모인 피해자 연대는 모두 복수의 대상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들은 일말의 자비가 필요하지 않을 만큼 죽어야 할 이유가 분명한 사람들이죠. 특히 주여정은 문동은의 추정자처럼 느껴지는 부분이 많습니다.
주여정은 자신의 화를 다스리기 위해 노력했지만 결국 그를 구원한 것은 말뿐인 정신과 상담이 아니라 복수를 하겠다는 문동은의 의지. 그는 아마 신이 직접 벌하지 않은 인간들을 거침없이 죽이는 살인마로 변신할 가능성이 보입니다. 이 드라마는 흑과 백의 대비 말고도 한 가지 중요 설정이 더 있습니다. 그것은 신과 인간의 관계인데요. 단순하게 말하자면 문동은은 무신론자, 그녀가 폭행당하던 체육관에서 보이는 거꾸로 된 십자가는 신마저 도와주지 않은 그녀의 상황을 시각화해서 보여준 것이죠.
드라마에서 나오는 신의 힘은 매우 미약합니다. 박연진 패거리는 교회 안에서 거침없이 목사를 능멸하고 서로 간음하며 약에 취해 있지만 그 누구도 정당한 벌을 받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문동은이 복수를 결심했을 때 신은 자신을 도와주지 않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오히려 자신이 직접 그들을 벌해야 한다고 믿고 있죠. 사실 문동은의 복수는 상당 부분 운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그녀는 우연히도 현남을 만났고, 우연히 초등학교 이사장이 동성애자였으며, 운 좋게도 시세보다 매우 싼 가격에 박연진의 집 앞에 전세를 구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 모든 것이 우연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부동산 주인으로 나오는 할머니는 초월적 존재의 현신으로 느껴지는 부분도 있고요. 주여정이 보살피던 할아버지는 주여정과 같은 연쇄 살인마의 희생자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주여정과 하도영의 만남 역시 단순히 우연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분명 둘 사이를 엮고 있는 뒷 이야기가 드러날 텐데요. 각자의 인연 혹은 악연이 있는 사람들이 세명시에 모였다는 사실만으로도 문동은의 복수는 누군가의 보살핌을 받고 있는 것이 분명합니다.
넷플릭스 <더 글로리> 리뷰 마무리
<더 글로리>의 결말은 결국 파국으로 끝날 것이라 생각합니다. 기존의 드라마에서 보인 용서와 화해가 나오는 것이 아니라 문동은은 자신의 복수를 끝까지 밀어붙이고 박연진 패거리를 심판하는 것에 성공하지만 그녀 역시 또 한 번 상처 입을 것으로 보이는데요. 다만 문동은은 결국 복수를 통해 잃어버렸던 자신을 되찾으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녀가 복수를 끝냈을 때 새로운 삶을 살아갈 희망 정도는 남겨둘 것이라 믿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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