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랑종, 재미있나! (랑종 줄거리, 리뷰, 결말, 스포)

영화 랑종, 재미있나!

랑종

영화 '랑종' 리뷰해볼까 합니다. 영화 자체에 대한 이야기와 스토리나 설정에 대한 이야기 등 이렇게 두 가지를 이야기해보겠습니다. 랑종은 리얼함을 위해 부단히 노력했습니다. 일부러 비가 올 때 촬영하고 연기자들에게 프리한 연기를 맡기는 듯 말이죠. 이는 구성에서도 드러납니다. 초반에는 영화가 아니라 다큐 같았습니다. '랑종 태국의 무당을 찾아서', 이런 제목이 어울릴 것 같았습니다. 게다가 시점도 전지적 작가와 3인칭 관찰이 번갈아 나타납니다. 여기서 또 하나의 리얼함이 드러나는데 블랙박스, cctv, 작품 내 촬영팀의 카메라 영상들이 나오거든요. 이는 과거 유명한 좀비 영화 'REC'에서 즐겨 쓰던 방법이었습니다. 마치 보는 이가 저 세계관 속에 있는 듯한 느낌을 줘서 호러  장르에서 종종 쓰이죠. 또 다른 특징은 오직 연출로만 승부를 보려고 한다는 점입니다. 기존 호러 상업 영화는 '점프 스케어리',  일부러 깜짝 놀라게 하는 요소가 많습니다. 갑자기 귀신이 팍 나타나는 것 말이죠. 이를 위해서 전조 현상으로 무서운 브금이나 CG로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랑종은 그런 것들을 최대한 절제했습니다.  소속 신앙이 주는 미스터리함에 자신이 있다는 거죠. 다만 이것 때문에 '랑종'이 노잼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합니다.  보통 공포 영화라고 한다면 숨 쉴 틈 없이 놀래고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는 걸 기대하거든요. 하지만 무조건 그게 정답은 아니겠죠. 비록 그에 비하면 재미가 떨어지더라도 이렇게 시나리오와 설정으로 승부를 보는 작품도 있다는 걸 알아두시면 좋습니다. 그런데요 그건 딱 초반까지만 해당되었습니다.  영화 후반으로 갈수록 시나리오에 자신 있어 보인다는 말을 번복해야 합니다.  지금부터 그 이유를 밝혀드리겠습니다.  이유는 스토리에 있습니다. 일단 설명이 좀 부족합니다. 메인 설정이었던 '주인공의 잘못된 빙의', 영화에서는 주인공 몸에 온갖 잡귀들이 다 들어가는 바람에 그 혼합체가 사악한 악귀가 되었다고 말합니다. 그건 그렇다 치겠습니다. 어차피 초자연적인 개념인데 이성적인 설명을 바랄 수는 없겠죠. 그런데 그것만으로는 주인공의 이상한 행위들을 설명하기에 좀 부족해 보입니다. 주인공 밍은 악귀와 가까워질수록 사이코스러운 성욕과 식욕을 보입니다. 자세한 언급은 못 하지만 역겨울 정도라고 보시면 됩니다.

 

 

랑종 장면

그런데 그 이유를 그저 악귀가 들렸다고만 하기에는 너무 지나친 영화적 허용이었습니다. 마치 이건 통제가 불가능한 짐승 같았습니다. 하지만 '랑종'의 세계관은 짐승뿐만 아니라 나무나 풀 등의 식물에도 혼이 있고 원한이 있는 사람 귀신, 건물이나 집에도 혼이 있어서 모두 주인공 몸속으로 들어갔다고 합니다. 그런 것들이 모이면 왜 반드시 과격한 짐승만 되는 건지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죠.  그렇게 간단하지 않은데 영화는 너무나 쉽게 본능에 집착하는 짐승이라고 표현해 버립니다. 특히 성욕에 너무 집착합니다. 마치 무슨 종족 번식에 걸신들린 것처럼 말이죠.  그런데 이게 후반 클라이맥스

에 가서 어느 정도 해명이 되긴 합니다. 하지만 그 해명은 오히려 실망을 안겨주었습니다. 랑종이 알고 보니 좀비물이었습니다. 주인공 밍은 결국 악귀에게 몸을 뺏기고 인간들을 물어뜯게 됩니다. 게다가 밍에게 영향을 받은 인간은 똑같이 행동합니다.  이건 누가 봐도 빼박 좀비죠. 좀비 자체가 틀렸다는 것은 절대 아닙니다.  그런데 좀비는 누가 봐도 비현실적인 존재라서 등장하는 순간 그동안의 리얼함이 다 날아가 버린다는 겁니다.

 

 

대체 무당, 토속신앙 이런 설정들은 다 어디로 가버린 걸까요. 리얼함을 위해 스테프들이 감내했던 온갖 고생은 다 어디로 가버린 걸까요? 이런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영화 후반에 주인공 밍은 칼날 여왕마냥 좀비 퀸이 되어 좀비 인간들을 개처럼 끌고 다녔습니다. 그래서 계속 생각해 봤습니다. 왜 이런 결말을 낼 수밖에 없었을까? 짚히는 게 있다면 랑종은 운명에 대해서 논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같은 토속신앙이더라도 무당들 각자 철학이 있는 걸 표현하려 했죠. 영화 맨 마지막에 가면 무당이 큰 일을 앞두고 자신과 자신의 신을 믿지 못하는 일이 벌어집니다. 결과는 파국이었죠. 즉 무당이란 이렇게 자신의 운명을 받들어야만 하는, 어쩌면 안타까운 존재라는 것을 이렇게 길게 설명하려고 했던 걸까 싶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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