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어느 멋진 아침> 정보
영어제목: One Fine Morning, Un beau matin, 2022
개봉; 2023.09.06
장르: 로맨스/멜로/드라마
국가: 프랑스, 독일
등급: 15세 이상관람가
러닝타임: 113분
평점: 8.0
영화 <어느 멋진 아침> 출연진
미아 한센 로브 Mia Hansen Love(감독), 레아 세이두 Lea Seydoux(산드라 역), 파스칼 그레고리 Pascal Greggory(게오르그 역), 멜빌 푸포 Melvil Poupaud(클레망 역), 니콜 가르시아 Nicole Garcia(프랑수아즈 역), 카밀 르방 마르탱 Camille Leban Martins(린 역)
영화 <어느 멋진 아침> 줄거리
여덟 살 난 딸과 투병 중인 아버지와 파리의 매일을 살아가고 있는 산드라는 어느 날 오랜 친구 클레망을 만나 새로운 사랑을 시작합니다. 일과 가족, 사랑 사이에서 삶은 계속되고 때로는 눈물이 왈칵 쏟아지려 하지만 아침은 여느 때와 같이 찬란하게 찾아옵니다.
영화 <어느 멋진 아침> 예고편
영화 <어느 멋진 아침> 리뷰, 후기, 감상평
<다가오는 것들>, <베르히만 아일랜드>, 미아 한센 로브 감독의 신작입니다. 제75회 칸 영화제 감독주간 초청작이고 해당 영화제에서 유럽 작품상을 수상했습니다. 프랑스 여배우 중 가장 잘 나가는 레아 세이두가 주연이란 점도 기대 포인트였습니다. <신의 은총으로>의 멜빌 푸포 얼굴도 반가웠습니다. 감독의 자전적 이야기도 담겨있다고 합니다.
영화는 아버지 게오르그 집을 방문하는 산드라를 비추며 시작합니다. 희귀병에 걸려 시력과 기억력, 정신 장애까지 앓고 있는 아버지는 연인 레일라만 찾습니다. 남편을 여의고 혼자 딸 린을 키우며 살아가던 어느 날, 남편의 친구이자 우주 천체학자인 클레망이 나타납니다.
몇 번의 만남 끝에 관계를 가지며 연인으로 발전하는데요. 그 시기부터 가족이 아버지의 요양원 입원을 결정하면서 하루가 다르게 쇠약해지는 아버지 모습도 같이 마주하는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베르히만 아일랜드>의 경우 극 중 극형식을 띠고 창작이라는 모멘텀이 중요해서 이 영화도 그렇지 않을까 싶었지만 산드라 하나에게만 집중하며 로맨스 영화로 전개됩니다.
남편이 죽은 후 딸 육아와 5년 전 병을 얻은 아버지 간병 등으로 연애 한 번 제대로 하지 못한 그녀에게 운명적으로 클레망이 나타나는데요. 클레망에게는 아들과 아내가 있지만 권태기에 접어들어 두 사람의 관계는 빠르게 진전됩니다. 하지만 그만큼 아버지의 병세가 악화되는 아이러니함을 영화가 잘 사용하고 있는데요.
아버지와 있을 때 받는 스트레스를 클레망을 만남으로써 풀어내는 듯한 인상을 주는데요. 가정이 있는 그가 관계를 확실히 하고자 헤어지고 만남을 반복하며 그녀는 통역 일에 지장을 받을 정도로 힘들어합니다. 투정 부리기도 하지만 자신을 웃게 만들어주는 딸 린과 이혼했지만 아버지 일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엄마 프랑수아즈, 귀찮기도 하지만 만나면 신나게 지내는 가족 모임 등 아무나 한 명의 삶을 영화화한 듯 묵묵히 살아간다는 것의 희망을 주목합니다.
여기에 전작에서도 다뤘던 문학 이야기도 담겨 있습니다. 일단 산드라가 하는 일 자체가 통역사고요. 철학 교수였던 아버지 영향으로 많은 책을 읽고 자랐기에 집을 처분하는 과정에서 책을 어떻게 해야 하나를 고민하게 됩니다. 그 과정에서 아버지의 제자를 만나 책들을 그녀 책방에 넣기로 합니다.
이 과정에서 현재 아버지는 껍데기만 있을 뿐 이 책이 아빠 같다는 고백 등 의미 있는 솔직함을 건져냅니다. 프란츠 카프카의 <변신>을 언급하기도 합니다. 이 솔직함은 자신이 이렇게 되면 안락사를 해달란 말까지 합니다.
공교롭게도 아버지는 정반대의 심경을 기록해 뒀습니다. 엄청난 병이 덮쳐온다는 걸 알지만 직전까지 교직에 있었고 그 병 앞에 포기하지 않겠다는 다짐은 산드라와 다른 의미로 살아감의 정의를 드러냅니다. 거대한 비극이 덮쳐올 때 잠깐의 숨 돌릴 여유만이 우리가 생존하는 이유가 아니겠는가 하는 미아 한센 로브 식 삶에 대한 영화이자 로맨스 영화였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젠 원톱 주연에서 안정감을 넘어 전작 <프랑스>와 다른 이미지로 캐릭터를 창조해 내는 레아 세이두의 연기가 빛납니다. 막이 올리고 내릴 때 나오는 음악처럼 사용한 브금도 집중도를 올려줍니다. 아픈 아버지와 지켜보는 딸이라는 구성은 작년 개봉한 프랑수아 오종 감독 <다 잘된 거야>가 생각나기도 하네요.
<마무리>
전작이 루즈한 감이 있었고 이 작품도 러닝 타임이 두 시간이라 졸리지 않을까 싶었는데 조금씩 그런 감은 있고 내용 안 분위기가 비슷해 진입 장벽을 높일 것 같은 단점이 있습니다. 전작보다 더 좋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감독이 가족과 사랑에 대한 솔직함을 투영시켜 또 다른 감독의 모습처럼 다가왔거든요.
포스터를 장식한 엔딩도 기분 좋게 극장을 나서게 해 줍니다. 나름 커리어우먼인 산드라가 갑자기 찾아온 사랑에 안절부절못하고 아버지를 남몰래 원망하는 부분은 우리 모두가 몸만 커버렸지 마음은 어른이 되기 부족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들춰냅니다. 그 안에서 숨 쉴 구멍이나 마음을 기댈 수 있는 사람과 시간을 찾아 헤맨다는 점에서 나와 크게 다르지 않구나 하는 위로와 정이 가는 이야기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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