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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너와 나> 정보

영어제목: The Dream Songs, 2023
개봉: 2023.10.25
장르: 드라마
국가: 한국
등급: 12세이상관람가
러닝타임: 118분
평점: 6.4
수상내역: 11회 무주산골영화제, 2023

출연진: 조현철 Cho Hyun chul(감독), 박혜수(세미 역), 김시은(하은 역)

 

 

영화 <너와 나> 줄거리

수학여행을 하루 앞둔 오후, 세미는 이상한 꿈에서 깨어나 하은에게로 향한다. 오랫동안 눌러왔던 마음을 오늘은 반드시 전해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넘쳐흐르는 마음과 달리 자꾸만 어긋나는 두 사람, 서툰 오해와 상처를 뒤로하고 세미는 하은에게 진심을 고백할 수 있을까?

 

 

영화 <너와 나> 예고편

영화 <너와 나> 리뷰, 후기, 감상평

상한가를 달리고 있는 배우 조현철 감독의 장편 데뷔작입니다. 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 한국 영화 비전 부문을 시작으로 48회 서울독립영화제, 25회 정동진독립영화제, 11회 무주산골영화제 등에 초청받았고 무주산골영화제에선 관객상을 수상했습니다.

 

보고 싶은 영화였는데 배우 리스크로 개봉을 못하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다행히 10월에 개봉을 했습니다. 박혜수 배우와 같이 나오는 김시은 배우 역시 영평상, 백상예술대상, 부일영화상에 신인여우상을 받아 상한가를 달리는 중인데 이 작품을 <다음 소희>보다 먼저 찍었고 거기 있던 스태프가 추천을 해줘서 <다음 소희>를 소개받았다고 하네요.

 

 

영화는 수학여행 전날 들떠있는 교실 안, 엎드려 있던 세미(박혜수)가 일어나 눈물을 흘리면서 시작합니다. 그리고는 담임선생님을 찾아가 꿈이 불길했다며 병원에 있는 하은(김시은)에게 찾아가야겠다 하는데요. 결국 무단 조퇴를 하고 다리를 다쳐 내일 수학여행을 가지 못하는 하은을 어떻게든 같이 데려가게 하기 위한 하루를 보내게 됩니다.

 

 

퀴어 이야기라는 건 알고 봤지만 30대 남성이 쓴 각본이라고는 믿기 힘든 여고생 특유의 말투와 대화들을 담아냈더라고요. 세미가 하은에게 다가가는 조심스러운 과정을 묵묵히 쫓아가면서 분위기를 고조시키고요. 그렇게 서로 와닿은 후반부는 감정적으로 요동치게 만듭니다.​​

 

사랑 이야기로만 본다면 첫사랑이란 걸 감안해도 심심하게 다가올 수 있는데요. 이 영화가 진짜 말하고 싶은 건 따로 있습니다. 바로 죽음, 더 정확하게는 세월호 참사입니다. 영화 중간중간 독립 영화를 찍기 용이한 서울이나 전주, 부산이 아닌 안산이 로케이션임을 드러내고 장소협찬을 보면 단원고 근처더라고요.

 

 

꿈에서 깨어난 세미가 하은을 찾아다닌 이유는 그 꿈이 동네에 자신을 제외한 모두가 사라져 있고 하은을 찾지만 죽어있었기 때문인데요. 여기서 "내가 네가 되어서 혼자 다니는 너를 보면서 눈물이 났다."라는 말은 참사 후 남겨진 이들을 다루고 있다는 걸 파악할 수 있습니다.

 

해당 사고가 너무 끔찍해서 여고생의 말을 빌리고, 말도 안 되었기에 동성애라는 키워드를 넣은 채 나아가는 중·후반부는 감정의 파고가 높습니다. 영화를 다 보고 나면 교복이 마치 수의처럼 보이기도 하는데요. 세미를 포함한 학생들은 모두 교복을 입고 있지만 하은만 입고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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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황상 남겨진 이는 하은일 것이라 추측할 수 있는데 하은이 교복을 입는 장면은 꿈이나 상상 장면밖에 없고 죽은 이의 부재를 느끼거나 실제 다쳐 병원에 입원한 사람 역시 하은밖에 없다는 점까지 그렇죠. 이걸 아마 사고에 휩쓸렸을 세미에게  대입하면서 떠나간 이가 남겨진 이들에게 꿈이라는 비현실을 통해서 위로를 주고,  그럼에도 나아가 달라는 애절한 부탁을 하는 것 같죠.

 

 

그런 의미에서 주인공들을 포함해 하교한 학생들을 시내 곳곳 보여주는 모든 장면들이 아리게 다가오더라고요. 세미가 잃어버린 개 전단지를 보고 낮에 놀아준 게임을 알게 되는데요. 밤에 그 아이를 다시 찾아 하은도 뒤로 한 채 따라가죠. 한 컨테이너에 수많은 강아지가 머무는 모습은 모든 걸 의지했던 배가 가라앉을 때 그 안에 갇혔을 아이들을 보여주는 듯싶습니다. 

 

 

그 개를 찾아 눈물을 흘리는 주인을 통해 정치계가 주는 눈치 때문에 쉽사리 털어놓지 못했던 진심을 밝힌 듯 보였습니다. 이건 낮에 보았던 여자아이가 할머니와 함께 밤에 나와 놀이터에서 물웅덩이에 빠진 공룡 모형을 드는 장면으로도 비유됩니다.​​

 

​<리뷰, 후기, 마무리>

이 영화는 단순히 내용만 좋은 것이 아닌, 소규모 영화임에도 모든 제작진이 치밀하게 준비한 티가 나는 작품입니다. 촬영은 처음부터 끝까지 마치 회상 장면에서 쓸 법한 뽀얀 처리로 모든 게 꿈인 듯 접근함과 동시에 낮 이미지와 밤에 가로수 빛을 강조해 애써 밝고 싶은 의지를 전달합니다.

 

음악 감독이 유명 밴드 혁오의 보컬 오혁 님인 것도 화제였는데요. 초중반에 노래가 아예 안 쓰여서 언제 나오나 했는데 후반부부터 본격적으로 등장해 세미와 하은을 따라가는 순간 사기에 가깝게 썼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여기에 연기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커리어가 끊긴 타이밍이 주연을 맡을 즈음이라서 타격이 있을 텐데도 연기만 놓고 보면 아깝다 생각이 드는, 사랑에 안절부절못하며 화를 내다가 진심을 내비치는 박혜수 배우가 좋은 연기를 보여줬고요,  <다음 소희>처럼 밝은 이미지 속 슬픔을 간직한 김시은 배우도 이젠 범접할 수 없는 필모그래피를 쌓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여기에 유머를 찾기 힘든 영화에 웃음 포인트를 전달하는 특별출연 박정민 배우와 <지옥만세>에 이어 고등학생 역할을 준수하게 소화해 준 오우리 배우, <그 겨울, 나는>으로 연기력과 입덕 외모를 인증한 김신비 배우에 짧지만 어른으로서 모습을 드러내는 박원상, 이태경 배우도 기억에 남습니다.​​ 줄어드는 게 안타까운 소설책처럼 러닝 타임이 끝나가는 게 아쉬운  영화였습니다. 물론 훔바바나 하은이 웹상으로 남자를 찾았던 이유를 설명하지 않은 게 걸리지만 쓸데없는 것들에 감정을 무시할 수 없었죠.

 

세미와 하은이 서로의 마음을 확인한 후 끝내는 것이 아닌 가족과 함께하는 세미를 보여주며 유가족들에 대한 애틋함도 언급하고 있습니다. 사랑이란 건 그 사람 곁에 슬픔을 나누는 것도 있지만 항상 밝은 모습만 보여주고 싶은 것이기도 하다는 사랑에 대한 주제로도 손색이 없는 것 같네요. 이런 걸 보면 감정이란 게 참 나쁘단 생각이 드는데요. 사랑이나 우정, 가족 간에 일어나는 사랑은 찰나로 지나가 빠르게 깨우치지 못하면 지나가 버리지만 이별의 고통은 끝없이 무한해서 사람을 괴롭히니까요.

 

 

끔찍한 참사를 창작으로 다룰 때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하는가에 대한 좋은 해답이자 올해 다큐멘터리 <장기자랑>에서 제주도에 무사히 도착했다는 간절한 바람과 아직도 해결하지 못한 채 언급만으로 구분 짓거나 금기시하는 사람들에게 그런 식으론 아무것도 해결할 수 없다는 선언까지 곁들인 오랜만에 마음이 움직였던 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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