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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빅슬립> 정보

영어제목: Big Sleep, 2022
개봉일: 2023.11.22
장르: 드라마
국가: 한국
등급: 15세이상관람가
러닝타임: 113분
평점: 9.0
수상내역: 27회 부산국제영화제, 2022

 

 

영화 <빅슬립> 줄거리

오늘도 거리를 헤매던 길호는 우연히 만난 기영의 호의로 하룻밤을 그의 집에서 머물게 된다. 단지 하룻밤이지만 길호는 기영의 거친 태도 속에 다정함을, 기영은 길호의 믿지 못할 행실 속에 연약한 결심을 눈치챈다. 하지만 각자 지리멸렬한 낮을

지나 뜬 눈으로 밤을 지켜낸 두 사람은 서로의 마음에 생채기를 내고야 마는데... 쉬이 잠들지 못하는 밤, 나누고 싶은 마음 한 칸을 지켜낼 수 있을까?

 

 

영화 <빅슬립> 출연진

김태훈(감독), 김영성(기영 역), 최준우(길호 역), 이랑서(초은 역), 김한울(영범 역), 현우석(오현 역), 김자영, 홍석빈, 송요셉

영화 <빅슬립> 예고편

영화 <빅슬립> 리뷰, 후기, 감상평

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한국 경쟁 부문에 올라 한국영화조합감독상 메가박스상, 오로라미디어상을 수상했고요. 주연을 맡은 김영성 배우는 올해의 배우상을 받았습니다. 연극과 '범죄도시 2', '카지노' 등 조연으로 활약하신 김영성 배우 인맥로 독립영화임에도 화려한 시사회 초대가 이어진 점도 눈에 띕니다.

 

 <흩어진 밤>, <우리들>, <좋은 사람>으로 독립영화로 꾸준히 만나고 있는 최준우 배우 역시 메인 주연은 처음인 것 같은데 두 분 다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준 것 같습니다. 

 

 

 

영화는 밤거리를 홀로 돌아다니는 소년 길호(최준우)를 비추며 시작합니다. 친구 영범(김한울)에게 돈을 빌리고 가출 팸으로 보이는 무리를 뒤로한 채 정처 없이 헤매는데요. 아침 낡은 주택에서 일어나 출근 준비를 하던 기영(김영성)이 아파트 앞 평상에서 자던 길호를 발견하고 내쫓죠.

 

 

직장에서 무뚝뚝하게 일하던 그는 아버지 병간호 중인 새엄마(김자영)에게 아줌마라 말하면서 돈을 주는 등 츤데레 같은 인물임을 암시합니다. 퇴근 후에도 평상에 머물러 있는 길호를 본 그는 거기 있지 말로 그냥 자기 집으로 올라오라는 말을 건넵니다.

 

 

흔들리는 청소년을 다룬 이야기가 적지 않은데요. 이 작품은 순한 <화란>이 생각나는 서로가 과거와 미래처럼 보이는 구도로 길호, 기영 두 명 모두 이입한다는 데 차별성을 둡니다. 아마 어둠의 세계에 있다가 공장에서 일하는 기영의 눈엔 길호가 처음엔 정말 아파트 앞에 있는 꼴이 보기 싫어서 데리고 올라왔을 텐데요.​

 

데리고 있다 보니 자신과 비슷한 가정사에 나름 살가운 부분도 있고 외적으론 그나마 연을 이었던 새엄마마저 등을 돌리려 하자 애틋하게 길호를 바라봅니다. 길호는 가출 팸 리더인 오현(현우석)에게서 벗어나고 싶어 하지만 맘 같지 않고 상황이 안 좋아지면 의지하려고 하는데요.

 

 

여기서 <화란>과 다른 점이 나타납니다. 떠나려 발버둥 치는 자와 머무르려는 자가 <화란>에선 전자가 어른, 후자가 소년이었다면 이 작품은 어른이 말리는 입장이고 소년이 떠나려는 쪽이죠. 남에겐 관심도 없던 기영이 길호가 속한 가출팸을 찾아가 고함을 내지르는 장면은 설득하고자 하는 생각도 있었겠지만 잘못된 길로 들어서 간신히 되돌아 온 자신의 과거를 공격하는 느낌이 있습니다.

 

 

이런 말을 듣고 바로 돌아오는 것이 아닌 시간이 지나면 깨닫겠지란 한 걸음 물러선 마음으로 끝내 같이 잠드는 엔딩은 긴 밤을 깨우고 나타난 햇살처럼 따스하게 느껴집니다. 

 

이 작품으로 배우상을 수상한 김영성 배우의 연기가 빛을 내는데요. 대사가 한국 남성 전형의 욕과 무뚝뚝함이 묻어나는데 맛깔나게 소화시키면서 툭툭 치는 발짓이나 화가 나 뒤엎어 버릴 기세 등 역할과 배우가 구별되지 않는 연기였습니다. <흩어진 밤>에서 그 어린 남자아이가 전혀 떠오르지 않는 가출 청소년 길호를 맡은 최준우 배우도 인상적이죠.

 

 

 

역시 담담한 편이나 영범이나 길호처럼 친해졌을 땐 친근감을 표시하다 한 번씩 감정을 드러내야 할 때 터뜨리는 임팩트가 좋았습니다. 공장 여직원 역 이랑서 배우와 새엄마 역 김자영 배우도 본인 역할에 맡는 연기를 보여줍니다. 삭막한 길거리와 다르지 않은 여백이 있는 공장과 집 내부지만 혼자가 아닌 둘이 있는 동안엔 이보다 정겨울 수 없게 만든 무대도 기억에 남네요.​

 

다만 앞서 언급한 구도들을 독립영화에서 처음 다룬 것도 아니고 정공법으로 나아가는 만큼 평면적인 스토리라인은 아쉽습니다. 음악도 굳이 필요했나 싶고요. 두 주인공이 각각 범죄 연루 등 해결하지 못한 것들이 있음에도 억지로 풀어가기보다는 일단 둘이 있기에 살아 나가자는 엔딩은 영화의 체온과 맞아떨어진 것 같습니다. 

 

 

쌀쌀해지고 있는 요즘 날씨에 어울리는, 밤의 어두움을 온기가 필요하기에 서로 버티는 낮으로 연결하는 위로였고요. 그런 그들 곁에 남루하지만 따스함이 비치기를 바라는 마음이 와닿는 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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