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다섯 번째 흉추> 정보
영어 제목: The Fifth Thoracic Vertebra, 2022
개봉: 2023.08.02
장르: 드라마/스릴러
국가: 한국
등급: 15세 이상관람가
러닝타임: 65분
평점: 6.8
수상내역: 48회 서울독립영화제, 2022
줄거리: "너의 증오가 날 꽃 피웠어." 헤어진 연인의 매트리스에서 피어나 사랑과 슬픔을 먹고 자란 곰팡이 꽃, 인간의 척추뼈를 탐하며 생명체가 되는데... 이상하고 아름다운 스트레인저...
영화 <다섯 번째 흉추> 예고편
영화 <다섯 번째 흉추> 리뷰, 후기, 감상평
여기 이상하고 기이한 한 존재가 탄생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평범한 매트리스 곰팡이에서 태어난 이건 대체 무엇일까요? 이존재는 어떻게 사람들을 거쳐가게 되었을까요? 여러 작별을 통해 꽃 피우는 기묘한 로드 무비, 인상적인 비주얼과 압도적인 사운드가 가득한 기이한 영화, 8월 2일 개봉한 <다섯 번째 흉추>입니다.
영화 <다섯 번째 흉추>는 이미 여러 영화제들에서 다양한 수상을 거머쥐며 팬들과 평단에게 호평을 받은 작품입니다. 서울 독립영화제 최우수 작품상부터 시작해 판타지아 영화제 베스트 데뷔상 특별 언급, 부천국제 판타스틱 영화제에서 장편 감독상과 장편 관객상 등 꽤나 실험적이고 도전적인 작품의 스타일을 유지하면서도 작품성을 인정받은 영화라고 볼 수 있는데요. 비록 장편영화로써는 데뷔작인 박세영 감독이지만 그전에 경력들을 살펴보면 이미 영상 업계에서는 트렌디하고 실험적인 스타일을 인정받은 감독이었습니다.
2021년 방탄소년단과 루이비통의 콜라보 영상을 연출하기도 했으며, 해외에선 젊은 비주얼 아트 디렉터로서도 꽤나 활발히 활동했던 경력이 있죠. 그래서인지 이번 작품 <다섯 번째 흉추>에서 박세영 감독이 그려내는 영상들은 정량화되어 있는 일반적인 상업영화나 독립영화의 틀에서 벗어나 실험 영화 혹은 예술 영화 쪽에 가까웠습니다.
그렇게 긍정적으로 말해서는 비주얼적인 부분과 사운드적인 부분에 있어서 거의 80, 90% 체험적인 측면에서의 포인트가 인상적이라고 말할 수 있지만 한편으론 스토리적인 부분에 있어서는 크게 눈여겨볼만한 부분이 없다고도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은데요. 한마디로 특별하고 자연스러운 스토리 전개보단 관객들에게 시각적 청각적 체험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작품이라는 뜻이죠.
작품의 전반적인 스토리는 이렇습니다. 헤어진 연인의 매트리스에 곰팡이가 생기기 시작하고 이 곰팡이는 가까이 있는 인간들의 척추뼈를 탐하면서 하나의 생명체 형태로 모습을 갖춰나가기 시작하는데요. 그렇게 여러 장소 여러 사람들을 거치며 모습을 갖춰가는 곰팡이의 로드 무비라고 생각하시면 되는데, 문제는 소재 독특함을 너무나도 쉽게 중화시켜 버리는 스토리의 안일함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매트리스에 사는 곰팡이가 인간의 척추뼈를 탐한다는 한 문장은 스토리 전개를 상상하게 할 수 있을만큼 눈길이 가는 로그라인이지만 매트리스가 이동하게 되는 방식도 다소 평면적이고 심지어 오로지 사람들에 의해 이동하는 수동적인 자세에 놓여 있다 보니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기는커녕 뻔한 커플, 뻔한 운전기사 정도에서 그치고 맙니다. 이야기의 확장이 어려워지는 것이죠. 또한 의외의 인물들이 대화하는 대사들의 적지 않은 부분이 잘 들리지 않았습니다.
의도적으로 대사를 덮게끔 척추뼈를 취한 곰팡이의 살이 차오르는 듯한 사운드를 크게 배치한 것일 수도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물들의 대사가 잘 들리지 않는다는 것은 꽤나 큰 단점이죠. 또한 65분이라는 짧은 러닝타임에도 불구하고 비주얼적인 부분에 센세이셔널함을 과시하듯 반복해서 보여주는 그로테스크함과 찢어지고 붙는 느낌의 사운드는 시간이 지나면서 신선하게 느껴지는 부분들이 크게 와닿지 못합니다.
<리뷰 마무리>
물론 "이 작품이 못 만든 작품이다."라고 말할 수는 없을 겁니다. 스토리를 위한 영화가 아닌 체험적인 측면에 기반을 둔 영화라고 생각한다면 확실히 미장센이나 사운드적인 측면에서는 만족할 만한 성과 그 이상을 이룩했거든요. 아름다움과 그로테스크함의 공존, 살이 찢어지고 붙는 소리가 가득해지면 분명 "내가 뭘 보고 있는 거지?" 하는 생각이 들다가도 몰입하게 만드는 특유의 매력을 분명히 가지고 있는 영화입니다.
<감독의 다음 작품>
박세영 감독은 이번 <다섯 번째 흉추>에 이어 이번엔 자연재해와 환경오염으로 뒤덮인 디스토피아적인 한국의 미래에 돌연변이가 된 오메가족과 그들을 부리는 인간들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 <지느러미>의 촬영을 끝내고 벌써 편집 단계에 있으며, 칸 영화제 필름 마켓을 통해 전 세계에 피칭할 작품으로 선정되었다고도 하는데요. <다섯 번째 흉추>보다 훨씬 극영화적인 성격을 많이 가지고 있다고 하니 개인적으로는 이번 작품의 장점은 살리면서 스토리나 개연성과 같이 아쉬운 부분은 보완한 훨씬 센세이셔널한 작품으로 다시 한번 관객들을 만났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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