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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룹> 15화가 방영이 되었는데요, 마지막까지 한 회를 남겨둔 상황에서 고구마를 먹은 듯한 답답한 전개가 이어졌습니다. 그리고 끝내 권의관의 죽음으로 마무리되었는데요. 사실 역모를 일으킨 역적이고 죄 없는 세자를 죽인 악당이기에 이 드라마 안에서 죽어도 아쉬울 것 없는 나쁜 놈이 맞지만, 또 한편으로는 권의관으로 살면서 복수를 다짐할 수밖에 없었을 이익현으로서의 삶을 생각하면 조금 안타까운 결말이었습니다.
그 역시 대비의 욕망 때문에 아무 죄 없는 형제를 잃고 자식을 잃은 고통에 사는 어머니를 지켜보며 자신 역시 언제 죽을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떨면서 살았을 지난날을 생각하면 역모에 성공하는 것은 둘째 치더라도 태인 세자의 사인에 대하여 밝혀지는 것도 보지 못하고 죽은 것이 그의 입장에서는 억울할 수 있으니까요.
게다가 의성군이 용상에 오르면 소원을 들어주겠다며 소원이 무엇인지 물었을 때 권의관은 어릴 적 형님들과 살던 집을 어머니께 되찾아 드리는 것이라며, 그리고 그 집에서 노모와 아들과 함께 살아가는 것이라는 이야기를 했죠. 자신의 아들을 앞에 두고 말하는 그의 애잔한 이 멘트가 절대 이루어지지 못할 꿈이 될 것을 시청자들은 물론 그 자신도 어렴풋이 느끼고 있는 것 같아 가슴이 많이 아팠습니다. 그런데 이것도 모두 자업자득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는 정체가 탄로 나자 왜 내 자식을 죽였냐고 울부짖는 중전에게 처음에는 태인 세자의 사인에 대하여 밝히고자 했을 뿐이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세자를 치료하며 그가 태인 세자와 같은 병인 혈허궐을 앓는 것을 보자 이것이 운명이라 생각했고 그래서 태인 세자가 죽은 방법과 비슷하게 그를 죽였다고 말했죠. 여기서부터 그의 태인 세자에 대한 억울한 죽음을 밝히고자 했던 대의명분이 가득했던 행동이 한낱 사사로운 복수심으로 변하게 된 대목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리고 무고한 사람을 죽이고 난 그는 자신의 행동에 정당성을 부여하기 위해 더욱더 복수심에 매달렸고 한 번 불이 붙은 복수심은 멈출 줄 모르고 조국영어의와 황원형까지 죽이다가 결국 자기 자신까지 죽음에 이르게 만든 것 같습니다. 심지어 자신의 아들인 의성군의 손에 칼을 맞아 죽었으니 이보다 더한 죗값은 없었을 듯싶은데요. 죽어가면서 의성군에게 "내가 니 애비다."라는 말을 해 죽은 권의관의 빌런 자리를 의성군이 이어받는 것이 아닐지 찜찜한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습니다.
보통의 인물이라면 자신이 왕의 친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 충격을 받고 용상을 노릴 명분이 없어졌다고 생각해 모든 걸 포기하겠지만 의성군은 워낙 야비한 행동을 일삼은 캐릭터로 이런 상황 역시 자신에게만 초점을 맞추어 생각하고 행동할 수 있기 때문이죠. 과연 단 한 회만 남은 전개 속에서 황숙원과 의성군은 비로소 자신들의 잘못을 뉘우치고 개과천선을 할지, 아니면 마지막까지 발악하며 악역으로서 충실한 행동을 취할지 뚜껑을 열어봐야 알 것 같네요.
그리고 이 드라마 안에서 역모를 일으키는 역적 무리보다 더 강한 빌런인 대비는 정말 마지막까지 일관성 있게 캐릭터를 유지했는데요. 태인 세자의 검안서를 손에 쥔 중전이 살아있는 권의관을 내 앞에 데려오지 않으면 이것을 공개하겠다고 협박하자 윤수광을 움직였지만 윤수광이 사사로이 그런 정보를 내어줄 수 없다고 나오며 세자빈의 회임 소식에 세자의 입지가 더욱 굳건해졌다고 처세를 달리하자 대비는 결국 청하에게 손을 대었습니다.
청하는 회임에 성공한 것이 맞았으나 대비는 진맥 한 어의를 매수하고 협박하여 중전과 세자를 앞에 둔 자리에서 재진맥할 때 회임이 아니라고 말하게 했으며 이미 뱃속에 있는 태아까지 잃게 만드는 약까지 쓰게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이것을 가지고 세자빈을 퇴장시키겠다며 중전에게 협박하여 결국 태인 세자의 검안서를 얻는 데 성공했고, 그것을 중전이 보는 앞에서 불태워버렸습니다.
죽은 자식의 사인을 밝히는 것도 중요하지만 살아있는 자식들의 안위를 지키는 것이 우선이었기에 태인 세자의 검안서를 내줄 수밖에 없었던 중천이었지만 그 검안서 말고도 그날의 사실이 기록된 가장사초가 남아 있었기에 그것을 구하려 했죠. 그러나 이 가장사초는 이미 박병호가 왕에게 전달해 불태워 없애라는 이야기까지 해버린 상태였는데요.
승정원일기는 바로 불태워버린 왕 이호는 가장사초를 들고 밤새도록 고민하는 모습을 보여주어 오히려 중전이 아니라 왕이 가장사초를 공개해 그날의 사실을 밝힐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16화 예고편을 보면 중전을 흔들어서 왕의 뜻을 꺾어버리겠다는 대비의 대사가 진실을 밝히겠다는 왕의 뜻을 꺾으려는 것 같았고, 이에 무안대군과 초월이 사이에서 태어난 혼의 자식의 일을 이용하는 모습까지 나왔죠.
아마 진실을 밝히고 왕의 자리에서 내려오겠다는 왕의 뜻을 두고 "이것이 내 아들을 지키는 방법이다.", "내 방식으로 지아비를 지키겠다." 등의 마지막까지 설전을 펼치는 중전과 대비인 것 같은데요. 결국 승리는 중전이 가져가겠지만 짱짱한 대비가 막고 서 있어 마지막까지 쉽지 않은 싸움으로 보입니다. 이제 내일이면 최종화에서 이 모든 결말을 확인하실 수 있을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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