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퀴어 마이 프렌즈> 정보
영어제목: Queer My Friends, 2022
개봉: 2023.08.09
장르: 다큐멘터리
국가: 한국
등급: 12세이상관람가
러닝타임: 81분
평점: 5.3
출연진: 서아현(감독, 아현 역), 송강원(강원 역)
영화 <퀴어 마이 프렌즈> 줄거리
진정한 자신을 찾기 위해 몸부림치는 ‘강원’과 한 번도 자신에 대해 질문하지 않았던 ‘아현’ , 언럭키 한 서로의 인생에 럭키 한 우정이 찾아왔습니다. 삶의 배경도 성 정체성도 모두 다른 두 친구의 현실공감 100%, 짠함 200%, 사랑스러움 MAX, 서로의 세상을 넓혀가는 삐뚤빼뚤 성장담입니다.
영화 <퀴어 마이 프렌즈> 예고편
영화 <퀴어 마이 프렌즈> 리뷰, 후기, 감상평
여기 조금은 특별한 친구 사이가 있습니다. 얼핏 보기엔 닮은 구석 하나 없어 보이지만 한 가지 공통점이 있는데요. 바로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는 청춘이라는 점, 그렇게 강원과 아연은 서로를 이해하고 들여다보기 시작하며 조금씩 성장하기 시작합니다. 친애하는 너와 나, 그리고 청춘을 위한 영화, 8월 9일 개봉한 <퀴어 마이 프렌즈>입니다.
작품은 <퀴어 마이 프렌즈>를 보며 꽤나 오랜만에 괜찮은 작품이 나왔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퀴어'라는 단어를 전면에 내세운 제목과는 다르게 더욱 깊이 들여다보면 성 소수자에 대한 이해와 존중이 최종적인 목적이 아닌 흔들리는 청춘들에 대한 이해, 그리고 나 자신에 대한 사랑이 도착점이었기 때문입니다. 또한 강원을 바라보는 아연의 시선과 그런 아연에게 알게 모르게 힘이 되어주고 기댈 수 있는 사람이 되어주는 강원의 모습에서 성별과 나이 가치관을 떠나 누군가를 이해하는 게 얼마나 아름답고 숭고한 일인지를 느끼게 되었죠.
특히 작품의 칭찬할 점을 꼽자면 절대로 한 인물이나 상황을 부정적으로 그리거나 거리감을 느끼게끔 담지 않았다는 점이었습니다. 우선 작품은 강원과 아연의 만남을 그립니다. 같은 기독교, 그 안에서 연극을 하며 만난 둘, 어느 정도 친분은 있었으나 서로에 대해 속속들이 알지는 못했지만 강원이 미군에 입대하게 되고 자신의 생일을 기념해 커밍아웃을 공개적으로 한 데에서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됩니다.
이 부분부터 작품이 꽤나 좋아지기 시작했는데 일반적으로 커밍아웃을 한 사람들의 이야기에선 픽션이냐 논픽션이냐를 떠나 그들의 혼란과 외로움, 고독함과 불합리를 중점적으로 그리는 반면 아연을 비롯한 주변인들은 조금 놀랐을 뿐 여전히 그의 옆에서 변함없이 자리했기 때문입니다.
아현 역시 강원의 이야기를 다큐로 담으면서 성소수자의 불합리, 고독, 사회적 차별을 받는 모습으로 그리기보다는 자신이 당당하게 선택하고 또 움직이는 능동적인 청춘의 모습으로 그립니다. 그리고 그런 강원을 카메라에 담는 이유 중에 하나는 드디어 아연이 강원에 비해서 더욱 속할 곳이 없는 청춘의 모습에 가깝다고 느꼈고, 그렇게 자신과는 다른 강원이 마음을 기댈 수 있고 또 한편으론 동경에 대상이 되었기 때문인 것이죠.
하지만 강원 역시 아현이 바라보는 모습과는 다르게 굉장히 지쳐있고 흔들리고 있었죠. 한국에선 군대를 나올 수 없어 미군에 입대해 시민권을 얻었고 다시 한국에 들어왔을 때는 그는 사회적으로 어디에도 속할 수 없었죠. 그렇게 회사나 일반적인 직장에 속하지 못하고 대출금의 압박도 있는 아현과 한국에서도 외국에서도 어떤 사회에서도 쉽게 섞이지 못하는 강원은 점차 서로를 이해하고 조금은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기 시작합니다.
"언제까지나 우리가 함께 있길 바랐지만 강원이는 한국 국적을 포기하고 미군의 입대했다." "한국군은 아예 동성애자가 존재하지 않거든. 그런 경험 자체가 뭔가 되게 공포의 약간 시작이야." 역시 이 작품의 최대 장점은 작품의 시선입니다. 꽤나 긴 시간 아현과 강원을 담아내면서 극적인 성장을 이뤄내는 모습을 그려내기보다는 한없이 밝고 명랑했다가도 금세 주저앉고 무너지는 모습마저 그리면서 자신을 억누르는 무언가를 끝끝내 이겨내기보다는 도망가는 청춘의 아픔도 가감 없이 담겼기 때문이죠.
특히 강원의 이런 흔들림과 상처를 담는 모습, 무너지는 모습을 보여주는 장면에서 강원과 아현의 용기와 배려가 느껴져 특히 좋았는데요. 근 몇 년 사이 개인적으로 느끼는 사회의 모습은 청춘들에게 흔들림을 두려워하지 말고 도전과 감내, 고통을 이겨내고 성장통을 겪어 멋지게 성장하라는 말을 마치 손바닥 뒤집기처럼 쉬운 일인 마냥 강요하고 있다고 느껴졌는데, 사실 진짜 청춘들은 원하지 않아도 하염없이 흔들리고 있으며 부유하고 있고 정처 없이 힘겹게 떠돌고 있는 사람들이 더 많거든요.
그런데 이걸 마치 당연히 겪어야 하는 일련의 과정이고 "언젠가 이겨낼 수 있을 거야."라는 식의 무책임하고 잔인한 말을 어른 혹은 인생 선배라는 위치를 빌려 툭 던지는 모습이 보기 좋지 않았는데 작품에서 비치는 강원과 아현은 여전히 성장하고 있지만 무너지는 게 더 많은 진짜 청춘의 모습을 대변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서로와 스스로를 더 많이 이해하고 바닥까지 부서진 모습을 직접 마주하며 다음번 쌓아 올릴 기둥을 더 단단하게 다지는 모습이 작품을 보는 다른 청춘들에게 큰 힘과 위로를 건네주는 듯했고요. 작품에선 유독 이동하며 창밖을 바라보는 장면이 많이 나왔습니다. 기차를 타고 자동차를 타고 이동하며 찍은 바깥 모습들, 너무나도 평온해 보이는 창문 안과는 다르게 정작 창문 밖 문을 열고 나가면 서로 다른 이념과 생각들이 상처 입히고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는 치열한 곳인데 이곳에서 힘겹게 자리를 잡아가려는 청춘의 모습처럼 느껴졌습니다.
자신이 기댈 곳을 찾아다니며 부유하는 우리들의 모습 말이죠. 특히 작품이 끝나고 엔딩 크레디트가 올라가며 아현과 강원이 통화하는 모습이 짤막하게 나오는데 어찌나 귀엽고 또 미소가 지어졌습니다. 어쩌면 같은 나이대 혹은 그 나이대를 경험한 우리 모두 흔들리는 청춘이라서 그랬던 건 아니었을까 싶었습니다.
작품의 후반부 "우리 모두가 조금만 덜 외로웠으면 좋겠다."라는 내레이션이 나올 땐 언제쯤 우리가 외로움을 잊고 웃으며 살 수 있을까 싶으면서도 한편으론 "외로움을 느끼기에 우리는 함께 서로를 더 이해하며 살아야 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어 생각에 잠기기도 했고요.
부유하는 청춘의 무너짐을 응원하는 다큐멘터리 영화 <퀴어 마이 프렌즈>는 2016년 드라마 <디어 마이 프렌즈>에서 영감을 받아 성소수자인 강원을 생각하며 제목을 지었다고 하는데 비록 시작은 강원의 모습을 바라보는 시선에서 출발하지만 끝은 그런 강원의 모습을 통해 오히려 자기 스스로를 이해하고 성장하게 되는 아현의 모습으로 연출되고 우리는 그렇기에 '퀴어'보다는 '프렌즈'에 더 집중해서 작품을 관람해 보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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