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슈룹>을 보면서 가장 이해 안 되는 것은 바로 손주를 공격하는 할머니입니다. 아니 손주들 많다고 저래도 되는 건가요? 가장 이해 안 되는 시할머니의 손주 살해시도, 이게 실화인가요... 살해할 이유가 있나요? 대비의 의중을 파악해 나가는 게 <슈룹>의 서사에 꽤 중요한 포인트죠.
성남 대군에 관해서는 우선 여러 설이 많죠. "화룡이 선왕의 상 중에 가진 아이라서 나중에 화를 미칠 인물이라 제거하려는 것이다.", "먼저 죽은 세자와 쌍둥이였는데 쌍생아는 부정 타는 것이라 죽이려 했다.", 또 하나는 "화령이 몰래 궁 밖으로 나가서 외간 남자와 불륜을 저질렀고, 거기서 나온 소생이 성남 대군이다."라는 둥, 별의별 설이 난무하고 있는데요.
사실 중요한 건 그게 아닌 것 같습니다. 대비와 중전의 관계는 고부간의 갈등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는 것 같거든요. 단순히 아들이 너무나 사랑하는 시어머니가 며느리한테 가는 질투는 아닌 것 같습니다. 대비는 지금 왕의 어머니죠. 이후가 왕으로 태어나서 절대 권력을 가진 게 아니라 대비가 자기 아들을 왕으로 만들었기 때문에 절대 권력이 주어진 건데요.
한마디로 "지금 왕궁, 내가 만든 거야." 지금의 판을 실질적으로 짜고 만들어놓은 게 대비 본인이라는 생각이죠. 그런데 중전이라는 며느리가 자기한테 꿈쩍 하지를 않고 있네요. 알아서 기어야 하는데, 화령의 스타일 이미 나왔잖아요. 당당하고 빈말 못하고, 시어머니한테 입이 발린 말했을 리가 없겠죠. 그냥 자기 스타일대로 했겠죠.
아마 대비의 눈에는 화령이 아무 잘못하지 않았는데도 사사건건 걸리적거렸을 거 같습니다. 그래서 더 싫었을 거예요. 잘못이라도 하면 그걸로 뭐라 하면 되는데 꼬투리 잡을 거리가 없으니까요. "나는 그냥 믿어 싫다." 이런 마음이겠죠. 또 한 가지는 대비가 가지고 있는 현재 기독권과는 다르게 화려은 진보적이고 깨어 있는 성향으로 그려집니다.
소수자성을 가지고 있는 아들 계성 대군을 대하는 엄마로서의 모습도 그렇고, 천한 신분과 여성들을 대하는 모습까지, 혜월각을 만들고 초월이한테 하는 거 보면 딱 성품이 보이죠. 아마 같은 여성이지만 여성을 대하는 생각이 대비와 중전이 완전 다를 겁니다. 결국 대비 대 중전의 싸움은 대비를 중심으로 한 과거의 보수적인 세대와 화령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세대 간의 신구 갈등을 의미합니다.
최종 세자 대결에서 대비에게 붙으려 하는 황귀인과 영상 역시 같은 무리인 셈이고요. 더 나은 나라를 만들기 위해 이들을 극복해야만 하는 게 화령과 그 아들, 성남의 역할일 것 같습니다. 어찌 보면 굉장히 흔한 갈등 구조인데 <슈룹>의 매력은 궁중과 여성이라는 설정을 통해서 굉장히 새롭게 풀어내고 있다는 점입니다. 남은 회차에서는 대비와 중전의 최종 대결이 펼쳐질 것 같습니다.
결국 드라마가 끝나려면 갈등이 종료되어야 하는데요, 대비가 죽을 것 같지는 않고 아마 화령의 시대가 온다는 걸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모습이 나올 것 같은데, 어떻게 백기를 들게 될지, 과연 이를 박박 알면서 들게 될지, 아니면 눈물을 흘리며 들게 될지, 결말이 궁금합니다. 화령을 비롯한 새로운 시대를 나타내는 인물들의 연합을 지켜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