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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성스러운 거미> 정보

성스러운 거미

제목 Holy Spider, 2022
개봉 2023.02.08
장르 범죄/스릴러
국가 덴마크, 독일, 스웨덴, 프랑스

러닝타임 118분
평점 9.0
등급 청소년관람불가
수상내역 33회 스톡홀름국제영화제, 2022

 

 

영화 <성스러운 거미> 줄거리 

‘순교자의 땅’이라는 뜻을 가진  이란 최대의 종교도시 마슈하드, 그곳에서 1년 사이 16명의 여성을 살해한 연쇄 살인마 ‘거미’는 자신의 범행과 시체 유기 장소를 직접 언론에 제보하는 대담한 행동을 이어갑니다. 살인마의 행동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여론이 일고 정부와 경찰마저 적극적으로 수사하지 않는 가운데 여성 저널리스트 ‘라히미’만이 홀로 살인마의 실체를 밝히기 위해 그의 뒤를 쫓는데…

 

 

영화 <성스러운 거미> 출연진, 등장인물

알리 아바시Ali Abbasi/ 감독
자르 아미르 에브라히미 Zar Amir Ebrahimi/ 라히미 역
메흐디 바제스타니 Mehdi Bajestan/ 사이드 역
아라쉬 아쉬티아니 Arash Ashtiani/ 샤리피 역
포로우잔 잠시드네자드 Forouzan Jamshidnejad/ 파티마 역
마스바 탈레브 Mesbah Taleb/ 알리 역
사라 파칠라트 Sara Fazilat

 

 

영화 <성스러운 거미> 예고편

 

영화 <성스러운 거미> 감상포인트, 프리뷰

짙은 어둠이 내려앉은 이란의 마슈하드, 오토바이를 탄 남자가 이슬람교도들의 성지인 이맘 레자 영묘 주위를 뱅뱅 돌다 한 여성 앞에 섭니다. 남자는 슬쩍 돈뭉치를 보여준 뒤 진한 화장을 하고 히잡을 둘러쓴 여성을 오토바이에 태웁니다. 남자와 함께 떠난 여성은 이튿날 차도르에 칭칭 감긴 채 차가운 주검이 되어 발견됩니다. 

 

 

영화  <성스러운 거미>는 2000년대 초 이란 최대의 종교도시 마슈하드에서 발생한 연쇄살인 사건을 바탕으로 만들어졌습니다. 범인 '사이드 하네이'는 피해자들의 시신을 차도르로 감싸 길거리에 내다 버렸는데 그 모습이 거미가 먹잇감을 거미줄로 둘둘 말아 매달아 놓은 듯해 '거미 살인마'로 불렸습니다. 약 1년 동안 16명의 성매매 여성을 살해한 그는 재판 당시 "더러운 여성들을 죽여서 도시를 청소하는 종교적 의무를 행했을 뿐."이라 주장하면서 이란의 일부 언론과 대중으로부터 '영웅'이라 칭송받기도 했습니다. 

 

 

영화는 초반부에 사이드의 범죄 과정을 상세히 묘사하면서 연쇄살인마의 정체를 일찌감치 알려줍니다. 대담한 연출 방식과 가상의 인물 라히미를 통해 이란 사회의 병폐를 파헤치는 데 집중합니다. 감독은 한 해외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연쇄살인마 영화가 아닌 연쇄살인마가 태어나는 사회에 대한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 정치·종교적 부분이 아니라 문화적 측면에 집중하면서 이란 내 뿌리 깊은 여성 혐오에 관해 얘기하고 싶었다."라고 말했습니다.

 

주인공 라히미는 가부장제 사회의 피해자인 여성이자 정치·종교 권력의 감시자인 저널리스트입니다. 미혼 여성인 그는 호텔에서도 혼자 왔다는 이유로 예약이 취소될 위기에 놓이고, 우여곡절 끝에 체크인한 뒤에도 직원에게 '머리카락을 똑바로 가려야 한다'는 훈수를 듣기도 합니다. 취재 과정에서도 남자 기자보다 정보에 뒤처지고, 경찰에게 성적 희롱·폭언을 들으며 이란 사회의 여성 혐오를 온몸으로 감내합니다. 그러나 굴하지 않고 위장 취재까지 해가며 연쇄살인마를 집요하게 쫓습니다. 

 

 <성스러운 거미>는 사이드라는 인물을 그리는 데에도 범죄자의 '악마성'이 아닌 '평범함'에 집중합니다. 극 중 사이드는 아내와 두 아이에게 충실한 가장이자 평범한 건설 노동자입니다. 집에서 배우자의 눈치를 살피고 딸의 어리광을 기꺼이 받아줍니다. 그런 그가 성매매 여성을 '부정하다'라고 낙인찍고 죽이는 데에는 한 치의 망설임을 보이지 않습니다. 이는 여성을 '성녀'와 '창녀'로 구분하는 뒤틀린 가부장제 사회 속 남성의 모습입니다. 

 

 

참전을 통해 영웅으로 거듭나고자 했던 그는 '시시한 건설업자'로 살아가는 자신의 현실에 패배감을 느끼고, 이런 비뚤어진 남성성과 인정욕구는 약자를 향한 분노로 표출됩니다. 여기에 사이드의 범죄를 옹호하는 아내, 아들, 이웃들의 모습은 이란 내에서 뿌리 깊은 가부장제라는 체계가 종교적 교리와 결합해 더 견고하게 작동하고 있다는 사실을 날카롭게 비추고 있습니다. 알리 아바시 감독은 이란에 이어 터키에서까지 방해를 받은 끝에 요르단에 가서야 촬영을 완성했습니다.

 

이번 작품으로 지난해 칸영화제 여우주연상을 거머쥔 라히미 역의 자흐라 아미르 에브라히미는 과거 연인과의 애정 행각이 담긴 영상이 유출되면서 이란에서 박해받았던 배우입니다. 자국에서 연기 활동을 이어나갈 수 없었던 그는 2006년 프랑스로 망명했습니다. 살인마 사이드 역을 맡은 메흐디 바제스타니는 이란을 대표하는 배우였으나  <성스러운 거미>가 칸영화제에서 처음 공개된 뒤 이란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현재는 제작진의 보호를 받으며 베를린에서 머물고 있습니다. 

 

 

지난해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구금됐던 한 여성의 죽음으로 촉발된 이란의 반정부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이 영화는 더 큰 울림을 갖고 있습니다. 아바시 감독과 자흐라 아미르 에브라히미는 지난해 10월 런던영화제 레드카펫에서 이란 정부를 비판하며 '히잡 시위'에 목소리를 보태기도 했습니다. 자흐라 아미르 에브라히미는 "'라히미'는 영화를 위해 탄생한 허구의 캐릭터이지만 지금 이란에는 자유를 위해 거리에서 싸우고 있는 수천 명의 진짜 '라히미'들이 있다."라고 전했습니다.

 

 

영화 <성스러운 거미> 프리뷰 마무리, 결말

잔인무도한 살인 사건이지만 사건 당시 이란 보수 언론과 일부 대중은 그를 ‘사회 정의를 손수 이룬 영웅’이라고 칭송해 국제사회에 충격을 안겼습니다. 그는 법정에서 '매춘부들은 바퀴벌레보다도 쓸모없는 존재'라며 “하루에 한 명씩 죽이지 않으면 밤잠을 이룰 수 없었다.”라고 말하며 자랑스러워했습니다. 그는 2002년 사형됐습니다. 

 

<성스러운 거미>는 여성 혐오와 종교, 문화가 얽힌 이란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그려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지난해 칸영화제에서 경쟁부문에 진출했고, 주연을 맡은 자르 아미르에브라히미는 이 작품으로 이란 배우 최초로 여우주연상을 받았습니다. 아미르에브라히미는 살인마를 밝혀내기 위해 직접 매춘부로 변장하는 용기를 냈습니다. 한편으로는 한 여성으로서 주변 남성들로 인해 겪은 신체적·정신적 두려움을 진정성 있게 표현합니다. 작품은 지난해 미국 매체 버라이어티와 영국 가디언지가 ‘올해 최고의 영화’로 꼽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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