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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룹>의 최종화 16화, 다들 재미있게 보셨나요. 결국 태인 세자와 세자의 죽음이 독살이라는 것을 밝히고 그 죄를 지은 대비를 유폐시키는 벌을 내린 것은 역적의 무리도 중전도 아닌 아들인 왕 이호였습니다. 태인 세자의 죽음을 묵인했다는 죄책감에 20년이 넘는 세월을 고통받던 이호가 드디어 그 굴레에서 벗어나 마땅히 해야 할 일을 뒤늦게라도 했는데요.
덕분에 폐서인 된 민휘빈과 원손도 궁으로 돌아올 수 있었고, 성남 대군 역시 역적 무리 중에 하나였던 토지 선생에게서 받은 처방전이 혹여나 형님의 죽음에 관여하지 않았을까 하는 의심으로 힘들어하던 자책감을 버릴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제껏 하나같이 각양각색의 사고를 치는 자식들을 보필하고 죽은 세자의 사인을 밝히고 원손을 지키고 악당을 막아내느라 온갖 고생을 다 했던 중전이 친잠례 준비를 하고 아들 성남 대군의 우산에 기대어 평안히 궁을 거니는 일상을 되찾게 되었죠.
그리고 드라마 초반부 폐비윤씨가 부탁했던 한 가지 청은 죽은 아들 이익현의 소생인 의성군의 목숨을 살려달라는 것이었는데요, 의성군은 다행히 걱정했던 것처럼 이익현의 길을 이어 끝까지 발악하는 악역이 아니라 아버지 황원형과 사랑했던 남자를 한꺼번에 보내고 정신을 놓아버린 어머니 황숙원의 곁을 지키는 아들이 되었습니다.
물론 이 두 사람은 궁에서 내쫓겨 평생 유배 생활을 하며 목숨을 부지해야 하는 형편이었지만 드디어 모든 욕망을 내려놓고 둘만의 세상에서라도 서로를 의지하며 서로의 슈룹이 되어주는 모습이었습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을 뽑으라면 대비의 최후인데요, 다른 사람도 아닌 자신의 아들로 인해 모든 죄가 낱낱이 밝혀져 죄를 받게 된 상황을 받아들일 수 없었던 그녀는 그 누구도 나를 벌할 수 없다며 스스로 목숨을 끊어버리는 선택을 했습니다.
죽음을 선택하는 마지막 순간에도 그토록 꿈꾸던 왕비, 단 하루 만에 물러나야 했던 그 자리에 대한 자신의 욕망을 버리지 못하고 적의를 입은 채 앉은 모습으로 최후를 맞이했고, 중전은 죄인이지만 한 나라의 대비였고 자신의 지아비의 어머니였던 시어머니에게 멀리서나마 큰절을 한 후 대비마마의 시대는 끝이 났다며 마지막 인사를 올렸죠. 이 장면은 2009년 mbc에서 방영했던 드라마 '선덕여왕'에서 미실의 최후를 오마주한 것 같았습니다.
미실 역시 자신의 인생에서 유일하게 대적할 만한 맞수 덕만에게 항복하는 대신 스스로 죽음을 선택하며 마지막까지도 그 위엄에 맞는 꼿꼿한 자세로 최후를 맞이했고, 이에 적이었지만 미실의 비범한 능력을 인정하고 존경했던 덕만이 미실의 마지막 가는 길에 고개를 숙이며 경의를 표하며 말했죠. "미실, 당신이 아니었다면 난 아무것도 아니었을지 모릅니다. 미실, 미실의 시대 안녕히."
개인적으로 워낙 '선덕 여왕'의 팬이었고 특히나 미실의 마지막 장면을 명장면으로 생각하고 기억하기에 바로 떠올릴 수밖에 없었는데, 아쉬웠던 것은 미실도 악역이었고 개인적인 욕망으로 한 나라의 정치를 쥐락펴락한 인물이었지만 그에 상응하는 통치 실력과 리더십을 가졌었고, 무엇보다 충분히 이길 수 있는 상황에도 국경이 무너질 것을 염려해 스스로 죽음을 선택한 진정으로 자신의 나라인 신라를 사랑한, 여러모로 설득력과 흡입력을 가진 악역이었던 데 비하여
대비의 경우는 그러한 서사가 부족했던 탓인지 최후의 모습이 끝까지 욕망을 놓지 못한 자의 도피성 선택으로만 느껴져서 미실에 대비하면 너무나 초라한 죽음에 굳이 미실에 빗대어 저런 연출을 해야 했나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대비 역을 연기한 김해숙도 정말 연기를 잘하는 분인데 맡은 역할이 워낙 평면적인 캐릭터였다 보니 보니 명품 연기를 많이 볼 수 없어서 아쉬웠고요.
어쨌든 최종 빌런의 죽음으로 다시 궁에는 평화가 찾아왔고 계성 대군은 중전의 안전한 우전을 떠나 스스로의 삶을 개척했으며 성남 대군과 청하는 뱃속의 아기를 지켜내고 청하의 버킷리스트를 하나씩 이루어가며 알콩달콩 지내는 모두의 해피 등으로 끝이 났습니다. 특히 비를 맞고 있는 중전에게 성남 대군이 우산을 씌워주는 마지막 장면이 큰 울림을 주었는데요.
자식이 어릴 땐 부모가 자식에게 우선이 되어주지만 자식이 성인이 되어서는 부모의 우산이 되어주는 만고불변의 진리를 떠올리며 한 아이의 부모가 된다는 것이 얼마나 큰 의미를 지니는지, 그리고 부모님의 젊음과 희생을 먹고 우리 모두 성장할 수 있었음을 되돌아볼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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