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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애프터썬> 정보

애프터썬

제목 Aftersun, 2022
개봉 2023.02.01
장르 드라마
국가 영국, 미국

러닝타임 101분
평점 9.0
등급 12세이상관람가
수상내역 94회 미국비평가협회상, 2022

 

 

영화 <애프터썬> 줄거리

아빠와 20여 년 전 갔던 튀르키예 여행, 둘만의 기억이 담긴 오래된 캠코더를 꺼내자 그해 여름이 물결처럼 출렁이기 시작합니다. 평범한 10대 소녀인 소피는 그동안 자신에게 소홀했던 아버지와 단둘이 튀르키예로 여행을 떠납니다. 아버지와 처음으로 둘만의 오붓한 시간을 즐기는 동안, 소피는 어떻게든 자신을 즐겁게 해 주려는 아버지의 새로운 이면을 보게 되는데…성인이 된 소피의 회상으로 시작하는 <애프터썬>은 스코틀랜드 출신 샬럿 웰스의 데뷔작으로, 감독이 자신의 아버지와 실제로 겪었던 실화를 바탕으로 합니다. 데뷔작이라 하기엔 믿기 어려울 정도의 뛰어난 스토리 구성과 절제되었지만 깊이 있는 연출력을 선보입니다. 부녀간의 애틋하면서도 감동적인 이야기를 그린 <애프터썬>은 올해 칸영화제 비평가주간에 처음 소개 되었으며 관객들 사이에서 가장 많이 회자되었던 작품 중 하나입니다. 

 

 

영화 <애프터썬> 등장인물, 출연진

샬롯 웰스 Charlotte Wells/ 감독
폴 메스칼 Paul Mescal/ 캘럼 역
프랭키 코리오 Frankie Corio/ 소피 역
셀리아 롤슨-홀 Celia Rowlson-Hall/ 어른 소피 역
케일리 콜먼 Kayleigh Coleman/ 제인 역
샐리 메샴 Sally Messham

 

 

영화 <애프터썬> 예고편

영화 <애프터썬> 리뷰, 후기, 줄거리

영화 <애프터썬>은 샬롯 웰스라는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죠. 언제나 트렌디하고 매력적인 영화들을 뽑아내는 영화사 A24가 미국 배급을 맡은 영화이기도 합니다. 큰 기대를 갖고 본 건 아니었는데 좋았습니다. 그중에서도 캠코더로 찍은 화면이랑 일반 카메라로 찍은 화면이 번갈아가면서 진행이 되는데 그 형식 자체부터가 일단 뭔가 눈물샘을 자극하죠. 뭔가 말랑말랑하게 가슴을 후벼 파는 정서가 형식적인 면에서도 있습니다. 

 

아빠는 소피의 엄마와 지금은 헤어져서 따로 살다가 이런 식으로 한 번씩 소피와 시간을 보내러 오는 것일 테고, 끝에 나오는 장면이지만 성인이 된 소피가 그때 튀르키예에서 찍힌 캠코더 촬영분을 집에서 다시 돌려보죠. 그때 소피가 어린 시절에 자신이 보지 못하고 느끼지 못했을 아빠 혼자만의 시간 같은 부분까지 곁들인, 아빠라는 존재에 대한 회상, 존경, 자기 치유, 러브레터 같은 영화였습니다.

 

 

감독의 자전적인 이야기가 영향을 줬다고 하는데 그래서 영화가 더 실제 있었던 일 말하듯이 진행됐고 그렇게 느껴졌습니다. 지금은 자기도 어른이 된 소피의 시선에서 '그 당시의 아빠는 어땠을까' 하는 상상과 회상이 섞인 표현들이 많이 등장하는데요, 소피가 자고 있을 때 테라스에서 혼자 흐느적거리는 아빠의 모습, 그 당시에는 직접 보지는 못했을 텐데, 꿈을 꾸거나 상상해야 표현 가능한 것이니까요. 영화 속 배경의 99%를 차지하는 튀르키예의 풍경과 그 장소의 인물, 사물, 자연, 그리고 색깔까지 그런 요소들 모두가 각자 주인공처럼 생생한 분위기가 있습니다.

 

 

사람이 아니어도 그런 자잘한 요소들까지 모두 각자의 존재감을 뽐내고 있습니다. 이렇게 자연스럽게 모두를 주인공으로 만들어 주는 튀르키예의 공간이 신기했고, 그 자잘한 요소들이 모두 아름답기만 한 게 아니라 미묘하고 우울하게 불안정한 느낌을 주는데 그건 감독의 기민하고 민감한 연출 감각 덕분이라고 생각이 듭니다. 미묘한 우울감이 묻어나게 하려면 배우들의 연기도 뒷받침돼야 하고 감독이 그렇게 서서히 정서를 적시기 위해 신경 쓸 것들이 많았을 것 같습니다. 촬영에서도 그렇고 모난 데가 없이 둥글둥글하고 여유롭고 부드럽게 분위기와 감정을 스며들게 합니다. 

 

조금씩 시간이 갈수록 왠지 모르게 즐거워해야 되는 여행지에서 알게 모르게 우울과 불안, 긴장감이 뭔가 깔려 있다는 게 느껴집니다. 아빠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우울감이 미세하게 퍼지는 느낌입니다. 우울하고 왠지 가라앉는 기분은 소피에게도 아주 얕게 스르르 스며드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나중에는 보면서 "아무래도 소피의 아빠가 자살할 것 같다."라는 본능적인 정서가 느껴졌습니다. 아빠가 테라스 난간 모서리 위에 올라서서 팔 벌리고 있는 컷이 있는데 그때는 뭔가 자살이나 우울에 의한 자기 파괴적인 느낌을 느꼈습니다. 

 

진짜 떨어질 것처럼 서 있었습니다. 또 tv가 화면 중간쯤에 자리를 잡고 있고 tv 옆 구석 공간에 아빠 얼굴이 마치 불안정하게 끼어 있는 것처럼 보이는 그런 장면도 있었는데 그 옆에 책도 몇 권 놓여 있었는데 그 책을 보면 영상책이나 태극권 책이 있었습니다. 그런 책들도 마음을 안정되고 편안하게 하고 싶은 아빠 캘럼이 여행지에 가져온 책이었겠죠. 뒷부분에 배경음악 나오고 자막에 가사가 나오면서 감정이 고조되는 부분이 있는데요, 영화 시작부터 잠깐씩 나왔던 클럽에서 사이키 조명 속에서 춤추는 아빠, 온갖 속세와 괴로움과 우울함에 찌든 아빠가 클럽에서 춤을 출 때 이제는 자기도 그 당시 아빠의 나이가 된 소피가 아빠를 꼭 껴안은 모습은 각자 여러 가지 힘든 일이나 압박감이나 불안 긴장 우울감 등을 느끼며 살아오는 우리 성인이라면 적어도 울컥할 수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영화의 제목인 '애프터썬(Aftersun)'이 원래 뜻이 햇볕에 살갗이 타고난 뒤에 바르는 선크림을 뜻하는 단어라고 합니다. 아무리 멀리 떨어져 있어도 같은 태양을 바라보고 있을 거라는 이 영화 속 대사처럼 멀리 있어도 함께 태양을 공유할 수 있던 아빠를 더 이상 볼 수 없어도 한바탕 쨍쨍한 햇볕이 피부에 그 흔적을 남긴 이후에 아빠에 대한 추억과 아빠의 흔적을 남긴 이후에 마음의 선크림을 바르는 행위, 그런 행위가 이 영화를 만드는 과정이었을 것 같습니다.

 

이 영화를 만든다는 행위 자체가 감독에게 햇볕에 살값이 타고난 뒤에 바르는 애프터 선크림을 바르는 그런 행위와 같았을 것이라는 느낌입니다. 소피는 휴양지에서 다른 언니 오빠들을 관찰하면서 사랑이라는 감정이 솔솔 피어나는 것처럼 묘사되기도 하는데요, 아빠가 사랑이나 속세의 현실적인 문제들, 예를 들면 금전적인 문제나 심리적인 문제들로 힘들어하는 것과는 조금 다르게 소피는 풋풋하고 순수하고 몽글몽글한 상태의 10대 초중반 정도의 심리 상태죠. 근데 소피가 다른 언니 오빠들과 어울릴 때 남녀가 키스하거나 스킨십하는 장면을 많이 보기도 하지만, 특히 여자 아이의 신체를 많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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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무의식적으로 남자보다는 여자에게 더 관심이 있는 걸로 보입니다. 오락실에서 자꾸 집적거리다가 나중에는 키스까지 하게 되는 남자아이한테도 전혀 설렘 같은 건 느끼지 못하는 표정이죠. 키스도 그냥 키스 자체를 체험해 본다는 마인드로 한달까, 진짜 설레고 두근거리는 상태에서 한 것도 아니죠. 그런 식으로 연출적으로 소피가 여성에게 더 끌린다는 걸 보여주는 부분 꽤 있었어요. 

 

 

튀르키예의 여행지에서 아빠와 소피 둘 다 각자의 사정으로 인해, 각자 진짜 와닿는 사랑을 받고 있다고 느끼지 못하는 걸로 보이고, 그래서 결국 다 큰 소피의 모습이 나왔을 때도 레즈비언으로 묘사되고 여자 연인과 함께 살고 있는 게 나오죠. 둘이서 아기도 키우고 있는 걸로 묘사가 되고요. 전체적으로 이 영화를 다 보고 나면 모든 사랑에 대해 애정을 표현하는 동시에 사랑이라는 유산을 다음 세대로 이어지게 하는, 다음 스텝으로 나아가는 출정식 같은 영화로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영화 <애프터썬> 리뷰 마무리

기존의 부모에서 다음 세대의 부모로, 이제 소피가 아빠의 나이가 돼서 소피 자신도 다음 세대인 자녀에게 사랑을 전이시키고 영향을 미치고 추억을 남기고 흔적을 남기게 될 것이라는 걸 막판까지 보고 나면 느껴졌어요. 관객이 언뜻 보기에는 진폭이 크지 않은 감정이 후반부 전까지는 계속된 것처럼 보이지만 미묘한 복잡성이 있는 감정이고, 그 복잡 미묘한 감정을 스르르 스며들게 했다는 점에서 영화를 인상적으로 봤던 것 같습니다.

 

 

은은하게 감정과 분위기를 조절하고 어쨌든 거의 무의식적인 정도에서 두 인물의 우울함과 행복을 미묘하게 섞어놨습니다. 약간 복잡 미묘한 불안정한 감정이 평화로운 휴양지에 스르르 스며들어 있었고, 오랜만에 인상적인 정서를 느꼈던 것 같습니다. 샬롯 웰스라는 감독의 다음 작품도 정말 기대가 되도록 만든 영화였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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