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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앙철의 폭탄선언 이후 이필옥의 반응이 심상치 않았습니다. 진도준이 순양을 차지하는 데 있어 가장 큰 걸림돌이 될 사람이 다름 아닌 이필옥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는데요. 진양철은 장자 승계의 원칙을 무너뜨리고 순양을 가장 잘 키울 수 있는 사람한테 순양을 물려주겠다고 했습니다.
진양철이 가장 사랑하는 자식은 순양이라고 했는데요. 이번에 진성준의 결혼식에서 진양철은 진성준한테 순양 물산의 지분이 아니라 좌천을 선물로 줬습니다. 진성준이 비자금을 조성했던 일과 dmc 사업을 재하 건설에 빼앗긴 일에 대한 책임을 지라는 거였는데요. 진성준은 자기가 순양의 후계자로 인정받는 자리인 줄만 알았던 것 같은데 마주한 현실은 냉혹하기만 했습니다.
진양철이 이런 결정을 했던 이유는 모두 진도준 때문이었죠. 진도준은 주영일을 설득해서 dmc 개발 사업권을 지켜냈는데요. 순양의 눈치를 보면서 입주 계획을 철회해버린 사업지들을 대신해 대형 물류를 홈쇼핑과 결합해서 입주시켜버렸습니다. 순양은 광고를 손에 쥐고 케이블 업체들을 쥐락펴락했던 모양이지만 주영일은 순양의 눈치를 볼 필요가 없는 사람이었죠. 진도준은 주영일 앞에 확실한 수익 모델을 제시했고 주영일의 입장에서는 진도준의 제안을 거절할 이유가 하나도 없었습니다.
순양 물류를 제치고 대영 물류가 업계 1위를 탈환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잖아요. 주영일은 진양철과 만날 때마다 으르렁대는 사이였지만 유일하게 서로의 능력을 인정하는 사이기도 했습니다. 주영일은 자기 앞에서 눈 하나 까딱하지 않던 진도준의 배포와 돈 냄새를 맡아내는 감각이 진양철을 완전히 닮았다는 이야기를 했는데요. 진도준한테서 50년 전 인천 정미소에서 처음 본 진양철의 모습을 봤다는 이야기에 진양철도 깜짝 놀라고 말았습니다.
진양철의 아들 중에는 진양철이 하나도 없다고 방심하고 있었는데 손주 놈이 자기 폐장을 뚫어놨다고 하면서 자기를 꿈틀 하게 만들었다는 이야기를 했는데요. 진양철은 주영일의 말을 듣고 진성준한테 후계자를 맡기는 것에 의구심을 가졌던 것 같아요. 진성준은 진양철이 쥐어준 것조차 지키지 못하고 있는 상황인데 진도준은 뭐 하나 특별히 쥐어준 게 없는 상황에서도 순양을 상대로 한 치도 밀리지 않는 전쟁을 하고 있었습니다.
장자 승계가 없다는 말은 진도준을 염두에 두고 있던 말이었습니다. 하지만 진도준 앞에 의외의 복병이 도사리고 있는 모양인데요. 진양철의 아내로 나오는 이필옥은 원작에서는 원래 지독한 악당으로 나왔었습니다. 그런데 드라마로 각색되면서 진양철의 눈밖에 난 자식들까지 살뜰하게 챙기는 인자한 할머니로 변신했는데요. 원작에서 악역이었기 때문에 이필옥이 지금까지 보여준 인자한 모습과는 다르게 마음속에 독심을 품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진윤기는 다른 형제들과는 다르게 진양철이 혼외자였죠. 하지만 이필옥은 진윤기를 자기 아들이랑 전혀 차별하지 않고 키웠다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이번에 진양철한테 시위를 할 때도 진윤기를 홀대해서 돈도 안 되는 순양 재단을 줬다며 진양철을 탓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이유가 참 이상했어요. 그렇게 하면 자기가 세상 사람들한테 욕을 먹는다는 이유였는데요.
진윤기를 다른 아들들과 똑같이 키운 것도 엄마 없는 아이가 불쌍해서 그런 게 아니라 진양철의 얼굴에 먹칠을 하지 않기 위해서 그랬던 거였죠. 그걸 알아두라는 말은 이필옥이 도준이네를 챙기는 이유는 체면치레를 위한 것뿐이지 순양가의 사람이라고 생각해서 그런 건 절대 아니라는 이야기였던 것 같습니다. 진도준을 예뻐하는 것도 도준이네가 순양에 욕심을 부리지 않는 한에서 그런 것 같습니다.
만약 도준이네가 본격적으로 후계자 전쟁에 뛰어들어 자기 아들들과 경쟁하게 되면 그때는 도준이를 예쁘게만 봐주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이필옥이 진양철 몰래 숨기고 있는 힘이 얼마나 되는지는 모르겠지만 이필옥이 쥐고 있는 지분이 언젠가는 진도준한테 치명적인 위험이 될 가능성도 있는 것 같습니다.
원작에서는 진양철과 진도준을 한꺼번에 죽이려는 시도까지 했던 이필옥이었는데요. 인자한 모습을 하고 있는 드라마 속 이필옥이 원작과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주게 될지, 아니면 원작처럼 마음속에 악독한 칼을 숨기고 있을지 이어질 다음 이야기가 정말 기대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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