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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겟아웃>과 <어스>를 연출했던 조던 필 감독의 신작 <놉>이 개봉했습니다. 그의 영화들을 보다 보면 분명 영화 자체가 재미있긴 한데 그 이면에 다른 내용이 있는 것만 같고, 그래서 조금은 어렵게 느껴지는 이야기들입니다. 첫 연출작인 <겟아웃>의 경우 비교적 눈에 보이는 이야기들이었고, <어스>는 미국 사회에 대한 이해가 필요했다면, <놉>은 '영화'에 대한 이해가 필요한 것으로 느껴졌습니다.
영화 <놉> 정보
개봉 : 2022.08.17
장르 : 미스터리/공포
국가 : 미국
평점 : 6.6
등급 : 12세이상관람가
러닝타임 : 130분
사실 조던 필 감독의 영화 자체가 조금은 난해하게 보이기도 하고 미국 사회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기도 해서 한국 관객들이 100% 이해할 수 있는 영화는 아닐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영화 자체는 흥미롭게 느껴집니다. 미스터리 공포 영화답게 점프 스케어를 이용한 큰 놀람보다는 서서히 조여 오는 긴장감 있는 연출들이 볼만합니다. 특히나 마구간에서 처음으로 외계인이 등장하는 장면은 상당히 인상적이었습니다. 시간을 들여서 서서히 등장하는 모습이 오히려 긴장으로 다가오는 순간들이었습니다.
영화 전체적으로 충분히 흥미는 있지만 100% 이해하기 어려운 요소들이 있어서 약간의 답답함이 느껴질 수 있습니다. 아이맥스 관람이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이번 <놉>은 아이맥스 촬영이 미학적으로 가치 있게 사용이 된 것 같습니다. 하늘에서 무언가가 쫓아오는 느낌이기 때문에 가로로 긴 기존 화면비에서는 이것에 대한 압박감이 덜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세로로 긴 화면비를 가진 1.43대 1의 화면비에서는 이러한 높이감과 위압감이 훨씬 크게 느껴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영화에서 아이맥스 촬영 비중이 그렇게 큰 것은 아니지만 아이맥스는 이렇게 쓰는 것이 맞다는 생각이 듭니다.
지금부터는 영화 내적인 이야기를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영화에 등장하는 내용 중에서 최초의 영화라고 말하는 말 타는 흑인에 대한 이야기는 영화에 대한 공부를 하셨던 분들이라면 한 번쯤 들어봤을 법한 이야기입니다. 극 중에서는 최초의 영화라는 표현을 하는데 흔히 최초의 영화라고 알고 있는 '열차의 도착'과는 조금 차이가 있습니다. '열차의 도착'은 처음으로 사람들에게 돈을 받고 상영을 했던 최초의 상업 영화라는 개념이 좀 더 강합니다.
아무튼 최초의 영상이라는 개념, 그리고 영화라는 개념으로 접근하는 것이 이 영화 <놉>이 말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받아들이는 것에 조금 더 수월할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렇기 때문에 말을 탄 흑인의 모습이 최초의 영상 기록물이라고 생각을 해본다면 그 모습은 완벽하게 주인공의 모습과 동일합니다. 그리고 극 중에서 그런 흑인의 모습을 기록하는 사람은 백인 남성이죠. 이런 이야기와 더불어 영화에 등장하는 주요 사건이 바로 침팬지 '고디'에 대한 내용입니다. 이 내용은 미국에서 벌어진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한 것입니다.
과거 tv 쇼에 출연하면서 유명해진 침팬지가 사람을 공격하기 시작했고, 결국 경찰에 의해서 사살되는 사건이 발생합니다. 영화에서 등장한 내용과 100% 일치하는 것은 아니지만 영화의 내용만으로 생각을 해본다면 극 중 리키가 당시에 현장에 있던 피해자였던 것이죠. 사실 본인에게 트라우마로 남을 수 있는 사건임에도 비교적 덤덤하게 이야기를 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그 이유는 현재 본인도 비슷한 사업을 하고 있기 때문이지 않을까 생각이 드는데요, 고디는 사람들에게 구경거리·볼거리로 쓰였습니다. 그랬던 고디가 리키에게 인사를 건넨 것은 동양인이었던 리키가 자신과 비슷한 처지였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인 것 같습니다.
그랬던 리키가 성인이 되어서는 다른 구경거리를 통해서 돈을 버는 상황이 된 것입니다. 거기에 더해 리키의 공연 도중에 소개되었던, 리키의 첫사랑이라며 소개가 되었던 이상한 얼굴을 가지고 있던 여성은 과거 고디의 폭력에 의해 안면 이식을 받았던 실제 인물을 모티브로 하는 것입니다. 실제로 이 인물이 오프라 윈프리쇼에서 인터뷰를 한 적이 있는데요, 그래서 극 중에서 오프라 윈프리쇼가 언급되는 것이 이런 맥락에서 이루어진 것이 아닐까 생각이 들고요, 즉 과거의 구경거리였던 고디로 인해 한 차례 사건을 겪었던 그들이 다른 무언가를 구경거리로 찾는다는 맥락으로 보인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앞서 이야기했던 촬영 감독이었던 백인 남성은 그들을 관찰하는 관찰자로서 흥미를 기록하는 일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여기서 흥미로운 것은 영화 전체의 흐름으로 본다면 사람들이 구경거리로 보는 주체가 달라지고 있다는 것을 알 수가 있습니다. 아주 먼 과거에는 흑인이었고 시간이 지나면서 동양인, 그리고 침팬지와 말, 그 마지막이 바로 UFO의 존재였던 것이죠. 여기서 말하는 UFO에 대한 관심이라는 것도 그것과 같은 맥락이라고 생각합니다.
결국 '사람들은 무언가 구경거리를 찾게 되고, 끝내 "구경거리가 되는 것은 통제가 가능하다."라고 생각하는 존재이다'라는 이야기로 보입니다. 하지만 영화는 그 존재가 통제가 불가능했을 때에는 결국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는 이야기로 흘러가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것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것이 OJ가 처음으로 촬영장에 나간 장면으로 보입니다. 말 농장의 주인으로서 말을 다루는 것에 대한 주의사항을 이야기하지만 사람들은 전혀 관심이 없습니다. 말에 대해서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는 오제이, 그 뒤에 에메랄드가 등장해서 현란한 말솜씨로 사람들에게 이야기하는 장면은 마치 광대와 같은 모습을 보여줍니다.
그리고 그런 일을 과거부터 내려온 일이라고 이야기를 하죠. 어쩌면 말을 다루던 흑인, 말과 흑인이 과거부터 지금까지 구경거리로 전락해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내용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후에 등장한 장면을 보면 오제이가 말과 눈을 맞추지 말고 말 뒤로 가지 말라고 이야기를 하지만, 다른 스태프들은 별로 주의를 기울이지 않다가 결국에는 말의 뒷발에 의해 사고가 나서 말의 조형물로 대체가 됩니다. 참 아이러니한 상황입니다. 분명 주의사항을 이야기했지만 그에 따르지 않던 사람들이 자신들 마음대로 통제가 되지 않는다고 쫓아버리는 이 상황, 이런 일련의 상황들이 이후에 등장하는 고디 사건과 비슷한 맥락을 가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고디와 촬영 도중에 스태프들은 풍선을 가지고 왔죠. 하지만 풍선은 터지게 되면 순간적으로 큰 소리가 나기 때문에 동물들에게 자극의 요소가 될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조심해야 했지만 전혀 그런 배려가 없었던 것이죠. 그렇게 고디는 통제를 할 수 없는 상황이 되었는데, 그 결말은 결국 사람에 의해서 사살되는 것이죠. 그리고 이러한 흐름을 UFO라는 존재에게 대입을 해볼 수가 있다는 것입니다. 인물들과 UFO 사이에서 발생하는 인과들이 이전의 인종에 따른 인권 문제들과 연결 지어 생각해 볼 수가 있다는 것이죠.
그렇기에 영화를 보고 난 뒤에 퇴장하면서 마주한 영화의 포스터가 유독 의미심장하게 다가왔습니다. '그것이 우리 위에 있다'. 그리고 포스터 속에서 이를 바라보는 사람들은 흑인, 여성, 동양인인 것은 영화의 의도를 반영한 결과물로 보입니다. 영화의 시놉시스에는 이런 이야기들이 있습니다. '그것이 우리 위에 있다. 거대하고 주목받기를 원하고 미쳤다. 나쁜 기적이라도 있는 것일까', 여기서 말하는 '나쁜 기적'이라는 것은 특별하게 잘못한 것도 없이 찾아오는 사고와 같은 불행을 의미하는 것이죠.
단순히 피부색이 달라서, 다른 성별이라서, 누군가에게 구경거리가 되고, 그들을 통제하려고만 한다면 그것은 나쁜 기적이라고 부를만할 겁니다. 그리고 그것을 겪었음에도 나보다 약한 존재를 구경거리로 이용하는 누군가는 그들과 같은 최후를 맞이하게 된 것이죠. '사람 위에 사람 없고 사람 밑에 사람 없다', 모두가 같이 살아가는 생명체로써 서로에 대한 존중과 배려, 공생이 필요하다는 것이 이 영화가 말하고 싶은 것이 아닐까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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