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공드리의 솔루션북> 정보
원제 : Le Livre des solutions
수입/배급 : 그린나래미디어(주)
감독 : 미셸 공드리
출연 : 피에르 니네, 블랑슈 가르댕, 프랑소와 레브런, 프랭키 발라크, 카밀 러더퍼드 외
제작 국가 : 프랑스
장르 : 코미디, 드라마
관람 등급 : 15세 이상 관람가
상영 시간 : 103분
극장 개봉 : 2024년 8월 14일
영화 <공드리의 솔루션북> 예고편
영화 <공드리의 솔루션북> 줄거리
영화감독 마크는 이제 막 촬영을 마무리 지으려는 영화를 제작사에게 미리 선보였다. 그런데 제작사의 반응이 영 좋지 않고, 오랫동안 함께 했던 동료 역시 그들의 편에 붙어 큰 배신감을 느꼈다. 그래서 마크는 동료 실비아, 편집자 샤를로트와 함께 영화와 관련된 컴퓨터, 기기 등 온갖 장비를 모두 챙겨서 숙모 드니즈가 있는 시골집으로 향했다. 그곳에서 마크는 영화를 마무리 지으려고 하지만 영 쉽지가 않다.
영화 <공드리의 솔루션북> 리뷰, 후기, 관람평
영화감독에게 자신이 만든 영화는 자식이나 다름없을 것이다. 직접 시나리오를 써서 투자자와 제작사에게 협조를 받아 배우들과 스태프와 함께 공을 들여 만들어 영화를 좋아하는 관객들에게 선보이는 작업은 무척 고될 것이다. 하지만 그 고된 작업 사이사이에 여러 방해물이 존재하는 게 당연했다. 영화를 만들라고 금전적 투자를 한 투자자는 투자금 이상을 회수하고 싶을 테고, 제작사 역시 비슷한 이유로 이 일을 하는 것일 터였다.
그로 인해 상업성이 도드라지거나 저명한 영화제에서 수상을 할 수 있는 작품성 있는 영화를 내놨으면 하는 바람으로 감독의 자식과도 같은 영화에 난도질을 하는 걸 개의치 않기도 한다. 이런 이유로 인해 해외의 유명 영화감독이나 우리나라 감독들이 이름이 알려지고 나면 제작사를 설립하는 것일 터이다. 할리우드의 모 감독처럼 극장판보다 감독판의 완성도가 월등히 높다면 제작사를 설립하는 것도 과하지는 않은 듯하다.
영화는 오프닝부터 이러한 문제를 노골적으로 보여주고 있었다. 감독 마크가 제작하겠다고 한 영화가 정작 실제와는 달라 제작사 측에서는 완전히 뒤집어엎고 싶은 마음을 드러냈다. 그런 일은 절대 반대인 마크는 일단 도망을 쳤다. 그것도 영화와 관련된 기계를 훔치듯이 가지고 스태프들과 함께 숙모 드니즈의 집으로 말이다.
영화가 아직 다 마무리가 되지 않았는데 아무것도 없는 깡시골에 가서 대체 무엇을 하려나 싶었다. 드니즈의 집에 도착한 이후 영화 촬영을 이어갔는데, 그 어설픔에 웃음이 나면서도 걱정이 되었다. 함께 간 동료인 실비아와 샤를로트가 말리는데도 마크는 계속 해맑았던 걸 보며 참 긍정적인 성격이구나 싶었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마크는 웬만한 사람은 감당하기 힘든 성격을 갖고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실비아에게 바로 지시를 해야 했는데, 그게 새벽 2시여도 상관을 하지 않았던 걸 보며 이 인간은 대체 뭘까 싶었다. 실비아는 익숙한 일인 듯 마크를 달랬지만 고집도 있는 편이라 해야 할 일은 당장 처리를 해야만 했다. 거기다 편집자인 샤를로트를 오랫동안 도와준 카를로스에게 면전에서 구박과 욕을 하기도 해서 인성에 문제가 있는 건가 싶었다.
이런 와중에 또 주변 사람의 말은 잘 들어서 바로 사과를 했다가 화를 냈다가 다시 또 사과를 하는 등 줏대 없는 행동을 하기도 했다. 이런 마크를 보며 성격이 나쁜 건 아닌데 뭔가 하나에 꽂히면 주변은 아무것도 신경 쓰지 않는 부류의 사람인 것 같아 보였다. 제작사의 위협에서 지켜낸 영화를 더 멋지고 훌륭하게 만들고자 하는 것에만 몰두한 나머지 예민해지고 완벽하지는 않지만 완벽주의자가 된 건 아닌가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마크가 약을 복용하다가 죄다 버렸던 걸 보면 정서적인 문제가 있다는 걸 스스로도 인지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그런데 가만 보면 마크가 천재처럼 보이기도 했다는 게 아이러니했다. 스태프들에게 화를 냈다 사과를 했다 감정이 오락가락할 때는 뭐 이런 또라이가 있나 싶었는데, 영화를 만들기 위해 아이디어를 내고 음악적으로도 뭔가 있었던 걸 보면 그야말로 천재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천재와 또라이는 종이 한 장 차이인가 하는 생각을 많이 했다.
사람의 성격이라는 게 하나만 있는 게 아니라서 마크처럼 감정 기복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기분이 좋아서 날아가고 싶을 때도 있을 테고, 주변 사람들이 자신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아 화가 머리끝까지 치솟아 막말부터 내뱉을 수도 있다. 물론 마크는 그 기복이 지구 내핵과 외기권 정도로 어마어마한 차이를 보이고 있어서 곁에 있는 것만으로도 영화를 보고 있는 걸로도 감당하기 힘들었지만 그래도 나쁜 사람은 아니었다.
마크에겐 그저 관심과 사랑, 잘할 수 있다는 확신이 필요했던 게 아닌가 싶다. 나이가 아주 많아서 보청기를 끼고 늘 온화하던 드니즈가 마크를 다독이고 달래던 걸 보면 말이다. 그녀는 마크를 오랫동안 봐왔기에 그를 아주 잘 알고 있었고, 마음을 진정시키는 방법 또한 잘 알았다. 덕분에 마크는 여러 번 사과를 해야 했지만 그에게 드니즈는 꼭 필요한 존재였다.
또한 영화 후반에 좋은 인연이 된 누군가 역시 마크를 잘 다뤘던 걸 보면 두 사람은 앞으로도 괜찮은 관계가 될 거라고 보였다. 누군가에게 사랑과 관심을 기울이는 것만큼 따뜻한 일이 또 있을까 싶었다. 엉뚱하고 어디로 튈지 몰라서 욕을 한 바가지 해주고 싶을 때가 많았던 마크가 그런 사랑과 관심 덕분에 잠깐이나마 괜찮은 사람이라는 길로 갔던 걸 보면 말이다.
<마무리>
영화를 보고 나오면서 찾아보니 자전적인 부분이 들어가 있다고 한다. 본인의 이야기가 아니었다면 이렇게 세밀하고 괴팍하고 독특한 마크라는 캐릭터를 만들기가 어려웠을 것 같다. 미셸 공드리 감독에겐 이 영화가 일종의 자기반성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보통은 영화를 볼 때 주인공에게 몰입하기 마련인데 이 영화를 보는 내내 마크의 곁에 있는 이들에게 감정을 이입했다. 마크가 워낙 금쪽이였던 탓에 당연한 것이었다. 그래도 나쁜 사람은 아니었으니 다행이라면 다행인 것 같다. 어처구니없고 엉뚱한 구석이 많아서 많이 웃으며 본 영화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