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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를 미리 예견하고 이에 대한 철저한 대비를 해 온 사람은 대한민국에 나 하나밖에 없었다."라는 진도준의 대사로 <재벌집 막내아들> 5화의 문이 열렸습니다. 역시 미래를 알고 있으면 인생이 참 쉬워지는 건 어쩔 수 없는 사실인 것 같아 굉장히 부럽습니다. 현실에서는 일어날 수 없는 일이죠.
국가 부도 사태로 거대 기업도 하루아침에 줄도산하는 이 상황에 미국 기업 아마존에 투자해 어마어마한 달러를 확보한 진도준은 미라클 인베스트먼트라는 투자 회사를 설립하고 오세현을 대표이사로 선임하는 서류에 HW라고 사인을 합니다. 이것은 회귀하기 전 윤현우일 때 자신의 사인이었고 그의 오랜 사인 습관이 손에 붙은 것일 수도 있지만, 회귀하기 전의 자기 자신인 윤현우와 윤현우의 억울한 죽음에 대한 복수를 성공시키겠다는 다짐을 잊지 않기 위한 의식적인 행동인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4화에서 예고된 대로 아진 자동차를 인수하기 위한 경쟁에 본격적으로 뛰어듭니다. 사상 초유의 사태로 경쟁력 있는 기업을 헐값에 살 수 있는 기회가 널렸는데도 큰 금액의 부채를 감당하고도 아진 자동차를 인수하려는 진도준을 이해할 수 없다는 오세현의 만류에도 그가 아진 자동차를 고집하는 이유는 따로 있었는데요.
바로 윤현우의 아버지가 아진 자동차의 직원이었고, 이 인수 과정에서 부당 정리해고를 당한 후 생계가 급격하게 어려워졌고, 이후 노조 활동을 하다가 참혹하게 무력 진압을 당하는 모습을 보고 윤현우의 어머니가 쓰러져 결국 돌아가셨기 때문입니다. 이런 불상사를 막기 위해 진도준은 전력을 다해 아진 자동차를 인수하려 했고, 인수 조건으로 당연하게도 전 직원 고용 승계를 제시했습니다.
문제는 아진 자동차를 진양철 회장도 노리고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한도 제철을 무리하게 인수하느라 회사에는 현금도 없고, 대출 한도도 맥시멈이고, 부동산 자산까지 건드릴 수 없는 상황에서도 아주 자동차로 포기하지 못하는 진양철 회장의 속사정도 사실 만만치 않았는데요. IMG 당시 국제금융기구는 외화를 빌려주는 조건으로 한국의 금융시장 개방, 대기업의 거대 구조 조정, 노동시장의 유연화를 명목으로 직원들의 비정규직 전환 등을 요구했습니다.
여기에다가 새 정부의 재벌 개혁이라는 슬로건 아래 거대 기업들의 구조조정을 강행하고 있는 상황이었는데요. 이 상황에서 자동차 시장 만년 꼴찌 기업인 순양 자동차가 1순위 정리 대상이었기에 이것을 막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아진 자동차를 인수해야 하는 선택이 아니라 생존의 문제에 직면해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런 와중에 전 직원 고용 승계라는 미라클의 제시에 순양이 밀리자 진양철은 장손 진성준과 혼담이 오가는 현성 일보를 움직여 "외국계 투기 기업에 아주 자동차가 팔리는 순간 미국 자동차 업계에 한국 시장을 내놓는 것이다."라는 여론을 일으켜 대중의 반대 시위를 이끌고, 아진 자동차 대표의 치부를 들추어내 미라클이 아진 자동차를 인수하지 못하게 만듭니다. 그렇게 아진 자동차 인수에 한 발짝 다가갔다고 생각한 순간 대영 자동차를 주축으로 한 순양 자동차와 아진 자동차를 합병하라는 청와대의 지시가 내려왔고, 이에 진양철 회장은 오랜 숙원 사업이던 순양 자동차를 하루아침에 빼앗기게 되는 상황에 놓이게 되는데요.
이미 여론 몰이로 미라클이 아진 자동차를 인수할 수 없게 된 상황에서 진도준은 마지막 방법으로 대영 자동차에 합병이라는 굴욕적인 상황에 놓인 진양철을 이용해 아진 자동차를 인수할 계획을 세웁니다. 진양철에게 아진 자동차를 인수할 1조 5천억 원의 금액을 주고, 요구 조건으로는 순양 자동차의 지분 17%와 아진 자동차의 전 직원 고용 승계 조건을 내걸었는데요. 이 큰돈을 갑자기 빌려주겠다며 접근하는 미국 투자 기업의 대표 오세현을 경계하며 쉽게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던 진양철 회장에게 오세현 대표가 말합니다.
"저희 대주주께서 말씀하셨습니다. 회장님은 이 제안을 받아들이실 거라고. 늘 말씀하시는 정도 경영, 회장님의 정도는 돈이라고요." 이 말을 들은 진양철 회장의 눈빛이 일순간 번뜩이는데요. 왜냐하면 이 말은 진향철 회장이 진도준에게만 해준 말이었기 때문입니다. 다음 순간, 진양철 회장이 이와 같은 빅딜을 청와대에 넣었고, 결국 순양 자동차가 아진 자동차를 인수하고 전 직원 고용 승계를 약속해 윤현우의 아버지는 직장을 잃지 않게 되었습니다.
회귀 전 자신의 가족의 원흉이었던 아버지의 실업이라는 문제가 해결되자 진도준은 기쁜 마음으로 현재 윤현우가 살고 있는 집으로 달려왔는데요. 그러나 그곳에서 충격적인 사실을 마주하게 됩니다. 그의 집에서는 장례를 치르는 사람들의 울음소리가 흘러나왔고 눈앞에는 회기 전에 그때처럼 어머니의 영정 사진이 놓여 있었죠. 아버지의 실업은 막았으나 어머니의 죽음은 막지 못했다는 믿을 수 없는 현실에 충격을 받은 진도준의 모습으로 드라마는 끝을 맞았습니다.
예고편에서 진도준은 "어머니는 절대 그런 선택을 할 사람이 아니다."라는 대사가 나오는데요. 추측해보자면, IMF가 터질 당시에 거대 다단계 사기로부터 주가 조작, 대부업의 고금리 등 어려운 서민들을 현혹해 증권까지 빨아먹는 경제 관련 범죄가 연이어 발생했던 시기였고, 가뜩이나 힘든 시기에 이런 사기를 당한 서민들이 죽음에까지 이르는 경우도 많았었습니다.
윤현우는 어머니 역시 어려워진 형편에 힘들어지자 이런 유혹에 넘어가 큰돈을 잃게 되었고, 그로 인한 충격으로 쓰러졌거나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인생 2회 차에서도 자신의 어머니를 살리지 못했다는 자책감이 극심할 진도준이 위기를 어떻게 해결해 나갈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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