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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에서 2000년대로 넘어가면서 컴퓨터의 프로그램이 새천 년을 인식하지 못하며 전 세계에 큰 혼란을 초래할지 모른다는 Y2K 사태를 다루며 <재벌집 막내아들> 9화가 문을 열었습니다. 그 시대를 지나간 사람으로서 정말 그럴듯한 과학적인 근거와 노스트라다무스의 세계 종말 예언 같은 신비로운 이야기가 맞물리면서 많은 사람들이 두려움과 공포심을 느끼던 세기말이었는데요.
당장이라도 망할 것 같은 세상은 긴장감의 고조가 허망할 정도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아 안도감과 함께 왠지 모를 허탈함도 밀려왔던 기억이 있습니다. 이런 사실을 이미 알고 있는 진도준은 이번에도 역시 이 정보를 이용하여 진양철 회장에게 100억이라는 큰 수익을 가져다주었고, 그 대가는 나중에 받게 됐는데요. 그 나중은 진화영의 순양 백화점을 삼키는 계획 중의 일부에 있었습니다.
지난 화에서 순양 백화점의 결제 대금 1400억을 뉴데이터 테크놀로지에 투자했던 진화영은 너무나 당연하게 주가의 폭락을 맞이하게 되었고 이에 멘털이 탈탈 털려 집에서 술을 마시며 백화점 경영에는 소홀하게 되었는데요. 이때 진도준은 진화영의 순양 백화점 공금 횡령 정황을 검사가 된 서민영에게 알려 검찰의 조사가 시작되었습니다. 역시나 재벌답게 백화점의 공금에 손을 대면서 차명계좌를 이용하여 순양 데코라는 페이퍼 컴퍼니를 이용했고, 서민영 검사는 이를 재빠르게 캐치했는데요.
검찰의 압수수색에 발등에 불이 떨어진 진화영은 남편 최창제 서울시장에게 가서 하소연했지만 최창제 시장은 청렴한 이미지로 차기 대권까지 노리고 있는 자신의 정치 미래에 똥물을 튀기고 있는 진화영에게 너네 아버지에게 가서 싹싹 빌고 무릎을 꿇어서라도 횡령해서 날린 1400억을 그대로 가져다 놓으라고 윽박질렀죠. 평소 진화영에게 쩔쩔매던 최창제 시장은 자리가 사람을 만든 것인지, 아니면 자리가 그 사람의 본색을 드러나게 해 준 것인지 아주 무서운 태도로 돌변했는데요.
절대 아버지에게는 자신의 실수를 말할 수 없다고 펄쩍뛰는 진화영에게 법 어기는 건 하나도 거리낄 게 없으면서 자기 아버지 심기 건드리는 건 죽어도 못한다며 참 대단한 집구석이라고 사이다 발언을 했습니다. 결국 미라클 오세현 대표에게 찾아가 1400억을 빌리려던 진화영은 이미 지난번 빌려간 4천억의 대출상환기일도 지났고 주가 변동에 따른 담보가치 보존을 위한 약정사항에 따라 순양 백화점의 주가가 1만 5천 원이 무너져 담보 30%의 지분이 미라클에게 넘어간 사실을 알게 되었죠.
게다가 1400억을 빌려줄 테니 진화영이 차명으로 갖고 있는 순양 백화점 지분 25%를 넘기라고 오세현 대표가 말하자 그제야 뉴데이테 테크놀로지 주식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이 모든 것이 순양 백화점을 먹기 위한 미라클, 아닌 진도준의 계획임을 인지했습니다. 순양 백화점을 이대로 진도준에게 빼앗길 수 없었던 진화영은 결국 아버지 진양철 회장을 찾아가 무릎을 꿇고 진도준 탓을 하며 빌었지만 진양철 회장은 이미 계열사를 분리해 아무 이유 없이 순양 백화점에 1400원이 들어가면 그것이 진양철의 횡령이라며 출가외인이니 알아서 하라며 내쳐버리죠.
이렇듯 순양 백화점도 잃고 순양 후계자 경쟁에서도 밀려나고 감옥에까지 갈지도 모르는 상황에 절망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진화영 앞에 모현민이 나타나 도움을 줍니다. 페이퍼 컴퍼니인 순양 데코가 실제 존재하는 회사인 것처럼 꾸며 횡령 혐의에 대한 결정적인 증거를 찾을 수 없게 한 다음 진도준이 담보로 잡혀 있던 순양 백화점 주식의 30% 지분을 자신에게 귀속시키기 위해 순양 백화점의 주가를 떨어뜨리려고 일부러 허위 제보를 했다고 말하자 서민영 검사는 이에 큰 동요를 하게 되고 진도준이 허위 제보를 했다는 증거를 찾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검찰의 조사가 시작도 되기 전에 무마되자 진도준은 진양철 회장에게 Y2K 사태로 벌게 해 준 100억의 대가를 순양 백화점 이사회 소집으로 요구해 이 이사회에서 진화영 대표의 공금횡령 배임에 관한 의혹으로 대표이사 해임을 안건으로 지정합니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진화영은 재무 담당 이사인 임상무에게 횡령에 대한 의혹을 모두 뒤집어 씌우고 자신은 빠져나가버리는데요.
진화영이 횡령한 사실을 이사회에서 증언해 줄 것을 설득하는 진도준에게 대표가 저지른 잘못을 대신 덮어쓰고 감옥에 가는 것을 임원진들 사이에선 명예로운 일이라며 말하는 임상무의 모습은 사회에서 큰 경제 사건 사고가 터질 때 암묵적으로 많이 봐온 모습이긴 하지만 그래도 좀 충격적이긴 했습니다. 그러나 마지막 순간 마음을 바꿔 이사회 소집일 날 임상무가 나타났지만 진화영이 미리 준비해 둔 사람들에게 납치되어 이사회에서 증언할 수 없게 되고 그 순간 의문의 택배를 받은 서민영 검사가 나타나 허위 제보의 결정적 증거를 찾았다고 말하자 놀라는 진도준의 모습을 보여주며 드라마는 끝이 났습니다.
물론 이 드라마의 설정상 똑똑하고 명석한 주인공이 미래까지 알고 있다 보니 위기에 봉착해도 언제나 이 위기까지 계산된 수를 놓았고요, 이번에도 서민영 검사에게 배달된 택배 역시 진도준의 계획일 것이고 순양 백화점은 무리 없이 진도준의 손에 들어올 것 같은데요. 문제는 예고편에서 나온 대로 버블 닷컴 주가 조작 사태에 진도준의 이름이 거론된다는 것이죠. 진도준은 앞서 오세현 대표에게 뉴데이터 테크놀로지를 28만 원에 모두 처분하라고 했고 그로 인해 막대한 수익을 얻었을 것입니다.
진도준이 작전 세력은 아니었지만 저가에 매입하여 상투 직전에 팔고 나갔으니 제삼자가 보기에 진도준을 작전 세력 중 하나로 보는 것은 무리가 아니었고, 그것도 재벌 3세가 이런 일에 연루되었다면 대중의 질타는 거셀 수밖에 없겠죠. 이로 인해 미라클에 압수수색이 들어오고 둘째 아들 진동기가 미라클을 인수하겠다고 나설 만큼 수세에 몰린 진도준이 예고편에 나와 긴장감이 고조되었습니다.
그런데 회기 전 윤현우일 때 자신의 어머니가 순양 생활과학 기술에 투자했다가 죽음에 이르자 복수심과 증오심에 불타던 그가 지금 뉴데이터 테크놀로지를 이용해 막대한 수익을 벌어들이는 것에는 그 총알받이가 되어 피해를 보는 투자자에게는 자신들의 욕심과 광기 때문이라는 프레임을 씌우면서 일말의 죄책감도 책임 의식도 없어 보이는데, 이것은 좀 상충되는 모습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도 진화영이 협력업체들의 결제 대금을 미루면서 그들의 고통에 대하여 폄훼하자 그녀에게 "계열 분리되자마자 백화점 지분을 미라클에게 빼앗기고 주식 투자로 1400억이나 날린 무능력한 당신이 그 자리에 앉아 있는 건 순양가에서 태어났다는 행운 그 한 가지 일밖에 없다."라는 일침을 날린 진도준의 대사는 아주 통쾌한 한방이었습니다.
사실 회귀물의 특성상 주인공이 미래를 알고 있어서 그것을 이용해 과거에 개입하다 보면 필연적으로 미래도 바뀔 수밖에 없으니 진도준에게는 앞으로 계속해서 이런 예상치 못한 위기도 닥쳐오지 않을까 싶은데요. 오히려 그런 예상치 못한 위기가 극의 재미는 한층 더 끌어올려줄 것 같아 기대가 커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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