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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년 서울 올림픽을 배경으로 하는 영화 <서울 대작전>이 개봉했습니다. 올림픽이라는 거대한 등잔 밑에서 벌어지는 일련의 사건을 그린 영화입니다. 넷플릭스로 공개되었기 때문에 많은 분들이 이미 영화를 접하셨습니다. 그만큼 쓴소리도 많이 나오고 있는데요, 다른 영화와 마찬가지로 장점도 있고 단점도 보였습니다.
영화 <서울 대작전> 정보
공개 : 2022.08.26
장르 : 액션/어드벤처
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러닝타임 : 138분
국가 : 한국
출연진 : 유아인, 고경표, 이규형, 박주현, 옹성우, 문소리, 김성균, 오정세, 정웅인, 송민호...
제작비가 많든 적든 항상 모든 예산을 집중할 부분과 상대적으로 덜 집중할 부분이 존재합니다. 영화 <서울 대작전>의 경우는 분명 미장센이었을 겁니다. 그 어떤 비판도 최소한 색감이 뛰어난 레트로 감성만큼은 어느 정도 있다는 부분이 있습니다. 시각미가 중요한 영화에게 좋은 장점이죠. 그러나 이것 말고는 아쉬운 부분이 많았습니다.
아무리 시각미가 훌륭한들 영화는 스토리 창작물입니다. 즉 시나리오가 좋지 않으면 혹평을 피하기가 어렵습니다. 일단 고증이나 정치 이야기는 전혀 하지 않겠습니다. 영화만 보고 부품까지 하나하나 다 분석할 정도로 차에 대해 해박한 관객들은 그렇게 많이는 없을 겁니다. 88년 배경인데 갑자기 해리포터에 날아다니는 차가 나올 정도로 허접한 고증만 아니면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하늘 나는 차가 나오긴 했군요. 스카이다이빙 하는 차네요.
아무튼 정치 이야기는 영화 후기에 맞지 않고, 정치 얘기를 꺼내는 순간 영화 후기는 제대로 하지 못할 겁니다. 설정과 캐릭터에 대한 것도 당연히 아쉽다고 느끼는 부분입니다. 이제 히어로보다 빌런이 더 사랑받는 시대인데, 빌런이 카리스마가 전혀 없습니다. 그저 총 쏘고 사람 죽였다고 카리스마가 생기는 게 아니죠. 오히려 잔인한 모습을 보이지 않아도 그 사람의 냉혈한 같은 내면과 악마 같은 성격을 보여줘야 합니다.
그런데 이 실장은 수행비서라 그런지 폭력적이지만 주인공 일행에게도 무시당할 정도로 카리스마는 없습니다. 그럼 지하세계 대통령이라는 강 회장이라도 매력적인 빌런인가 싶었지만 부하 갈구는 것만 보일 뿐 중압감이 느껴지는 카리스마는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그 외에 주연으로 볼 수 있는 악역은 없었으니까 결과적으로 영화 <서울 대작전>의 매력마저도 깎이게 됩니다. 주인공의 동기가 확실하게 드러나지 않아 오리무중입니다. 동기가 뭘까요?
미국의 어머니 때문인지 그랑프리에 출전하고 싶어서인지 동기가 헷갈리고, 갑자기 일하다가 중간에 그만두겠다고도 하는 등등 전혀 공감이 되지 않습니다. 뿐만 아니라 다른 인물들도 동기가 무엇인지 애매한 것은 마찬가지입니다. 그저 의리나 가족애? 이런 미지근한 소재를 가지고 이 시대의 관객들을 만족시키기는 어렵습니다. 이럴 때는 오히려 악역들이 더 명확합니다. 최소한 정경유착 관련 인물들은 자신의 비자금에 목숨 걸었다는 정확한 동기가 있으니까요.
즉 주인공 팀 전체가 아무리 고생을 한들 그들에게 전혀 공감이 되지 않습니다. 진부하고 오글거리는 멘트 문제는 이제는 밈이 되어버린 한국 영화의 고질적 문제이니까 그렇다 치더라도, 최소한 사투리 설정은 좀 명확해야 하지 않나 싶습니다. 애초에 사투리 사용에 자신이 없으면 그냥 표준말로 해도 될 텐데, 어느 지방인지 분간이 안 되는 사투리를 혼용해서 사용하는 있고, 억지로 하는 것 같아 보는 내내 무척 신경이 쓰였습니다.
스토리에 대한 아쉬움도 많습니다. 분명 카 체이싱이 포인트로 홍보된 걸로 아는데, 자동차 액션 비중은 생각보다 없고 스파이물 같이 정경유착 비리를 밝혀내기 위한 팀 미션 수행이 더 많이 나온 것 같습니다. 물론 카 체이싱이 아예 없는 건 아니지만 이미 할리우드 영화들로 눈이 높아질 대로 높아진 관객들에게 이 정도 수준으로는 매력을 느끼게 하기 힘들다고나 할까요.
아무래도 한국에서 마이너한 장르들이 성공하기 힘든 시대입니다. 하지만 <오징어 게임>은 흥행에 성공했습니다. 그러니 절대 '졌지만 잘 싸웠다' 정도로 자기 위로하지 마시고, 이를 발판 삼아 더 나아갈 다짐이 필요해 보입니다. 요즘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다시 80~90년대 시절의 젊은 패션이 재유행이기 때문에 이런 현재의 트렌드가 영화의 흥행에 어떤 영향을 줄지 궁금했습니다. 그러나 결과가 처참한 걸 보면 무조건 트렌드에 맞다고 해서 흥행이 되는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트렌드가 다시 유행한다고 해서 영화까지 그 인기가 이어지지는 않는다는 걸 보여준 영화인 것 같습니다.
사실 지금의 젊은 세대들이 80~90년대 패션을 동경해서 좋아하는 게 아니라 옛날이든 지금이든 상관없이 그냥 입기 편한데 힙하기까지 하기 때문에 입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즉 지금의 패션 트렌드는 과거에 유행했었다는 사실이 전혀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죠. 영화는 영화대로 보는 시선이 다르고 매력을 느끼는 포인트가 다른데, 트렌드가 반영된다고 해서 무조건 흥행하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영화 <서울 대작전>을 보면서 사람들의 기대가 컸기 때문에 실망도 큰 것이라 보입니다. 영화만 놓고 보면 완전히 졸작은 아닙니다. 색감과 레트로 감성 덕분에 정말 색깔 좋은 장면의 연속이었고, 예전에는 해외에서만 만드는 줄 알았던 다양한 장르들이 메이드 인 코리아로 나오는 것도 자랑스럽습니다. 하지만 이제 막 발돋움을 하는 것인 만큼 절대 첫술에 배부를 순 없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쏟아져 나오고 있는 모든 지적들이 나중에 좋은 작품을 만드는 데 밑거름이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변호사 쉬헐크>, 디즈니 플러스, 재미있나! (등장인물, 출연진, 정보, 몇부작, 줄거리, 스트리밍, 기간, 등급, 마크 러팔로, 타니아나 마슬라니, 팀 로스, 예고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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